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글로벌 그룹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맞붙은 민감한 사건인 만큼 초반에는 산업적인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대한 조용히 처리하려고 했지만, 조성진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HA)사업본부 사장의 반복되는 출석 거부에 압수수색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대규모 가전 박람회를 앞두고 경쟁사 견제를 위해 "원칙대로 처리해 달라"며 거듭 검찰을 압박한 것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복수의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삼성측의 고소로 사건이 배당된 초기부터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해결하자"는 내부 방침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굴지의 대기업들이 첨예하게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는데다 기업 이미지 등과 연관돼 있는 민감한 사건인 만큼 조용하게 처리하자는 분위기였던 것이다.
실제로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이주형 부장검사)는 11월 초순까지 조성진 사장을 제외한 LG임직원들을 차례로 불러 조사했으며, 조용히 사건을 진행해왔다.
그런데 세탁기를 파손한 당사자로 지목된 조 사장이 거듭 검찰 출석을 미루면서 내부 분위기가 바뀌었다. 검찰은 지난 11월 하순부터 조 사장에게 소환을 통보했지만 LG측은 내년 1월 이후에 출석하겠다며 일정을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 사장측이 계속 소환 조사를 거부하면서 검찰은 사건 처리를 더는 미룰 수 없다고 판단, LG전자 본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그리고 해외 일정이 많은 조 사장에게 출국금지 조치까지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측이 이 과정에서 검찰에 여러 경로를 통해 "법대로, 원칙대로 해달라"며 빠른 사법 처리를 요청한 것도 압수수색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결국 LG전자측은 검찰 소환조사를 최대한 미뤄보려다 본사까지 압수수색당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LG전자측은 예기치못한 검찰의 압수수색에 당혹스러워하며 유감을 표했다.
LG전자는 "경쟁사의 일방적이고 무리한 주장으로 인해 글로벌 기업인 당사가 압수수색을 받게 되어 정상적인 기업활동과 대외 신인도에 상당한 지장이 초래될까 우려된다"며 공식입장을 밝혔다.
특히 "조성진 사장은 매출 규모가 20조원에 달하는 가전사업을 맡아 연말 연초에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CES 이후에는 언제라도 출석해 성실히 조사에 협조하겠다며 조사 일정을 조정해 줄 것을 수 차례 요청해 왔던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LG전자측은 검찰 조사에 최대한 협조하는 동시에 삼성전자측을 증거위조,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맞고소해 법적 대응을 벌인다는 방침이어서 압수수색을 계기로 양 사의 신경전이 가열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