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변호인' 양우석 감독 눈에 비친 한국사회

"사람의 조건 성찰해야 할 때…차기작 '봉이 김선달'서 그릴 터"

24일 서울 신사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난 양우석 감독. (사진=윤성호 기자)
올해 첫 1,000만 관객을 모은 영화 '변호인'(제작 위더스필름)이 개봉 첫돌을 넘긴 지금까지도 세간에 회자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서울 신사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난 변호인의 연출자 양우석(45) 감독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지은이 유홍준·펴낸곳 창비)의 서문에 나오는 구절을 인용하며 앞의 물음에 대한 답을 길어 올리려 했다.

"영화 변호인의 방향은 세속적 성공을 좇던 한 인물이 어떻게 민주화의 길을 걷게 되는지를 보여 주는 쪽으로 맞춰져 있습니다. 10대, 20대, 넓게 봤을 때 30대 초반에게는 단순히 대통령으로만 기억되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널리 알려진 대로 영화 변호인의 소재는 1981년 고 노 전 대통령이 변론을 맡았던 부림사건)의 잊힌 삶을 기억하고 전달했다는 점에서 특별한 소통의 창구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양 감독은 "지금 시대는 구성원들이 결핍된 부분을 찾고 해소하려 애쓰는 때인 것 같다"고 전했다. 그의 또 다른 표현을 빌리면 "사람의 조건을 성찰해 가는 시대"라는 것이다.

"SNS 등을 보면서 느끼는 것이, 지금 우리는 함께 사는 것을 거부하려는 정치·경제적 움직임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요. 집단이 지닌 본능으로 자리잡았다고 해야 할까요. 우리가 과하게 집착하거나 반발하는 것들을 보면서 인간답게 사는 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들, 결국 사람의 조건을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는 걸 절감하게 됩니다."

그는 최근 '땅콩 회항' 사건으로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오른, 소위 기득권자들의 '갑질'을 그 단적인 예로 들었다.

"어찌 보면 갑질은 관행이라는 이름 아래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온 거잖아요. 최근 몇 년 새 우리가 이에 격하게 반발하는 걸 볼 때마다 '이렇게는 더 이상 못 살겠다'는 외침이 읽히더군요. 갑뿐 아니라 사회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을과 병, 정이 같이 살아야 한다는 거죠. 을병정이 참다 참다 뱉어낸 이러한 목소리에 대해 갑이 '옛날부터 해 온 건데 왜 이래'라고 생각한다면 큰 일입니다. 이제는 갑이 가진 걸 나누지 않으면 살 수 없는 때가 된 겁니다. 갑의 입장에서는 나누냐, 갑을 그만 두느냐라는 선택의 기로에 선 셈이죠."

▶ 영화 변호인이 지난해 12월 18일 개봉했으니 1년하고도 일주일이 지났다. 벌써 연말인데, 올 한 해를 되돌아본다면.

= 감사하는 해였다. 사실 변호인이 영화로 만들어질 것이라고는 예측도 못했었다. 좋은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참여하게 될 줄도, 개봉해서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을 줄도 몰랐다. 지금으로서는 스포트라이트의 일부가 저에게 쏟아지는 게 송구할 따름이다.

▶ 일주일 전, 그러니까 개봉 1주년 때 변호인이 청룡영화상 작품상을 탔다.

- 개봉한지 1년이 넘은 영화다. 그 사이 많은 좋은 영화들이 관객과 만나 왔다. 누구라도 수상을 예측했다면 놀라움이 덜 했을 것이다.

저희 제작진, 배우들 입장에서는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이니 좋다는 정도였다. 전혀 예상 못했으니 실감이 안 났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수상에 저희뿐 아니라 많은 영화 관계자들까지 놀라게 했다.

▶ 변호인, 강한 생명력을 지닌 영화라는 인상을 받게 되는데.

= 영화마다 생명력이 강할 때가 있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잊히는 게 숙명인 것 같다. 변호인이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면, 그것은 영화 외적인 부분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단순히 대통령으로 요약되던 그분(고 노 전 대통령)이 세속적 성공을 좇다가 어떻게 민주화의 길로 들어서게 됐는지를 잘 모르거나 잊고 있을 때, 변호인이 관객들과 만났다. 그러한 삶의 모습을 일반 대중에게 소개한 덕이 아닐까 싶다.

▶ 변호인을 제작한 위더스필름 최재원 대표는 이 영화의 키워드로 기억을 꼽더라.

= 기억은 중요한 키워드다. 저는 소통을 말하고 싶다.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에 나오는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라는 말이 문득 떠오른다.

