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헌법학자에서부터 전직 헌법재판관에 이르기까지 '문제가 있는 결정'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헌법이나 법률에 근거하지 않았다거나 3권 분립의 정신에도 어긋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헌재의 국회의원직 상실 결정 왜 문제가 되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권영철의 와이뉴스 전체듣기]
▶ 헌재가 의원직 상실을 결정할 권한이 없다는 얘기냐?
= 간단하게 얘기하자면 그렇다. 헌법이나 헌법재판소법 어디에도 국회의원의 의원직 상실을 결정할 근거가 없다는 얘기다.
헌법 제111조에는 ①헌법재판소는 1. 법원의 제청에 의한 법률의 위헌여부 심판 2. 탄핵의 심판 3. 정당의 해산 심판 4. 국가기관 상호간,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간 및 지방자치단체 상호간의 권한쟁의에 관한 심판 5. 법률이 정하는 헌법소원에 관한 심판 등 5가 사항을 관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법 제2조 (관장사항)에도 헌법재판소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관장한다.
1. 법원의 제청(提請)에 의한 법률의 위헌(違憲) 여부 심판, 2. 탄핵(彈劾)의 심판 3. 정당의 해산심판, 4. 국가기관 상호간,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간 및 지방자치단체 상호간의 권한쟁의(權限爭議)에 관한 심판, 5. 헌법소원(憲法訴願)에 관한 심판 등 헌법과 같은 관장사항을 명시하고 있다.
또 헌법재판소법 제55조 (정당해산의 청구)에서 제60조 (결정의 집행)까지 어느 조항에도 의원직상실에 대한 언급은 없다. 제59조 (결정의 효력)에는 "정당의 해산을 명하는 결정이 선고된 때에는 그 정당은 해산 된다" 라고만 규정돼 있다.
헌법과 법률 어디에도 국회의원직 상실을 결정할 권한이 없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교수는 페이스북에 "대통령을 그만두게 하려면 헌법절차와 명시적 규정에 따라서만 가능하다. 국회의원을 그만두게 하려면, 헌법과 법률상의 명시적 규정과 절차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면서 "행정부의 조치, 사법부의 "해석"에 의해 대통령, 의원을 그만두게 할 수 없다. 해석이 아니라 명시적 근거규정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헌재는 '정당해산'의 권한만 갖고 있지, 의원상실 부분에 대해선 헌재의 권한이란 규정이 아예 없다. 따라서 의원직 상실에 대해서는 판정해서는 안 되고 그 부분은 그냥 각하해야 하는 것"이라면서 "헌재는 국민의 선택권을 침해했고,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했고, 헌재의 근거가 되는 권력분립원칙도 침해했다. 헌법 규정자체를 위반했다. 헌재의 "과잉"이고 위법"이라고 질타했다.
한양대 로스쿨 박찬운 교수는 페이스북에 "국회의원이라는 헌법기관이 헌법 및 법률의 자격상실 규정에 따라 직위가 상실되는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헌재가 정당해산 과정에서 본질적 효과를 운운하면서 상실판단을 한 것은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이 초헌법적, 초법률적 판단"이라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따라서 "헌재의 초헌법적, 초법률적 판단의 효력은 '판단 무효'"라면서 "그것은 헌재가 결정은 했지만 원시적으로 효력을 발생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밝혔다.
최용기 창원대 법학과 교수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청원서를 통해 "국회의원의 자격은 헌법 제64조 제2항에 의하여 국회만이 심사할 수 있고 의원을 징계할 수 있다"며 "박한철 외 7인의 재판관은 대한민국 헌법의 기본원리인 삼권분립주의에 위반되는 국회의원 자격상실 결정을 하여 헌법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였다"고 주장했다.
▶ 헌재가 헌법이나 법률에도 없는 걸 어떻게 결정했나?
통진당 소속 의원이 의원직을 유지할 경우 통진당이 존속하는 것과 같기 때문에 정당 해산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어쩔 수 없는 결과라는 것이다.
