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대표 검색어'…'세월호'와 '미생'

[변이철의 검색어 트렌드⑦] 세월호와 미생

[CBS 라디오 '뉴스로 여는 아침 김덕기입니다']

■ 방 송 : FM 98.1 (06:00~07:00)
■ 방송일 : 2014년 12월 25일 (목) 오전 6:38-47(9분간)
■ 진 행 : 김덕기 앵커
■ 출 연 : 변이철 (CBS 노컷뉴스 문화연예팀장)

▶ 2부 첫 순서는 변이철의 '검색어 트렌드'입니다. CBS 노컷뉴스 변이철 기자 어서오세요. 메리 크리스마스!

=.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메리 크리스마스' 정말 이렇게 인사해야할 것 같네요.

▶ 오늘 변이철 기자가 선정한 '올해의 검색어' 2개를 가지고 오셨다고요.

=. 그렇습니다. ‘벌써 또 한 해가 가나’하는 아쉬움도 있고요. 정말 우리 사회가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보냈구나.’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오늘은 ‘2014년 대한민국 사회’를 검색어를 통해 정리해 보려 합니다.

▶ 올해를 2개의 단어로 요약하셨어요. 세월호와 미생... 이 두 단어로 올해가 다 설명이 되나요?

=. 그렇습니다. 올 한해를 꿰뚫는 단어, '세월호'와 '미생'입니다. 올 한해는 세월호로 상징되는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 불안, 슬픔, 불신이 지배한 한해였고요.

또 '미생'으로 상징되는 우리 사회의 비정규직, 고용 위기, 소외, 차별과 같은 이슈가 끝없이 터져나온 한해라 할 수 있습니다.

지난 4월 16일 오후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해상에서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선수쪽 선저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 모두 침몰한 가운데 구조대원들이 야간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윤성호기자
▶ 올해를 상징하는 키워드 '세월호'...저는 완전히 공감합니다.

=. 아마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텐데요. 첫 번째 검색어 키워드는 ‘세월호 참사’입니다. 다시 기억을 떠올리기도 힘든데요. 침몰사고가 발생한 것은 지난 4월 16일 오전 8시 48분쯤이었습니다.

배에 타고 있던 단원고 학생들이 사고초기부터 애타게 구조를 요청했지만, 당일 구조된 172명을 제외한 304명은 결국 단 한 명도 살아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정말 올 한 해 한국사회에 가장 큰 충격과 슬픔을 안긴 사건이었는데요. 또 국가의 존재 이유가 뭔지를 되묻는 계기도 됐습니다.

▶ 세월호는 여전히 끝나지 않았죠?

=. 예 유가족들의 시계 바늘은 여전히 4월 16일 오전 8시 48분에 멈춰 있는 듯합니다.

현재 일부는 서울 광화문에 농성장을 유지하면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을 계속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 진도 팽목항에도 선체 인양을 요구하며 실종자 9명의 8가족 중 4가족이 조립식 주택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들의 요구는 처음부터 한결 같습니다. “우리의 아들딸들이 왜 그토록 허망하게 목숨을 잃어야만 했는지 그 이유를 제대로 밝혀 달라”는 겁니다.

또 “우리도 진실 규명을 위해 끝까지 노력할 테니... 국민 여러분께서도 잊지 말고 함께 해 달라”는 겁니다.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17일째인 지난 5월 2일 오후 전남 진도항에서 한 실종자 가족이 바다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윤성호기자
▶ 세월호는 우리 시대의 불안과 불신, 갈등, 슬픔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인데... 이 문제가 해를 넘겨서도 잘 풀릴 것 같지 않아요.

=. 그렇습니다. 그런데 새누리당 추천 위원들의 중립성과 독립성에 대해 벌써부터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영화 ‘변호인’의 소재가 됐던 ‘부림사건’ 담당검사와 ‘일베’의 글을 퍼 나르고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반대했던 인사가 조사위원에 포함됐기 때문입니다.

또 새누리당에 공천을 신청했거나 박대통령 인수위에서 활동했던 인사도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세월호 사고는 기본적으로 교통사고다" 지난 7월 새누리당 주호영 정책위의장이 한 말인데요.

교수들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죠.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다’는 뜻의 지록위마가 아마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조돈문 가톨릭대 교수는 “세월호 사태를 사고로 규정해 진실규명을 외면하는 것은 국가의 실패를 감추기 위해 거짓말로 속이는 것”이라고 평했습니다.

▶ 크리스마스 스페셜, 변이철 기자가 선정한 올해의 검색어. 세월호가 첫번째였고 또 하나의 검색어로 미생을 선정하셨어요!

=. 예 ‘미생’입니다. 인턴을 거쳐 계약직이 된 ‘장그래’라는 주인공이 대기업에서 겪는 좌절과 시련을 담은 드라만데요. 많은 찬사를 받으며 지난 주말 종영했습니다.

▶ 많이들 열광하시더라고요. 공감 가는 대사도 많고요.

=. 그렇습니다. 사회적 약자인 이 땅의 ‘을’들을 위로하거나 격려하는 많은 명대사를 남겨 화제가 됐습니다.

“회사가 전쟁터라고? 밖은 지옥이야!”라는 대사도 있고요. 오 차장이 장그래에게 한 “꼭 버텨라 그리고 이겨라!”라는 말도 인상 깊었습니다.

장그래가 어머니를 떠 올리며 한 독백인데요. “잊지 말자. 나는 어머니의 자부심이다. 모자라고 부족한 자식이 아니다”라는 대사도 있었습니다.

일명 ‘땅콩 회항’ 으로 물의를 빚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부지검에 출석하고 있다.조 전 부사장은 지난 5일 대한항공 여객기에서 견과류 서비스에 문제가 있다며 승무원과 사무장에게 폭언을 하고 활주로로 향하던 비행기를 회항하게 한 후 사무장을 내리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황진환기자
▶ ‘미생’의 인기가 많다는 건 그만큼 고통 받는 ‘을’들이 많다는 반증 아닐까요?

=. 그렇습니다. 우리 주변에 고통 받는 ‘을’들의 모습은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최근 서울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에서는 입주민의 비인격적 대우와 언어폭력에 시달린 경비원이 분신해 숨지는 일이 발생했죠.

또 20대 입주민이 ‘자신을 쳐다본다.’는 이유로 아버지뻘 되는 경비원을 폭행해 코뼈가 주저앉는 중상을 입히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또 지금 이 엄동설한에도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은 70미터 굴뚝에 올라가 농성을 벌이고 있고요.

케이블 방송업체 씨앤앰(C&M) 노동자들도 벌써 50일 가까이 서울 파이낸스 빌딩 앞 전광판 위에서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고공농성 중입니다.

▶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땅콩 회항’ 사건도 비슷한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 사실 아무리 조현아 씨가 대한항공 ‘부사장’이자 ‘오너의 딸’이라 하더라도 기업이 총수 일가의 것이 아닌 이상 직원을 하인 부리듯 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회항 당시 비행기에서 내렸던 박창진 사무장은 “그 모욕감과 인간적인 치욕은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며 당시의 참담한 심경을 전했습니다.

장그래 같은 이 땅의 ‘을’들이 없다면 기업은 물론 우리사회도 결코 존립할 수 없을 겁니다.

오늘은 땀 흘려 묵묵히 일하는 이 땅의 을들도 함께 기억하는 따뜻한 성탄절이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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