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특급 선수는 아니지만, FA 시장에서 다른 구단에서 군침을 흘릴 만한 카드다.
하지만 이들은 FA 시장에서 모두 다른 구단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결국 FA 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기는 커녕 원소속구단과 적은 금액에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했다. 바로 이성열(넥센)과 나주환, 이재영(이상 SK), 차일목(KIA)이다.
지난 1일 FA 시장이 공식 마감됐다. 장원준(두산)과 배영수, 송은범(이상 한화) 등 7명이 새 둥지를 찾았고, 나머지 12명은 원소속구단에 남았다. 최정(SK)은 역대 최고인 86억원에 잔류했고, 장원준은 84억원을 받고 팀을 옮겼다. 19명이 계약하면서 무려 630억6000만원이 오간 역대 최고 규모의 FA 시장이었다.
하지만 FA 대박은 모든 선수들에게 해당하는 말은 아니었다.
바로 FA 규정 때문이다. 현재 규정에 따르면 다른 팀에서 FA를 영입할 경우 원소속구단에 연봉 200%와 보상 선수 또는 연봉 300%를 보상해야 한다.
수준급 선수들이야 이런 대가를 치르고도 영입하겠지만, 주전과 백업을 오가는 선수들을 영입하기에는 다소 과한 보상이다. 실제로 이성열이나 나주환, 이재영, 차일목 모두 관심을 가진 구단들은 있었다. 하지만 이들을 영입했다가 자칫 유망주라도 뺏길까봐 쉽사리 손을 뻗지 못했다.
결국 이들은 원소속구단 우선 협상 기간에서 제시 받은 금액보다 훨씬 적은 액수에 도장을 찍어야 했다. 이른바 '괘씸죄'다.
정확한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최고 금액보다 절반 이상 깎인 금액이다. 만약 원소속구단 우선 협상 기간에 잔류를 선언했다면 배 이상 받을 수 있었다는 의미다. 이들과 성적이 비슷한 몇몇 선수들은 원소속구단에 남는다는 이유로 성적보다 후한 대접을 받기도 했다.
한미일 프로야구를 살펴보면 한국프로야구의 FA 보상 규정이 가장 세다. 당연히 FA 시장이 미국이나 일본보다 닫혀 있을 수밖에 없다.
미국은 말 그대로 자유계약이다. 일단 우선 협상 기간도 없다. 모든 팀이 FA에 러브콜을 보낼 수 있다. 대신 원소속구단이 '퀄리파잉 오퍼(상위 125명의 평균 연봉으로 1년 계약 제시)'를 보내면 타 팀과 계약할 경우 신인 드래프트 지명권을 받게 된다. 유일한 보상 규정이다.
일본은 등급제다. 팀 내 연봉으로 FA 등급을 A~C로 나눈다. 연봉 3위 안 선수는 A급, 4~10위는 B급, 나머지는 C급이다. A급 FA 선수를 영입할 경우 보호 선수 28명 외 보상 선수 1명과 연봉 50%, B급은 연봉 40%를 내주고, C급은 보상이 없다.
미국, 일본이었으면 이들은 더 좋은 대우를 받고 새 둥지를 찾았을 가능성이 크다.
KBO는 일본 쪽에 무게를 두고 FA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10개 구단 단장이 만나 이를 논의했다. 물론 결론을 내진 못했지만, 국내 실정에 맞게 등급제를 수정하는 쪽으로 입을 모았다.
FA는 '프리 에이전트(Free Agent)'의 약자다. 하지만 현재 규정 그대로라면 모두에게 자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