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국토부는 해당 국장과 과장, 담당 조사관을 징계하거나 구속하는 선에서 마무리할 분위기다. 흔한 말로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토부 최고 책임자인 서승환 장관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이 갈수록 쌓여가고 있다.
◈ '땅콩회항' 국토부 부실조사 등 잘못 인정
국토부는 '땅콩회항'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초기대응 미흡과 부실조사, 공정성 훼손 등의 문제가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29일 잘못을 인정했다.
사건 초기, 조사를 총괄할 컨트롤 타워 부재로 부서간의 적절한 역할 분담과 지휘감독 체계 없이 초기 대응에 혼선을 빚었다고 밝혔다.
실제 '땅콩회항'소식이 알려진 지난 7일 국토부는 담당 업무를 조사관이 속해 있는 운항안전과에 배정하지 않고, 출입국 관리를 맡는 항공보안과에 배정했다가 언론(CBS노컷뉴스 8일자 보도)의 지적이 나오자, 뒤늦게 운항안전과에 조사업무를 재배정했다.
이는, 처음부터 조사 업무를 배정하고 결재한 교통물류 담당 제2차관과 최종 결재권자인 장관도 책임을 피해 갈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런데, 국토부는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이미 기밀누설 협의로 구속된 김모 조사관에 대해선 파면조치하고, 이모 과장과 또다른 이모 과장, 최모 조사관 등 3명을 징계 처분했다.
중간 책임자인 이모 항공정책관과 권모 항공안전정책관에 대해선 경고조치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이에 대해, 서승환 국토부 장관은 29일 열린 간부회의에서 "항공감독관 중 1인이 대한항공과 유착되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에 대해 큰 실망과 함께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땅공회항'과 관련해 계속해 말을 바꾼 장관 본인의 책임에 대해선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서승환 장관은 지난 16일 “국토부 조사단의 공정성, 객관성은 전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자신 있게 단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 장관은 바로 다음날인 17일 박창진 사무장 조사 때 대한항공 임원이 19분간 동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언론보도를 보고서야 알게 돼 자체 조사를 지시했다”고 말을 바꿨다.
◈ 서승환 장관 "법과 원칙에 따라"…국토부 직원들 "서운한게 사실"
국토부에서는 지난 9월 충격적인 사건이 하나 발생했다. 당시 도태호 기획조정실장이 건설업계 지인들과 술자리를 함께하고, 기업법인 카드를 갖고 있던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대해, 서 승환 장관은 도 실장에 대해 즉시 중징계 조치하도록 지시했다.
국토부는 곧바로 언론 보도자료를 통해 "도 전 실장이 대기발령 이후 더 이상 국토부에서 근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직무수행이 곤란한 비위 고위공직자를 퇴출시키기로 결정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하지만, 안전행정부는 중앙징계위원회를 열고 도 전 실장에 대해 감봉 1개월과 향응 받은 액수의 2배를 물리도록 하는 징계부가금 2배의 결정을 내렸다.
술을 함께 마신 사람들이 10년 이상 알고 지낸 지인이고 현직에서 물러난 퇴직자들이란 점 등이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당시 국토부 내부적으로는 서 장관의 중징계 지시가 너무 경솔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철저한 진상조사 없이, 여론의 비판을 무마하기 위해 25년 넘게 일했던 직원을 너무 매몰차게 내쳤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땅콩회항'과 관련해서도 해당 국.과장과 실무 담당자에 대해서만 징계 조치하자, 국토부 직원들은 드러내놓고 말은 하지 않지만 서 장관에 대해 불만이 많은 눈치다.
국토부의 한 중간 간부는 "잘못한 직원에 대해선 서장관의 말처럼 일벌백계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조직 전체의 문제점을 특정 직원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꼬리 자르기'로 비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