10대, 20대, 넓게 30대 초반까지는 고 노 전 대통령이라는 한 개인이 어떠한 길을 걸어 왔는지를 잘 몰랐을 것이다. 영화라는 익숙한 매체를 통해 정보와 이야기가 관객에게 흘러갔고, 몰랐던 것을 알게 되고, 그것이 SNS 등을 통해 재생산됐으니 소통의 창구가 된 셈이다.

▶ 올 한 해 변호인으로 신인감독상을 여러 차례 탔는데, 한 시상식에서는 "민주화를 위해 열심히 싸워 주신 선배들께 감사드린다"는 수상소감을 전해 화제가 됐다. 미리 준비한 소감이었나.

= 그렇지는 않다. 대종상 각본상을 받았을 때로 기억한다. 수상을 예측 못했기에 즉흥적으로 한 말이었다.

특정 시대를 기초로 한 작품들의 공통점은 벌어진 사건들을 어떻게 압축해서 관객에게 전달할까에 초점이 맞춰진다는 것이다. 순수 창작물이 아닌지라 수상에 다소 민망함도 있었다. 과거 인물의 삶을 반추하면서 관객과 소통한 것에 대해 준 상이라고 본다.

▶ '할 말은 하는 감독'으로 인식되는 게 부담스럽지는 않은지.

= 가족이 없으니 잃을 게 별로 없다. (양 감독은 미혼이다. 그는 "창작자로서 그게 마음 편하다"고 했다.) 그래서 겁도 없다. (웃음)

겂이 있다, 없다를 떠나서 말을 꾸미거나 하는 재주가 제게는 없다. 그렇다고 말이 많은 편도 아니다. 변호인 촬영 현장에서도 배우, 스태프들이 고생 많이 했다. 단지 상대가 질문한 것에 대해서는 성심성의껏 답하려고 노력한다.

▶ 극중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란 곧 국민이다"라는 변호사 송우석(송강호)의 대사는 지금도 회자된다. 그 장면을 본 관객들은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듯도 하다. 어떻게 탄생한 대사인가.

= 헌법 조항에 있는 말이다. 6, 7고째 시나리오를 쓰던 새벽으로 기억한다. 주인공이 법조인인 법정 드라마니 헌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게 맞다고 봤다.

'특별한 감동을 줘야지'라고 의도한 대사는 아니다. 법정에서 송우석과 차동영 경감(곽도원)이 맞붙으면서 자연스레 녹아난 것이다. 그 대사를 격정적으로 연기해 준 송강호 선배의 덕이다. 다시 한 번 감사 드린다.

영화 '변호인'의 한 장면. (사진=위더스필름 제공)
▶ 앞의 대사들도 결국 상식과 원칙을 바탕에 둔 민주주의에 대한 갈증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가.

= 극중 대척점에 있는 송우석과 차동영은 둘 다 신념이 있는 캐릭터다. 각자의 신념이 자리잡게 된 원인도 있다. 그것을 누가 착하고, 누가 나쁘다는 것으로 나누기 보다는 성찰의 문제로 짚어내고 싶었다.

차동영은 단 한 번도 자기 삶에 대한 성찰이 없었다. 결국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악이 너무 크니, 추구하는 절체절명의 목적이 있으니 모든 것을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송우석은 국밥집 대학생 아들이 용공조작사건에 휘말리자 "왜 잡아갔냐"는 의문을 갖고, 밤새 책을 잃고, 아침 일찍 선배 변호사의 집을 찾아가고, 피해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고문 현장을 찾아가는 식으로 끊임없이 성찰한다.

변호인이 30년 전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들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자기 처지만 강변하다 보면 결국 자기도, 남도 다치기 마련이다. 성찰은 상대와의 대화를 전제로 한다.

극중 송우석과 차동영의 대결 구도를 통해 이러한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 그런데 차동영은 멋진 악역, 송우석은 꼼꼼한 캐릭터로 다가가는 데 머문 것 같아 아쉽다. (웃음) 제 미진함과 미숙함이 크다.

▶ 변호인 각본을 쓸 때는 어떠한 심정이었나.

= 최근 몇 년 동안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개인적인 안타까움이 있다. 여론을 만드는 이들이 특정한 프레임 안에서 몰아가고 결말을 짓는 것이다.

프레임 논리는 이제 일상이 됐다. 어떠한 단어나 문장을 둘러싼 맥락이 있는데, 그것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사라져가고, 특정 프레임으로 규정지으려는 게 아쉽다.

그 단적인 예로 고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칭송과 폄하라는 극단적인 평가를 들 수 있다. 그분의 인생을 놓고 봤을 때 좋아하는 분들은 '순수함'을 꼽는다. 그런데 싫어하는 분들 역시 같은 면을 보면서 '순진함'이라고 말한다. 대통령이라는 삶의 일부로 모든 것이 평가되는 셈이다.

