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박근혜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결빙상태를 지속해 왔던 상황에서 분단 70주년을 앞두고 정부가 당국간 대화를 제의한 것은 환영할 만하다. 남북장관급 회담은 참여정부 말기인 지난 2007년 5월 이후 7년 반 동안 한 번도 열리지 못했다. 작년 6월에는 남북당국회담을 추진하면서 양측 대표를 장관급으로 할 지, 차관급으로 할 지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다 회담이 무산돼 가족 상봉을 손꼽아 기다리던 고령의 이산가족들을 안타깝게 만든 바 있다.
올들어서는 지난 2월 1차 남북 고위급접촉을 가졌고, 10월에는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차 방문했던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등 북한 대표단이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남북 고위급 회담을 열었다. 그러나 남북 군사당국자 접촉에서 북측이 남측의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으면서 2차 고위급 접촉이 성사되지 못하는 굴곡을 겪기도 했다.
우리측의 대화제의를 북측이 수용할 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다만 최근 일련의 흐름은 그리 비관적이지 않다. 북측은 지난 16일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남북관계 개선의지를 밝힌데 이어, 24일에는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친서를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앞으로 보내는 등 휴화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날 핵심국정과제점검회의에서 "새해에는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노력해 나가겠다"며 대화의지를 천명했다.
다만 이번 대화제의의 주체가 대통령직속 통일준비위원회라는 점이 변수이다. 대통령직속인 통준위가 남북개발협력 등 남북교류 확대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과 기존의 대화채널을 대체한다는 측면에서 북측에 호의적인 메시지로 작용할 수도 있고, 다른 한편에선 북측이 통준위를 흡수통일의 전위부대라며 비판적인 시각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일부 전문가는 "지금까지 남북대화에서 대통령 자문기구가 대화의 주체가 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공은 던져졌고 북측의 호응을 기다리는 시점이지만, 남북 당국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이라는 민족적, 시대적 소명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그 첫걸음은 대화의 복원이다. 또, 대화 복원을 위해서는 '선언 보다는 성의'가 필요하다. 통일대박 같은 절차가 생략된 선언보다는 상대를 대화의 장으로 유도하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북측도 군사적 긴장조성이나 도발적인 발언을 자제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당국간 대화에서 상호 관심사를 폭넓게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안건을 좁히지 않고 이산가족 상봉 뿐 아니라 북측이 기대하는 금강산 관광 재개 등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고령의 이산가족들을 정례적으로 상봉하게 해 주는 것은 인도주의 차원은 물론, 인권의 문제이기도 하다. 교류와 협력은 남과 북에 모두 이득을 가져다주는, 그 어떤 것에도 견줄 수 없는 창조경제이다. 이런 중차대한 의미에 비춰 남북당국은 5.24 조치 해제 문제를 포함해 교류 확대를 위한 보다 전향적이고 성의있는 대화에 나서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