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해한 연기를 매끄럽게 소화하는 힘부터 모델 출신이 가지는 외적인 매력까지, 김우빈 이름 세 글자 앞에는 '대세'라는 타이틀이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스크린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김우빈은 영화 '기술자들'의 주연을 맡으며 또 한번 자신의 가능성을 드러냈다. 첫 주연에 체력적으로 힘든 액션 연기를 펼쳐야 했지만 이 역시 무난하게 해냈다.
그러나 정작 김우빈 자신은 언제나 '아직도 50년은 멀었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대세남'은 어떤 생각으로 스크린 주연 신고식을 치렀을까. 김우빈의 머릿속을 전격 해부해봤다.
-'기술자들'은 어떤 영화인가요
"한 해가 참 힘들었잖아요. 즐겁기도 했지만 힘든 분들도 많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기술자들'이 조금이나마 즐겁게 보내는데 보탬이 됐으면 좋겠고, 유쾌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무 생각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고, 이야기도 나름 재미있어요. 15세 등급 받으려고 수위도 낮췄고".(웃음)
-촬영하기 가장 힘들었던 장면과 만족스러운 장면 좀 꼽아주세요
"차 추격 장면인데 자동차 기계들을 이용해야 돼서 동선도 좀 복잡하고 컸고, 폭발이 우리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사고도 그랬었죠. 그런데 어려운 장면 찍을 때마다 더 하나가 되더라고요. 마법같은 순간이 많았고, 생각보다 적은 촬영으로 좋은 장면이 많이 나와서 감사해요. 그래도 아쉽고, 자꾸 아쉬운 부분이 생각나네요. 샤워하는 장면은 생각보다 잘 나왔던 것 같아요".
-영화 '상의원'과 '국제시장'이 '기술자들'과 함께 개봉하는데
"경쟁을 계산하고 싶지는 않아요. 대선배들과 함께 하는 것에 의의를 갖고 있어요".
-김우빈 씨 때문에 현장에서 밥을 많이 먹었다고 들었어요
"어찌 보답해야 될지 모를 정도로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정말 많았어요. 가진 것에 비해 정말 많은 분들이 좋아하고 응원해주셨습니다. 팬들 덕분에 '밥차'의 맛있는 밥먹고 더 힘내서 촬영했어요. '친구' 촬영 때도 보내주셨었거든요".
-한류 팬들도 많죠?
"한류라는 것이 참 과장됐어요. 다른 선배님들에 비해 저를 알아봐주시는 팬 분들 숫자 차이가 많이 나요. 예전보다는 정말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그 마음을 간직해, 열심히 좋은 작품 찾아서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영화를 주연으로 이끌어나가는 것에 부담은 없나요?
"부담감보다는 책임감이 많이 생겨요. 가진 것보다 큰일을 맡겨 주시니까 기대에 부응하고, 실망시켜드리지 않고 싶어요. 아직은 많이 부족합니다. 채찍질 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모델일을 할 때는 연기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연기수업이 있었는데 나가지도 않을 정도였어요. 모델 활동 중에 연기력이 필요해서 수업을 뒤늦게 나갔는데 문원주 선생님의 열정적인 모습, 연기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반했어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하나하나 배워가는 것이 재밌더라고요. 모델일도 연기도 기본은 있지만 정답은 없다는 매력이 있어요. 고민한만큼 다른 결과물이 나오는 것이 좋아서 수업을 미친듯이 나오고, 혼나고 또 혼났어요. 그러다 우연히 '화이트 크리스마스'로 데뷔하게 된 거죠".
-연기생활을 하며 도움받은 선배 배우들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차승원 선배가 많이 조언해주셨어요. 3년 전에 술자리에서 만났는데 만날 때마다 작품 얘기나 조언도 많이 해주세요. '기술자들' 시사회도 오시기로 했는데 개인적인 사정이 생겨서 못 오셨어요. 다음날 전화 주셔서 '미안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괜찮다. 감사하다'고 했어요".
-선배들에게 깍듯하다는 이야기가 많아요
"선배님이니까 당연히 잘해야죠.(웃음) 저는 부모님께 선배는 하늘처럼 모시라고 배웠어요. 아직은 하늘처럼 못 모시고 있는데 최선을 다하고는 있어요. 그렇게 모시지 못해서 죄송하죠".
-'기술자들'에서는 중간 위치에 있었는데 어땠나요
"사실 현우 씨도 훨씬 선배에요.(웃음) 배울 점이 정말 많은 친굽니다. 사석에서는 애교 많고, 착하고 순하고 예의바른 동생이에요. 현우 씨가 절 잘 챙겨줬어요. 고창석 씨는 정말 멋진 선배였고,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될 지 모르겠네요. 작품 해석 능력, 표현 능력, 현장에서의 자세, 스태프들에 대한 마음, 후배들에 대한 배려 등 여러 가지 정말 많이 배웠고, 잊지 않게 가슴에 새겼습니다".
