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권별로 공통된 규제를 적용하자는 취지의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대해 큰 틀에서 합의한 여야가 2금융권에만 다른 규제를 적용하겠다는 취지의 수정된 모범규준의 적정성을 따져보겠다는 취지다.
23일 국회 등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금융위원회에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 중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 신설 규정을 보험·증권사 등 2금융권에 적용하지 않기로 수정한 정부의 방침에 대한 설명을 요구할 예정이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달 20일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발표하며 자산 규모 2조원이 넘는 금융회사들은 임추위를 의무적으로 만들어 CEO와 임원들을 추천하도록 한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되면 CEO 등 임원의 자격요건을 미리 설정해야 하기 때문에 관련 분야의 경험과 전문성이 떨어지는 인사들은 CEO로 선임되기 어려워진다. 대기업 오너가 금융계열사 사장단을 마음대로 임명해 온 관행에 제동이 걸리는 것이다.
이런 모범규준이 발표되자 재벌 등 대주주가 있는 제2금융권은 크게 반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상법상 주식회사는 이사회와 주주총회에서 CEO 등을 선임하도록 돼 있는데 임추위를 통해 CEO 후보를 사전에 한정하는 것은 주주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반발은 삼성그룹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범규준이 시행되면 삼성생명과 삼성증권, 삼성카드, 삼성화재 등이 모두 이 기준을 적용받게 되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모범규준에 대한 반발을 담은 전경련 보도자료를 금융권 기자들에게 대신 배포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고, 언론에 모범규준을 반대하는 논리와 관련 자료도 적극적으로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등 재벌들의 전방위 공세 때문인지 금융위는 금융지주사와 은행만을 임추위 신설 대상으로 하는 수정된 모범규준을 시행하기로 하고 24일 정례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확정할 예정이다.
금융위의 이런 입장 변화에 국회는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모든 금융 업권을 포괄하는 규제가 필요하다며 금융당국이 주도적으로 추진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을 검토하고 있는데, 모범규준을 2금융권만 다르게 적용할 경우 지배구조법의 취지와 다른 모범규준이 적용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이에 정무위 내부에서는 "전 금융업권을 통괄하는 규정이 필요하다며 지배구조법을 추진하고 있는 금융위가 '보험 등 2금융권의 상황이 은행과 다르다'며 다른 기준(임추위 신설 규정 제외)을 적용하려는 것은 모순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지배구조법의 취지에 비춰보자면 보험·증권 등 2금융권 역시 금융지주회사와 은행에 적용되는 CEO 선임 규제가 적용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이른바 땅콩회항 논란으로 반기업 정서가 더해지면서 지배구조 모범 규준을 제2금융권에도 이른 시일 안에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