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파괴’ 이유리…조연은 어떻게 대상을 받았나

MBC 2014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배우 이유리. (MBC 제공 사진)
2014 MBC '연기대상'에서 배우 이유리(왔다! 장보리)가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유리 개인에게는 데뷔 14년 만의 대상이라 그 의미가 남다르지만, 더욱 의미 있는 것은 '악역'에 '조연'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점이다.

30일 개최된 '2014 MBC 연기대상'에서 이유리는 대상 후보였던 오연서와 송윤아를 제치고 대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이유리의 수상은 이례적인 일이다. 보통 한 해 가장 인기 있는 드라마의 주연이 대상을 수상한다. 역대 수상자만 봐도 조연이 수상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10년간 대상 수상자를 보면, 김선아(2004, 내 이름은 김삼순), 송일국(2005, 주몽), 배용준(태왕사신기), 김명민/송승헌(2008, 베토벤바이러스/에덴의 동쪽), 고현정(2009, 선덕여왕), 김남주/한효주(2010, 역전의 여왕/동이), 최고의 사랑 드라마팀(2011, 개인 대상 폐지로 드라마팀이 수상), 조승우(2012, 마의), 하지원(2013, 기황후) 등으로 주연들이다.

그나마 이례적인 경우가 2009년 대상 수상자인 ‘고현정’인데, 그는 악역이긴 했지만 주연에 가까웠고, 인기나 연기력이 이미 검증된 배우였다.

하지만 이유리는 다르다. 배우 생활 14년간 무명이었고, 주연을 맡아본 적 없는 검증되지 않은 배우였다. 드라마 ‘왔다! 장보리’가 방영되기 전만 해도 주인공 오연서에 비해 주목조차 받지 못했다.

드라마가 회를 거듭할 수록 ‘국민 악녀’라는 평가를 받고, ‘연민정 신드롬’까지 만들며 승승장구했지만, 그렇다고 주연들의 몫이라 할 수 있는 대상까지 거머쥘 거라고는 예측하기 힘들었다.

이유리가 맡은 배역을 완벽 이상으로 소화했기에 가능했지만, 관례를 깨고 반전을 만든 그 이면에는 시청자의 힘이 있었다.

MBC는 올해 방송연예대상과 연기대상을 기존과 달리 100% 시청자 투표로 결정했다. 시청자만의 투표로 대상을 선정하는 것은 지상파 최초의 일이다.

이유리는 시청자 총 투표자 71만 2300표 중 38만 5434표로 50% 넘는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시청자 표가 일부 반영되는 정도였다면 일반적인 관례대로의 결과가 나왔을지도 모른다.

이유리는 수상소감에서 “사실 캐스팅은 모든 배우가 마찬가지일 거다. 캐스팅이 돼야 그 역할에 출연하고 선택해 주셔야 연기를 할 수 있는 건데 기회를 주신 김순옥 작가, 백호민 감독님 감사드린다. 제 이름에 대상이 거론된 게 아니라 대상이라니”라며 눈물을 쏟아내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이유리는 “나 혼자 나와서 이 상을 받은 게 아니라 좋은 글, 연출, 오연서가 함께하지 않았다면 연민정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것이다.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 너무 죄송하다”며 동료 배우에게 영광을 돌렸다.

또 “많은 선배들이 계셔서 악역도 이렇게 사랑받는 자리가 되지 않았나 싶다”라며 “연민정을 아쉽지만 놓아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앞으로 좋은 캐릭터로 만나 뵙고 싶다”라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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