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소문의 위력은 엄청나다. 한 영화의 상영관을 150여 개에서 500개가 훌쩍 넘게 만들고, 1% 대로 시작했던 드라마의 시청률을 8% 대까지 끌어 올린다.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이런 입소문 효과를 톡톡히 봤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개봉 한달이 조금 넘은 2일, 관객수 400만을 돌파했다. 대작들 사이서 여전히 박스오피스 4위에 머무르며 굳건한 흥행열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다큐멘터리 영화 최고 흥행작 '워낭소리'와 다양성영화 최고 흥행작 '비긴 어겐인'의 기록을 훌쩍 넘은 숫자일뿐 아니라, 상업영화와 견주어도 손색없는 성적이다.
오히려 스타나 거대 자본을 내세운 상업영화가 아니기에 더욱 뜻깊은 의미를 가진다.
개봉 당시만 해도, 누구도 이 영화가 이렇게까지 성공할 것이라고 예상치 못했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노부부의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영화로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드라마틱한 서사나 뛰어난 연기력의 스타 등 흥행영화가 갖춰야 할 어떤 요소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서서히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영화는 흥행궤도에 올랐다. 이별을 앞에 둔 노부부의 애틋한 사랑에 감동받은 관객들은 SNS 등의 수단을 통해 영화를 적극적으로 추천했다. 이것이 발단이 되어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상영관이 확대되고, 400만 관객이라는 기록까지 쓸 수 있었다.
'미생'의 주연들은 임시완, 강소라, 강하늘, 변요한 등 청춘 배우들과 이성민, 김대명 등 연기파 배우들로 이뤄졌다. 모두들 연기로 호평받는 배우들이지만, 시청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킬 톱스타는 없었다.
여기에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라는 약점까지 있었다. '미생'이 시작할 당시 방송되고 있던 원작 드라마들은 좋지 않은 성적을 내고 있었고, 국내에서 원작 드라마가 성공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렇게 걱정 반, 기대 반 속에 '미생'의 뚜껑이 열렸다. 우울하고 따분할 것 같았던 직장생활은 현실감이 넘쳤고, '미생' 주인공들처럼 살고 있는 시청자들의 가슴에 직격으로 와닿았다.
대놓고 웃기는 재미는 없었다. 그러나 고졸 출신의 계약직 사원 장그래(임시완 분)와 그 외 다른 신입사원들이 성장해 나갈 때마다 뭉클한 감동이 이어졌다.
온라인 커뮤니티, 블로그, SNS 등에서 사회초년생들의 추천이 쏟아졌고, '미생'은 1.5%(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이하 동일)로 시작한 시청률을 종방 때는 8.2%까지 끌어올렸다. 최고 시청률 역시 10%를 넘었다. 무섭게 입소문을 타, 거의 매회 시청률이 상승한 결과였다.
뿐만 아니다. 비지상파 채널에서는 최초이자 최고의 성적이었다. 잘된다 해도 5% 이상을 넘기지 못하는 비지상파 채널의 한계를 '미생'이 뛰어넘은 것이다.
한 해에 스크린과 브라운관에는 수없이 많은 콘텐츠들이 쏟아진다. 처음부터 주류에 속한 콘텐츠가 있는가하면, 미약한 존재들에 초점을 맞추고 비주류의 길을 걷는 콘텐츠도 있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와 '미생'은 말할 것도 없이 후자다. 유독 대중이 이 입소문 수혜 콘텐츠들의 성공을 기쁘게 여기는 이유는 여기에 있지 않을까. 관객이나 시청자 입장에서 콘텐츠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봤다는 그 뿌듯함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