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 제 역할을 못한다는 비판에다 통합진보당이 해산되면서 야권과 진보정치진영에는 일시적인 진공상태가 발생했다. 이틈을 비집고 '대안야당' 얘기가 나오고 있다.
◈정동영 "신당 움직임의 밀알 되겠다"
지난 24일 각계인사들로 구성된 105인들의 대안야당건설 촉구에 현실 정치인 가운데서는 정동영 전 의원이 가장 먼저 호응하고 나섰다. 정동영 전 의원은 28일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신당창당에 나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진보야당에 동참하는 거냐?'는 질문에 대해 "105인 선언의 창당요구가 지난 5,6년동안 이른바 정동영 정치의 연장선에서 맥을 같이 하지 않나 생각한다. 어제 지지자들과도 어떤 결정을 하든 같이 가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의 지지자 200여명은 27일 송년모임을 갖고 정 전 의원과 정치적 진로를 함께 하기로 했다.
정 전 의원은 특히 "기득권이 있다면 내 마음속의 욕심이겠지.. 다 내려놓고 (신당의)밀알과 밑거름이 돼서 같이 가자는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 전 의원은 "당이 형성돼 있는 상태도 아니고 정치는 생물인 만큼 동지들에게 추가로 상의드리고 무엇을 할 것인지를 조만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아직 '탈당결심'까지 서지는 않았다는 의미로 읽혔다.
그는 신당행이 결정될 경우를 전제로 2015년초 전국토론회를 시작으로 '신당추진기구' 구성에 들어가겠다는 구상을 언급했다.
대안야당의 정체성은 사회경제적 약자를 대변하는 진보성향의 정당으로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 치세에서 기능했던 '뉴딜민주당'이나 보수당-자유당 양당체제를 무너트리고 진보의 대변자로 우뚝선 영국의 '노동당'을 모델로 제시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세를 모으는 일은 간단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당행을 검토중인 국회의원이 거의 없어서다. 정동영 전 의원은 "몇몇 의원들과는 신당문제를 놓고 소통중이다. 가시밭길이고 바람부는 벌판에 온실을 나와서 설 현역의원이 없을 것이다"고 험로를 예견했다.
대안 야당 움직임은 야당내의 위기감과 통합진보당 해산을 계기로 현실화한 움직임이다. 일군의 정치인과 재야인사들은 지난 24일 가진 '105인 선언'에서 '새정치연합으로는 더 이상 안된다. 국민의 눈물을 닦아줄 새로운 정치세력의 건설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뜻있는 정치인은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당적.계파.소속을 뛰어넘어 새로운 정치세력의 건설에 앞장서 달라고 호소했다.
이름을 올린 대표적 인사로는 김영철 목사, 명진스님, 최헌국 세월호 국민대책위 공동운영위원장, 공선옥(소설가), 김동원(다큐감독), 김영훈-이수호(전 민주노총 위원장), 김규종(경북대 교수), 김세균(전 서울대 교수), 교수), 손호철(서강대 교수), 고승우(민언런 이사장), 신학림(미디어오늘 대표), 박래군(인권중심사람 소장), 이현배(전 민청학련 공동대표), 이부영(전 전교조 위원장), 조덕휘(전국빈민연합 의장), 이성재(변호사) 등이다.
◈신당, 견고한 양당정치의 벽 부술까
통합진보당 해산으로 진보정치세력의 한 축이 무너지고 새정치민주연합이 원내에서 차지하는 커다란 위상에도 불구하고 야당으로서 제기능을 충분히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의 토대 속에서 신당창당 움직임이 나왔지만 앞길은 험로가 예고된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보수정치세력이 국민지지의 40~50%를 갖고 있고 새정치연합이 20%초반대의 지지율로 국민지지를 나눠 차지하고 있어 기본적으로 이틈을 비집고 들어가기가 수월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신당움직임이 유의미하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대안세력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줘야 하는데 현재 신당추진세력이 갖고 있는 건 소수자 권익옹호라는 명분 뿐이다. 정치적 리더도 정치적세력도 갖추고 있지 못하다.
정동영 전 의원의 말대로 따뜻한 원내를 벗어나 시베리아 같은 광야로 나설 국회의원도 없다.
그렇다고 당장 총선거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국민적 심판을 통해 가능성있는 정당으로 발돋움할 기회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10년 보수정권을 지나는 동안 친기업정책 위주의 경제정책이 실시되고 그 결과가 빈부격차의 확대, 일자리 감소 민생피폐로 이어졌지만 야당은 이를 제지할 대안세력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신당세력이 내세운 신당촉구의 명분도 '새정치연합으론 더 이상 안된다. 새로운 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고, 정동영 전 의원은 "전당대회 과정이 노선.가치 논쟁이 아니고 누구를 대표로 할 것이냐는 권력투쟁자체이다"면서 105인선언을, 야당의 전당대회를 기다려봐도 달라질 것은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해석했다.
신당창당 움직임은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지만 성공여부는 새정치연합의 쇄신과정과 밀접히 맞물려 돌아갈 가능성이 크고 진보정치권의 재편도 신당의 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