헌재는 "국회의원은 국민 전체의 대표자로서 활동하는 한편 소속 정당의 이념을 대변하는 정당의 대표자로서도 활동한다"고 전제하면서 "엄격한 요건 아래 정당 해산을 명하는 것은 헌법을 수호한다는 방어적 민주주의 관점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헌재는 이어 "방어적 민주주의의 관점에 비춰 이런 비상상황에서는 국회의원의 국민 대표성을 부득이 희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통진당 소속 의원의 의원직 상실은 위헌정당 해산 제도의 본질로부터 인정되는 기본적 효력"이라고 설명했다.
법률에 명시된 조항은 없지만 "의원직 상실은 위헌정당 해산 제도의 본질로부터 인정되는 기본적 효력"이라는 것이다.
▶ 법률에 명문 규정이 없는데도 정당 해산이 되면 당연히 의원직도 상실해야 된다 이런 얘긴가?
= 그렇다. 헌재는 그런 입장이다. 그렇지만 이 부분에 대한 논란이 큰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헌법의 최고 해석기관이니까 헌법조항에 대한 해석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헌법이나 법률에 명문 규정이 없는 걸 '본질로부터 인정되는 기본적 효력'이라는 말로 당연시 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어느 법 규정에도 정당 해산 결정시에 소속 국회의원의 자격이 상실된다는 규정은 없다"면서 "헌재의 결정에서 의원직 상실 주문은 권한 없는 월권행위로, 효력 없는 헌재의 견해 표명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로 활동하는 김정범 변호사는 블로그에 "헌법 재판관들의 헌법해석은 소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법의 해석을 통해서 지나치게 확장함으로써 사실상 입법의 상태에 이르는 해석은 허용되지 않는다"며 "정당 해산결정을 하면서 소속 국회의원들의 의원직을 상실시키는 해석은 사실상 입법 활동으로 재판관의 권한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인 이상민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통합진보당 국회의원들의) 의원직을 상실시킨 것은 법률 근거가 없다"면서 "아무리 죽일 놈이라고 해도 근거가 있어야 되는데, 이것은 헌법재판소 스스로 위헌 결정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아주 잘못된 행태로 지탄을 받고 있는데, 그렇다고 대한항공을 해체해야 되나?"라고 반문했다.
인권변호사 출신인 이재명 성남시장은 페이스북에 "정당해산 결정의 옳고 그름을 떠나, 해산된 정당에 소속되었다는 이유로 '해산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헌법이나 법률상 명문의 근거 없이 헌재가 국회의원직을 박탈할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라며 "헌재도, 국회의원도 모두 독립된 헌법기관인데, 헌법이나 법률의 근거 없이 특정 헌법기관이 다른 헌법기관의 해체를 '결정'할 수 있다는 건 좀 이상하다"고 언급했다.
이재명 시장은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해서 헌법기관의 지위를 박탈(상실 결정)할 수 있다면 '실효성 확보를 위해 못하는 건' 또 어떤 건가?"라며 "특히, 위험한 구성원에 대한 격리 구금 재산몰수 생명박탈 이런 것도 '실효성 확보를 위해 필요하면'할 수 있는 건가?"라고 따져 물었다.
▶ 현직 법관이나 전직 헌법재판관들은 어떤 입장인가?
전직 A 헌법재판관은 "헌재가 정당해산 결정을 하면 정당투표에 의해 당선된 비례대표는 의원직 상실이 당연하다고 본다"면서도 "지역구 의원은 정당이 뽑은 것이 아니고 지역구 유권자가 뽑은 것이다. 정당은 단지 공천 했다는 것일 텐데 그렇다면 공천이 위법하다고 당선까지 무효를 시킬 수 있느냐? 이건 충분히 논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전직 B 헌법재판관은 "헌재에 헌법의 해석권한이 있기 때문에 그것이(의원직 상실 결정이)권한을 벗어난 결정은 아니다"면서 "다만 그 해석이 맞느냐 틀렸느냐는 양론이 있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현직 부장급 판사는 "의원직 상실은 엄격히 봐야 하는데 그 부분은 논란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학설은 찬반으로 나눠지지만 부정설(의원직 상실은 별도로 봐야 한다)이 다수설"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의 한 중견판사는 "헌재는 정당해산 판단의 부속으로 의원직 상실을 결정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지만 법원에 소송이 제기된 상태니까 의원직 상실이 헌법 해석인지 법률 해석인지 쟁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직 법관들은 기본적으로 법률은 유추해석이나 과잉해석을 금지하는 것이 원칙인데 헌재의 이번 결정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말한다.
