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여야 정치권에 따르면 각 당은 이번주 초 국회 공무원연금 개혁특위 위원 선정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29일 본회의에서 국회 특위 구성 결의안이 처리되는 만큼, 이날을 전후해 특위 위원 명단도 확정될 예정이다.
위원장을 포함해 7명의 위원을 선임하게 되는 새누리당은 정책 전문가보다는 협상 전문가 쪽에 방점을 찍을 전망이다. 한 원내 관계자는 "우리는 이미 당론으로 개혁안을 냈다. 지금은 내용을 만드는 게 아니라, 야당과 협상을 할 단계이기 때문에 '협상 전략가'들의 필요성이 더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우 당내 공적연금개혁TF 소속 의원들이 국회 특위에 대거 참여할 전망이다. 당 관계자는 "전체 14명 중 6명이 우리 당 몫인데, 강기정 위원장을 비롯해 TF 의원 9명 중 대다수가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특위 위원 1명이 배정된 정의당의 경우는 박원석 의원이나 정진후 의원 중 한명이 선임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또 국회 운영위에서 통과된 공무원연금개혁을 위한 국민대타협기구 구성·운영 규칙안에 의거해, 대타협기구에 참여할 위원(여야 각 8명씩) 선정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10월말 일찌감치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당론 발의'했다. 국고 보전을 줄이고, 국민연금과 형평을 맞추되, 퇴직금 현실화 등 생계를 보장한다는 취지로 ▲연금지급 개시연령을 65세로 지연 ▲기여금 납부기간 상한을 40년으로 7년 연장 ▲납부액 10%로 3%p 인상 등 조치를 법안에 담았다.
이에 맞설 새정치민주연합의 법안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새정치연합은 법안은 아니지만 세부 개혁안이 마련돼 있고, 국민대타협기구가 가동되면 공개한다는 입장이다. 강기정 의원은 "그동안 핵심적인 사항은 언론에 밝혀왔다. 우리는 여당의 '하박상박' 대신 진정한 '하후상박'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재정 안정성, 제도 지속성 등 여당과 동일한 지향점을 유지하면서도, 중·하위직 공무원에 대한 노후 보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 따라 ▲중·하위직 연금 현행 수준 유지 ▲고위직에 한한 연금액 삭감, 아울러 재정 안정성을 감안한 ▲지급액 상한제 도입 등 방안이 개괄적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여야의 정책적 판단이 차이를 보이는 데다, 개혁 시한을 놓고도 양측이 이견을 보이고 있어 향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새누리당은 내년 4월 임시국회를 마지노선으로 수차례 언급해왔다. "공무원연금 개혁과 자원외교 국정조사는 동시에 시작해서 동시에 끝나는 구도로 내년 4월30일 종결한다"(이완구 원내대표)거나, "개혁 결론이 빨리 나와야 한다. 중환자가 수술대에 올라가 있는데 빨리 수술을 안 하면 그 환자는 사망한다"(김무성 대표)며 피치를 올리고 있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뜸을 들인다. 폭발성이 강한 이번 사안을 놓고 새누리당에 보조를 맞출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군사 작전을 하듯이 밀어붙이는 것을 우리는 반대해왔다. 앞으로도 충분한 사회적 공론화가 가능하도록 해나가겠다"(문희상 비대위원장)는 입장이다.
'우리 의사도 듣지 않는 채 여당과 야합했다'는 공무원노조의 반발을 감안하면 여당과 차별화가 필요하다. 또 앞선 협상에서 '사자방 국정조사' 중 일부를 관철해 낸 처지라서 굳이 여당에 '잘 보일' 이유도 없다.
아울러 통진당 해산에 따라 내년 4월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치러지는데, 선거 기간과 국회 특위의 후반부 활동기간이 겹친다는 점도 야당의 신중 행보를 부채질할 공산이 크다. 야당으로서는 표심을 봐가면서 최대한 시간을 끌어야 유리하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우리로서는 우리 개혁안의 공개를 서두를 필요도, 여야 협상을 서두를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은 고스란히 여당의 부담으로 작용한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2월 야당 전당대회, 4월 보선, 5월 여야 원내대표 임기 만료 등 이벤트가 많아 집중력 발휘가 쉽지 않다"며 "'연내 처리'에 이어, '4월 마지노선'까지 좌절되면 개혁동력 확보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