선거 때 대통령, 국회의원만 뽑으면 국가는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것인가. 선출한 뒤에도 힘이 돼야 할 때는 되고, 요구해야 할 때는 하면서 가는 것이 국민이고 시민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통령의 실패는 대통령만의 실패가 아니다.

그래서 변호인의 이야기를 꺼낼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수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헌법기관인 대통령까지 나아간 인물, 그는 무슨 일을 겪었길래 세상에 뛰어들었을까. 결국 국민이었으니까 그런 것이 아닐까. 변호인의 이야기를 통해 주인공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성찰과 반추의 기회를 얻었으면 했다.

▶ 최근 새누리당에서 추천한 세월호특별조사위원 가운데 부림사건 담당 검사가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다.

= 정권을 잡고 있는 새누리당이 추천할 만한 근거가 있지 않았겠나. 결국은 또 프레임의 문제다.

12·12사태를 두고 지금은 99,9%가 명백한 구테타라고 말한다. 사태를 일으킨 당사자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시작부터 잘못됐다고 보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부림사건은 올 초 재심 청구 33년 만에 전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조사위원으로 추천된 그분 입장에서는 당시 검사로서 자신에게 배정된 사건을 승소하는 것이 기본 임무였을 것이다. 직무를 너무 잘 수행해서 판결이 그렇게 나온 것에 대해서는 뭐라 하기 힘들다.

다만 맥락을 보지 않고 특정 프레임 안에 갇혀서 기소를 하고 판결이 내려진 것은 지금 보면 몹시도 아쉬운 일이다. 그것을 기억해야 한다. 왜 그랬을까에 대한 성찰만 있다면 가능할 것이다. 실제로 부림사건의 피해자들은 북한과 연결돼 있지 않다. 사실이라고 믿는 것도 스스로 고민하고 성찰해야 한다.

양우석 감독 (자료사진/노컷뉴스)
▶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한데.

= 어찌 보면 정권의 신념과 철학의 문제다. 통진당은 소위 투표 시장에서 유명무실해진 정당인데, 정권이 그곳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결국 해체를 시켰다.

정치적 생명이 이미 끝난 정당에게 법적인 사망선고를 내린 셈이다. 헌법기관인 헌법재판소에서 결론을 내린 상황에서 헌법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 이상 토를 달 수는 없어 보인다.

▶ 현 정권의 정치적 신념과 철학을 어떻게 보고 있나.

= 우리 사회에는 큰 틀 안에서의 거시적인 문제가 많다고 본다. 몇 년 뒤면 외환위기를 겪은지 20년째인데, 이에 대한 비전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게 아쉽다.

외환위기를 두고 한국전쟁 이후 가장 큰 비극이라고 하지만, 그 변화상을 잘 모르는 분들도 있다. 외환위기는 계획 경제를 통해 고용과 성장을 추구하던 국가 자본주의를 붕괴시켰다. 결국 국가가 복지를 책임지지 못하게 된 것이다.

국가 자본주의가 붕괴되고 무한경쟁, 약육강식의 신자유주의가 이식되면서 생긴 문제들이 많은데, 이런 부분에 대한 큰 비전과 고민이 부족하다. 정권을 넘어서는 비전이 필요하다고 본다. "100%의 정권이 되겠다"고 했으니 대통합 비전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

이제는 고용과 성장을 통한 분배가 용이할 것 같지는 않다. 결국 복지국가로 가려면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국가는 국민의 것'이라는 비전과 공유가 있어야 하는데, 이를 못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시스템 안에서 성공한 분들보다 밑바닥으로 가라앉게 된 쪽히 훨씬 많다. 이러한 점들이 비전을 세울 때 공유돼야 할 것이다.

▶ 세월호 참사를 접하면서 심정은

= 잔인한 슬픔이다. 유가족이 겪고 있을 어머어마한 슬픔에도 마음이 아프다. 처음에는 모두가 한마음으로 슬퍼하다가, 그 기간이 길어지니 어떤 분들은 피로감을, 일부는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근본적인 것은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벌어지면 안 된다는 점이다. 참사가 벌어질 때마다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고민 등이 깊어지지 못한 채 넘어갔다. 이제는 출생률이 극도로 낮은, 사람이 만들어지지 않는 시대이니 어처구니 없는 일로 생명이 사라지는 일은 더더욱 막아야 한다.

슬픔이 단순한 짜증과 원망으로 변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왜 이러한 일이 터진 것인지에서부터 찬착해 들어가는 절절한 고민이 요구된다.

