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입니까?"…신임 영진위원장 행보에 영화계 '촉각'

문체부, 세종대 애니학과 김세훈 교수 선임…영화계 "아쉬움 크다"

(자료사진/노컷뉴스)
한국영화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정책 틀을 제시해야 할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에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김세훈(50) 교수가 선임된 것을 두고, 영화계 현장에서는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크다.

31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김 신임 위원장은 이날 오전 문체부 김종덕 장관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2017년 12월까지 3년간의 임기에 들어갔다.

이날 영화계 한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에 "기대한 바가 없기에 실망하는 바도 없다"는 표현으로 아쉬움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그는 "지난 몇 년간 영진위는 공정한 시장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정책기조를 내걸었지만,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다"며 "모든 예산 편성·집행에 있어서 정부 입김에 휘둘리고 있는 게 영진위인데, 수장을 맡은 김 위원장이 어떠한 행보를 보일지는 두고 볼 일"이라고 전했다.

이는 영진위원장에 대한 선임 시스템이 영화계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지적이기도 하다.

영진위원장은 기존에 시민사회단체·영화계의 추천에 의해 구성된 기구에서 선출해 왔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공모를 통해 문체부 장관이 임명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사실상 상부기관에서 영진위원장을 일방적으로 내려보내는 구조이다보니, 영화계의 의견 수렴보다는 정부 입장에 좌지우지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이다.

자신을 중도 우파 성향이라고 소개한 또 다른 영화계 관계자는 "위원장 선임 문제에 있어서 기대를 걸었던 인물들이 두세 차례 마지막까지 올라갔다가 안 된 것이 몹시 아쉬운데, 이렇게까지 진통을 겪을 문제인가라는 의문이 든다"며 "개인적으로 기대를 걸었던 입장에서 '결국 끝이 이건가''이게 최선인가'라는 허탈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세훈 신임 영진위원장은 중앙대 연극영화과 출신으로, 한국애니메이션학회 회장직을 맡고 박근혜 대통령의 후보 시절 싱크탱크였던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으로 활동해 왔다.

앞의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청와대에 줄을 대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까지 도는데, 이로 인해 전문성 결여라는 악재가 만들어졌다"며 "현장에서 '이 분 정도면 괜찮겠다'라고 했던 인물이 됐더라면 전체는 아니어도 반은 이해를 할 텐데, 이렇게 의외의 인물들이 선임되니까 다들 의아해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러한 흐름이 계속 되다보니 영화계 내부 현안으로 불거질 조짐을 보이는 신구 세대간 갈등을 악화시키는 결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는 "세대간 간극은 늘 있어 왔지만, 최근 들어 시장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젊은 영화인들과 지난 시절 한국영화 시장을 키워 온 분들 사이 반목이 극심해지고 있다"며 "신임 영진위원장이 영화계 입장에서 사안을 바라보면서 이러한 부분들까지 잘 보듬어 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 영진위 정책 지원 제자리걸음 "인력 개편 등 내부 개혁 절실"

김세훈 신임 영진위원장(사진=문체부 제공)
지금의 영진위는 한국영화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정책 지원 기구로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 영화계의 중론이다.

대기업 중심으로 영화산업이 움직이면서 불거진 양극화 문제와 같은 현안들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 연구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는 탓이 크다.

익명을 요구한 영화계 한 관계자는 "영진위에서 영화계 현안에 대한 다양한 정책연구 보고서를 내놔야 국회에 가서 입법 청원도 하고 할 텐데, 그것이 전무하다보니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억울하다'고 하고, 우리는 우리대로 피떡이 돼 나가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영진위가 부산으로 이전하면서 내부 개혁이 필요함에도, 정치적인 입김에 의해 예산 구조가 바뀌고 기능이 무력화되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 관계자는 "영진위가 적은 예산으로 2, 3조 원이 넘는 한국영화산업을 견인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지만, 정책 기능을 강화해 공동의 목표를 설정해 나가는 것은 가능하다"며 "영진위의 개혁은 인적 구조에서부터 시작돼야 할 텐데, 지금은 정책·행정 기능을 강화해 한국영화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영진위의 기능은 기존 영화 후반작업 지원에서 정책 지원 쪽으로 넘어 왔다. 하지만 현재 정책·행정 관련 업무를 보는 인력은 20명 남짓으로, 기술인력을 정책·행정 인력으로 돌릴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재교육 시스템이 요구된다.

이 관계자는 "이러한 부분을 모조리 새로운 영진위원장에게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새 위원장이 누가 됐든 영진위의 발전 과정을 겪어 온 분들이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고 영화계와 이야기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그 흐름 안에서 영진위원장은 영진위와 영화계 현장의 목소리를 조율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중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위원장이 외부 압력이나 영화계의 반발을 의식해 현안을 단순히 덮어 버리거나 끌려가면 한국영화산업의 미래는 더욱 기대하기 어렵다. 정책적인 큰 흐름 안에서 이를 장기적, 단기적 과제로 나눠 어떻게 수용할지 고민하고 문제를 풀어나갔으면 한다"며 "2015년은 예산이 이미 확정됐기 때문에 큰 틀은 변하지 않겠지만, 2016년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치열한 한 해가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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