법원행정처장을 지난 장윤기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통합진보당해산결정 중 국회의원 지위 상실 부분은, 대법원에서 헌법재판소가 헌법 및 법률이 정한 권한을 초월하여 결정한 것이므로 무효라고 판단하는 것이 반드시 불가능하다고 볼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 대법원이 헌법재판소의 의원직 상실 결정을 뒤집을 수 있다는 거냐?
= 그런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현실적으로 헌법재판소는 최고사법기관이니까 헌재의 결정을 번복할 기관은 없다. 또 헌재의 결정은 재심도 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법에 "헌재의 결정은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그렇지만 헌법재판소가 헌법이나 법률에 없는 결정을 내린데 대해서는 대법원이 이를 무효로 결정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장윤기 변호사는 "대한민국 헌법 제107조는 제1항에서 법률의 위헌 여부는 헌법재판소가 결정하지만, 제2항에서 그 밖의 것에 대해서는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심사할 권한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면서 "그러므로 대법원이 통합진보당 해산결정 중 국회의원 자격 상실 부분의 무효 여부는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심사할 권한을 가진다고 나설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장 변호사는 "그러므로 대법원이 이유를 어떻게 쓸지 궁금하다"면서 "국회의원의 지위 보유 여부는 당연히 행정소송사항"이라고 덧붙였다.
전직 한 헌재 재판관도 "해당국회의원들이 법원에 소송제기하고 법원이 헌재 결정이 잘못된 것이라는 결정을 내리면 그건 고약한 상황이 된다"라고 말했다.
대법원의 한 중견 법관은 "대법원이 국회의원의 지위를 인정하는 판결을 하면 헌재의 결정과 충돌함으로서 머리가 아픈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면서 "최악의 경우에는 대법원과 헌재에서 핑퐁게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렇지만 한 전직 헌재 재판관은 "헌재의 결정이 논란이 있고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더라도 그걸 바로잡을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 의원직을 상실한 통진당 의원들이 소송을 냈는데 의원직을 회복할 가능성이 있나?
앞서 언급한 전직 헌재 재판관의 말대로 헌재의 결정이 논란이 되고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바로잡을 절차나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전직 한 헌재 재판관은 헌재가 법에 없는 결정을 했는데 그것도 따라야 하나? 라는 질문에 "그건 충분히 논란의 여지가 있는데 구제방법이 생각이 안 난다"면서 "헌재에 재심 할 수 있는 사안이 없다. 한 번 결정하면 끝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전직 헌재 재판관도 "헌재는 최고의 사법기관이므로 헌재의 결정을 뒤집을 방법은 없다"면서 "헌법을 해석하는 두 곳이면 국민들이 헷갈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일부 법학자들은 국회의원 지위회복이 가능하다고 보는 견해도 적지 않다.
박찬운 교수는 "헌재결정은 최종적이라 그것을 다툴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하는 데, 이것은 정당해산결정에 한해서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국회의원지위확인소송에서는 그렇지 않다"면서 "국회의원지위확인소송에서는 헌재결정의 기판력이 미치지 않는다. 동일사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원은 얼마든지 원고가 주장하는 헌재결정의 무효를 판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박 교수는 "법률가적 입장에서만 말하면 대법원이 이 문제를 쉽게 각하하거나 기각하기가 어려울 것이라 판단한다"면서 "왜냐하면 대법원이 이 문제를 헌재입장대로 결론을 내면 헌법과 법률에 없는 헌재권한을 인정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최성식 변호사는 "헌재의 결정은 법률에 근거가 없는 결정이지만 통합진보당이 국회의원지위확인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내는 건 승소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오히려 세비지급청구소송을 내고, 의원회관사용 방해금지 가처분신청을 낸다면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최 변호사는 "통진당 지역구 당선 의원들은 선거에서 당선된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세비를 지급받을 권한과 의원회관 사용권이 있으므로 법원에서는 민사적 판단에 따라 법대로 판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