-평소에 대인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나봐요
"가장 큰 재산이 사람이라고 배웠어요. 사람을 좋아하고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해요. 한번 만나면 이름은 잘 기억을 못하는데 얼굴은 잘 기억해요. 사람이 좋아요. 이야기하는 것 좋아하고, 한번 만나면 오래 보고 싶고. 그래서 작품했던 분들에게 반 이상은 자주 연락드려고 하고, 찾아뵙기도 하고 그래요".
-실제 김우빈 씨 성격은 어떤가요
"재미가 없어요. 활동적으로 생겼는데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해요. 제가 가진 강한 인상 때문에 선택받는 입장에서는 그런 모습 많이 보여드렸어요. 아직 보여드릴 시간이 많다고 생각하고, 차차 보여드리고 싶어요".
-작품 선택의 기준이 있나요?
"다음엔 강한 것 안해요, 교복 안 입어요 등 이렇게 선을 두고 싶지는 않아요. 운명처럼 제가 공감하고 재밌게 읽은 작품을 선택해요. 남자라면 로맨스도 하고 싶죠. 왜 멜로 안하냐고 자주 듣는데 안한 것이 아니라 못한 거예요. 이제 선택의 폭이 넓어져서 감사한 마음으로 작품을 보고 있어요".
"혹시나 누구라고 했는데 그 분이 아니면 얼마나 서운하시겠어요. 노코멘트 하겠습니다".(웃음)
-'상의원' 박신혜 씨와는 드라마 '상속자들'에서 인연이 있죠? 이민호 씨도 시사회 왔나요?
"다행히 장르가 다르고, 영화 색깔도 달라서 서로 응원해주기로 했어요. 시사회 오라고 하려 했는데 개봉이 같은 날이더라고요. 정말 보고 싶네요. 연말이라 바쁜데 민호 씨도 시사회를 와줬어요. 정말 고맙고, 저도 가야죠".
-액션연기에 더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은 없나요?
"사실 액션 영화 제대로 찍어보고 싶어요. 한번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지금은 액션보다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하고 싶어요".
-그럼 차기작은 어떤 작품을 생각하고 있나요?
"신하균 선배님의 '행복을 찾아서'라는 영화가 있는데 그 영화 보고 처음으로 울어봤어요. 정말 가슴 속에 많이 남는 영화더라고요. 그런 작품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 아버지에 대한 마음이 공감가고 가슴에 느껴졌어요. 휴먼 드라마나 깊이 있는 영화나 드라마도 좋아요".
-인생의 롤모델이 있다면?
"아버지가 롤모델이에요. 연기에 있어서는 문원주 선생님이고요. 덕분에 연기를 시작했고, 늘 누구보다 고민하고 노력하는 좋은 배우이시거든요. 후배들을 위해서 열심히 뛰고 계시고요".
-만약 연기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아마 미생이 되어있겠죠?(웃음) '미생' 정말 재밌지 않아요? 경험을 안해봤는데 공감이 가고 연출이 정말 대단했어요. 이성민 선배님, 임시완 씨, (강)하늘이도 정말 연기를 잘해서 제가 직장인인 것처럼 울컥하더라고요. 시청하면서 정말 행복했어요. 하늘이한테 왜 연장 안하냐고 화를 냈어요. 감사하게 새벽에 연속방송을 하더라고요. 또 봐도 재밌어서 '미생' 보느라 잠도 못자고 스케줄 나가고 그랬어요"
-새해 소원은 어떤 것을 빌고 싶나요?
"2014년 1월 1일에 지난해보다 많은 일을 하면서 바쁘고 건강하게 지내게 해달라고 빌었어요. 정말 과분한 사랑을 받았고, 마지막까지 무대인사하면서 한해를 알차게 보냈던 것 같아요. 더 바라면 욕심인 것 같아서 더 바라면 안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냥 제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고, 관객들에게 믿음을 드릴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다리를 크게 다쳐보니까 되게 불편하더라고요. 그래서 또 한번 건강이 최고라고 느껴서 건강에 대한 것도 빌 것 같아요".
-쉬는 것보다 일하는 것이 더 재밌나봐요
"일할 때는 쉬고 싶다는 생각하죠. 그런데 하루이틀 쉬면 몸이 근질근질해서 빨리 나가서 뛰어놀고 싶고 그래요".
-마지막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말씀해주세요
"늘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좋은 배우의 기준은 아직 모르겠어서 찾고 있어요. 연기생활을 50년 정도 하면 제 안에 들어와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되돌아볼 시기가 왔을 때 좋은 사람, 좋은 배우로 기억됐으면 좋겠고, 막연한 목표에 다가가려고 나름 열심히 하고 있는데 답이 뭔지 모르겠네요. 열심히 문제 풀이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