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응천 피의자 전환 "박지만 회장 진술이 결정적"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 (윤성호기자)
검찰이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면서 청와대 문건 작성 및 유출과 관련된 배후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참고인 신분이었던 조 전 비서관은 최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됐다. 검찰은 조 전 비서관에게 대통령기록물관리법위반과 공무상기밀누설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혐의가 뚜렷해진 것은 바로 박지만 EG회장의 조사가 결정적이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조 전 비서관은 26일 오전 10시 기자들을 피해 비밀리에 서울중앙지검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조 전 비서관은 옆 건물인 서울고등검찰청의 출입문으로 들어간 뒤 연결 통로를 이용해 중앙지검 청사에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일 검찰에 처음으로 출석했을 당시 기자들 앞에서 "제게 주어진 소임을 성실히 수행했을 뿐 가족이나 부하직원에게 부끄러운 짓을 한 적이 없다"며 당당하게 들어가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조 전 비서관의 비밀스러운 출석에 서울중앙지검수사팀(팀장 유상범 3차장)이 "우리는 배려하지 않았다"며 해명하는 헤프닝까지 벌어졌다.


검찰은 조 전 비서관의 소환이나 사법처리를 막판까지 고심해오다, 지난 23일 박지만 EG회장을 두번째로 검찰에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혐의를 확정지었다.

검찰 관계자는 "박지만 회장을 소환 조사한 결과에 따라, 조응천 전 비서관에 대한 추가 조사가 결정됐다"고 말했다.

검찰은 박관천 경정이 청와대 근무시절 작성한 정윤회씨 국정개입 문건 등 방대한 분량의 동향보고서를 외부(서울경찰청 정보분실)로 반출하는 과정에 조 전 비서관의 개입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조 전 비서관은 사건 초반에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박관천 경정이 지난 2월 초 청와대 근무를 마치고 서울청 정보분실장으로 가게된다고 알려졌을 때 당부의 말을 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즉, "당신이 (청와대를) 나가도 정보분실에서 각종 정보를 접하니 박지만 EG회장 관련 업무에서는 나를 계속 챙겨줘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당부를 들은 후 박 경정이 "앞으로 자기가 일을 하면서 참고를 하기 위해 박 회장 관련해서 자신이 작성했던 문건만 출력해서 들고 나갔다고 하더라"고 조 전 비서관은 당시를 회상했다.

박 경정이 청와대에서 작성한 문건을 출력해 외부로 들고 나간 것 자체가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으로 중대한 범죄가 된 상황에서 조 전 비서관이 "나를 계속 챙겨줘야 한다"고 말한 부분은 사실상의 지시로 해석할 수 있다.

떠나는 부하직원에게 박지만 회장 관련 업무를 계속 챙겨주라고 말한 점에 미뤄 조 전 비서관이 청와대 업무 범위를 넘어 박 회장측에 수시로 동향 정보를 넘겼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박 회장이 이번 문건 유출 사건에 연루된 것을 부담스러워하며, 조 전 비서관과 거리를 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서는 검찰은 아직 고민이 많다. 조 전 비서관의 역할에 대해서는 박관천 경정이나 박지만 회장의 진술에 의존하는 부분이 크기 때문이다.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구속영장이 기각된다면 검찰의 무리한 배후 수사에 대해 비판이 나올 수 있다.

검찰은 이날 조 전 비서관의 소환 조사 결과물을 토대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의 대질조사를 실시하는 등 최대한 증거를 모은다는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구속 영장 청구 여부는) 오늘 조사가 끝나고 나서 판단할 부분이다"고 말했다.

일단 구속 여부를 떠나 조 전 비서관을 재판에 넘기기로 결정한 검찰은 1월 초에 관련자들을 기소한 뒤 1월5일쯤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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