▶ 창작자 입장에서는 이번 참사에 어떻게 접근할 생각인가.

= 지금과 같은 속도로 세월호가 잊혀선 안 된다. 끊임없이 반추하고 어디로 가야할지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앞으로 세월호를 다룰 창작물이 지금의 슬픔을 재점화하는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 본다. 참사 초반 재발방지에 모두가 공감했음에도 왜 그렇게 안 됐는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아직은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분명 어디선가는 고민이 계속되고 있을 테니까.

▶ 엄혹한 시대라고들 말한다. 어떠한 삶의 자세가 필요해 보이나.

= 앞서도 언급했지만 성찰이다. 인간의 조건에 대한 고민을 가져야 하는 시대인 것이다.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복지를 고민하는 것도 결국 사람의 조건을 성찰하는 것이다.

최근 인문학 열풍이 부는 것도 성찰에 대한 욕구가 아닐까 싶다. TV 프로그램 가운데 '인간의 조건'이라는 예능도 있듯이 진지하게든, 유쾌하게든 끊임없이 우리 삶의 조건을 돌아봐야 할 것이다.

우스갯소리로 읽은 혈액형 얘기를 하면, O형은 낙천성과 건강함으로 수렵·채집에 특화된 사람이고, B형은 그 집요함과 호기심이 농사를 지을 때 만들어진 혈액형이라고 한다. A형은 인간이 모여 살면서 서로의 기분을 고려하는 도시형이라더라.

어찌 보면 지금 우리는 A형의 배려로 주변을 둘러보고, B형의 집요함으로 사안을 대하면서도, O형의 낙천성을 항상 잊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영화 '변호인'의 한 장면. (사진=위더스필름 제공)
▶ 차기작이 '봉이 김선달'이라고 들었다.

= 19세기 이야기인데, 먼저 웹툰으로 준비 중이다. 현재 그림을 담당할 작가를 물색하고 있다. 19세기 조선 후기에는 지식인은 물론 민중 계층에서 시대에 대한 굉장히 깊고 넓은 고민이 있었다. 실학 서적의 경우 서양의 경제학 수준으로 간 부분도 있어 놀랐다.

지금처럼 인구가 크게 줄어든 19세기 버려지고 고립된 사람들의 이야기다. 대동강 물을 팔아 먹은 것으로 유명한 봉이 김선달이 그러한 사기를 벌이려면 평양시민들의 협조가 없으면 불가능했다는 전제 아래 이야기가 전개된다. 왜 시민들이 협조했는지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산업화 세대의 이야기를 고민해 왔는데, 라면을 통해 산업화 초기 이야기를 해볼 생각도 있다. 라면 업계 관계자들께서 깊이 공부할 기회를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 봉이 김선달, 왜 웹툰으로 먼저 선보이는 건지.

= 15년 정도 포스트 프로덕션(후반 작업) 분야, 특히 애니메이션과 VFX(시각효과) 쪽에서 일하면서 이러한 기술이 영화 제작비 절감에 많은 도움을 준다는 것을 알았다.

부가판권 시장이 무너지고, 일본이라는 안정적인 시장도 사라지면서 한국영화 산업은 고전했다. 음향기술의 경우 15년 전과 비교했을 때 비용이 오르지 않았을 만큼, 새로운 인력이나 좋은 업체가 탄생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러면서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으로 이 인력과 기업이 빨려들어가고 있는데, 이에 따라 한국영화의, 포스트 프로덕션의 기초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제가 기여할 수 있는 게 원천 콘텐츠 분야의 취약함을 보완하는 것이다. 일본은 90%, 미국은 70%가 원작에 기반한 영화를 만든다. 한국의 경우 영화산업 규모에 비해 원작 시장이 작다. 그래서 웹툰에 관심을 갖고 원작자로 활동하는 작가들과 계속 협업을 구상 중이다.

봉이 김선달도 가능하면 웹툰이라는 원천 콘텐츠를 만들고, 이게 통하면 영화나 드라마로 가는 방향으로 향할 것이다.

▶ 창작자로서 기조가 있다면.

-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 결국 창작자는 사이렌과 비슷하다. 사이렌을 울린 사람에게 불을 끄는 기술이 없을 수도 있다. 다만 어디에 불이 났는지 알려 주는 일은 정확하게 할 수 있다.

불을 끄기에 적합한 이들은 불이 난 곳에 가까이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작은 불, 큰 불 가리지 않고 사이렌을 울려야 할 것 같다. 지금은 시대를 환기시키는 작업이 중요한 때로 다가온다. 지금도 불난 곳, 망각된 곳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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