담뱃값 인상 첫날인 1일 담배 사재기와 공급 물량 부족으로 시중에서 담배를 구하기 힘들다는 여론과 달리 대부분의 슈퍼마켓과 편의점에 2일부터 담배가 정상 공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설 연휴가 겹쳐 담배 공급업체들이 대부분 휴업한 탓이다.
다만 평균 2천원 이상 오른 가격 부담과 새해부터 금연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일부 편의점과 유통업체 담배 매출이 50% 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편의점은 인상 하루 전날인 12월 31일 대비 하루만에 최대 80% 가까이 떨어지면서 수치적으로는 담뱃값 인상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유통업계는 담뱃값 인상에 대비해 상당 물량이 사재기로 빠진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12월 31일과 1월 1일까지 매장 담배코너에 진열된 담배가 거의 소진되고 재고물량도 모두 동이나 일부 담배를 찾는 손님들도 발길을 돌렸다"면서 "2일 오후부터 담배가 정상 공급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특히 개인들이 사재기 한 담배가 소진되는 3개월 전·후부터는 판매량이 다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국내 4개 담배회사의 매출이 연간 9천400여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일본 담배업계의 통계는 정반대였다.
노컷뉴스가 입수한 일본담배협회(日本たばこ協会) 자료에 따르면, 2009년 300엔이던 담배가 2010년 140엔 상승한 440엔에 판매 됐다. 2006년 이후 가장 크게 오른 가격이었다.
가격인상 시행 전인 2009년 일본에서 담배 2천339억 갑이 팔려나갔고, 총 매출은 3조5천460억엔이었다. 담뱃값이 오른 이듬해 2천102억 갑이 팔려 전년대비 89.9%로 판매량이 소폭 줄었지만 매출은 3조6천163억엔으로 전년대비 102.0%로 급등했다. 2012년과 2013년에도 판매량은 소폭줄어 각각 1천951억 갑, 1천969억 갑이 팔렸지만 역시 매출은 5천억엔 늘어난 4조원대를 유지했다.
실제 일본에서 담뱃값을 올린 뒤 금연효과를 분석한 결과 애연가들은 담배를 끊지 않고 덜 피우는데 그쳤다는 조사가 나왔다. 사재기 현상도 같았다.
국내의 경우도, 지난 2004년 노무현 정부가 담뱃값을 500원 인상했지만 담배는 전년대비 4.7% 증가한 22억9천600만 갑이 팔려나갔다. 매출도 그만큼 상승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담배가격이 무조건 비싸다고 금연비율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며 "금연을 이끌어내는 사회적 분위기와 정부의 적극적인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0년째 흡연을 해왔다는 박모(37)씨는 "담뱃값 인상이 확정되고 금연하겠다는 마음도 들었지만 12월부터 담배 사재기 소문이 들면서 세보루 정도 사놨다"며 "주변 사람들 중에는 20보루까지 사놨다는 얘기도 들었지만 다 핀다 해도 금연할 생각은 없어보인다"고 말했다.
국민 건강과 금연을 위해 정부가 발표한 제도적 장치는 흡연구역을 제한하는 수준에 불과해 62%에 달하는 세금이 결국 고갈된 정부 곳간을 채우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비판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