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재보선 패배로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물러난 직후부터 문재인 의원은 정세균·박지원 의원과 함께 차기 당권주자 '빅3'로 꼽혔다. 당내 최대 계파인 친노계의 좌장이자 대선 후보 지지도 수위를 다투는 대권주자로서 당연한 수순이었다.
문 의원은 그러나 이날 당권 출마를 공식 선언할 때까지 몇 개월 간 고심을 거듭했다. 새정치연합의 뿌리 깊은 친노-비노 계파 갈등이 문 의원의 당권 도전으로 더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 탓이었다.
심지어 문 의원의 측근이나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위기에 빠진 야당을 수습할 적임자는 당 안팎의 지지 기반이 탄탄한 문 의원뿐이라며 찬성하는 무리가 있었고, 계파 갈등을 오히려 증폭시킬 수 있다며 반대하는 그룹도 있었다.
특히 문 의원이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라는 점이 결단을 더욱 어렵게 했다. 출마 반대파는 계파 및 노선 갈등에 치여 '단명'하고만 지난 지도부들처럼 문 의원이 상처를 받고 경쟁력을 잃지는 않을까 염려했다.
그럼에도 문 의원은 장고 끝에 정면 돌파의 길을 택했다. 단순한 위기를 넘어 분당과 신당 창당까지 거론되는 엄중한 시기에 직접 당권을 쥐고 다음 대선에 도전할 정치력을 증명 받겠다는 각오를 보인 것이다.
문 의원은 이날 "피하고 싶었다. 당의 갈등과 분열도 걱정했다"며 고민의 일단을 드러낸 뒤 "피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당을 살리기 위해 몸을 던질 것을 결심했다. 당을 살려내는 데 끝내 실패한다면 정치인 문재인의 시대적 역할은 거기가 끝이라는 각오로 오늘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그는 "저의 정치생명을 걸겠다"는 격한 표현까지 동원했다.
문 의원은 그러면서 ▲ 가장 강력한 당대표가 되겠다 ▲ 계파논란을 완전히 없애겠다 ▲ 당대표 또는 계파의 공천은 결코 없다 ▲ 권한은 나누고 책임은 제가 지겠다고 약속했다. 계파 논란과 관련해서는 "친노가 정치계파로 존재한다면 해체할 사람은 저 뿐이다. 친노-비노 논란을 끝낼 수 있는 사람도 저밖에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문 의원이 대표가 되면 당이 깨질 수밖에 없다'는 '엄포' 섞인 전망에 대한 문 의원 나름의 답변이다. 당내 경선은 물론, 오는 20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계파 갈등을 수습하는 모습을 보여야만 본인의 표현대로 '정치인 문재인의 시대적 역할'이 존재 의미를 지닐 수 있기 때문이다.
문 의원의 출마에 대해 한 비노 초선 의원은 "본인만이 친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문재인 의원의 말은 틀리지 않다"면서 "과연 그렇게 될 수 있느냐가 문제인데 일단은 계파 갈등 해소를 목표로 내세운 문 의원의 행보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문 의원은 나아가 19대 대선 출마와 관련해서는 "우리 당의 상황이 참담하다. 대선이고 다 접어놓고 당을 살리는 데 올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을 살리면 그때 대선에서 기회가 올 것"이라며 표면적으로는 출마 여부에 대한 확답을 피했다.
그러나 혁신 실천을 통한 당의 '변화', 그리고 친노 해체로 상징되는 '단결'의 기치로 새정치연합을 '이기는 정당'으로 바꾸겠다는 출마 선언문의 주요 키워드는 당 대표 경선과 총선을 돌파해 차기 대선에 도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