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로 밤을 지새우던 실종자 가족도,
경쟁적으로 치닫던 취재 열기도,
그리고 대한민국의 기억도 이제는 무뎌져 간다.
이제 2014년 마지막 겨울이 지나간다.
자원봉사자, 실종자 가족, 유가족, 취재진으로 가득 찼던 진도체육관.
체육관 안에서 수많은 날을 가슴 졸이며 가족을 찾던 사람들은 이제 진도체육관에 없다.
텅 빈 진도체육관에서 유일한 세월호 흔적은 창고 한쪽에 있는 세월호 배 모형과
체육관 뒤쪽 한귀퉁이에 먼지 쌓여 있는 상황판뿐이다.
30분밖에 안 걸리는 이 길을 가족들은 수없이 많은 눈물을 흘리며 내달렸다.
반년이 지난 12월, 모든걸 삼켜버린 진도 바다에는 정적만 가득하다.
진도항 주변을 떠도는 고양이의 목에 달린 노란 리본과
여기저기 남겨진 세월호 흔적은 진도항을 더욱 쓸쓸하게 만든다.
이제 이곳은 아픈 기억을 묻어 둔 겨울 바다로 바뀌었다.
큰 노란 리본이 그려진 등대로 가는 길에는
빛바랜 노란 리본과 풍경 소리만 흩날린다.
바람소리는 아무말 없는 그들을 부르고 있다.
아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위해 다시 진도를 찾은 단원고 2학년 고 임요한 군의 아버지.
이날 아버지는 바다에 2014년의 모든 아픔을 떠나 보냈다.
하지만, 아직 겨울 바닷속에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영혼들이 있다.
진도항은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2015년
아홉 영혼이 무사히 귀환하길, 우리 모두 기다리고 있다.
■ 위 사진은 2014년 12월 30일 진도체육관과 진도항에서 찍은 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