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A-로드' 강정호(27 · 넥센)와 독점 협상에 나설 팀은 해적 군단(파이리츠)이었다. 피츠버그는 23일(한국 시각)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강정호에 대한 포스팅에 응찰해 최고가에 낙찰받아 협상에 나선다고 밝혔다.
미국 CBS 스포츠의 저명한 야구 칼럼니스트 존 헤이먼도 놀라운 결과라고 할 정도의 깜짝 소식이었다. 피츠버그의 현재 팀 구성상 내야 자원이 당장 필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포스팅 응찰액도 만만치 않았다. 알려진 대로 500만 2015 달러(약 55억 원), 역대 아시아 야수 중 3위에 해당할 정도로 적잖은 액수다. 이 정도면 연봉 역시 비슷한 수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3년 300만 달러만 잡아도 총액 1500만 달러 수준이다.
과연 피츠버그의 계산은 무엇일까. 도대체 어떤 이유로 한국 최고의 유격수 영입을 결정한 것일까.
▲'내야 주전 탄탄' PIT, 왜 강정호를?
MLB 전문 송재우 해설위원 역시 일단 "예상을 완전히 뒤엎었다"며 피츠버그의 과감한 결정에 혀를 내둘렀다. 피츠버그는 모두 주전 내야수의 자리가 차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강정호의 포지션인 유격수는 조디 머서(28)가 있다. 머서는 올해 149경기 타율 2할5푼5리 12홈런 55타점을 올렸다. 유격수로 144경기 출전해 수비율이 9할8푼2리였는데 MLB 전체 5위였다.
2루수는 닐 워커(29)가 버티고 있다. 137경기 타율 2할7푼1리 23홈런 76타점을 올렸다. 3루수도 조시 해리슨(27)이 올해 143경기 타율 3할1푼5리 13홈런 52타점의 활약을 펼쳤다.
이런 구도로만 보면 검증이 덜 된 강정호는 일단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 강정호가 맡을 수 있는 내야 세 자리가 모두 주전이 탄탄하다. 피츠버그의 2루와 유격수 백업 자원으로는 션 로드리게스(29)가 있다.
하지만 피츠버그가 내야 백업 멤버를 영입하자고 거액을 쓰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송 위원은 "포스팅 비용 500만 달러에 연봉까지 최소 1500만 달러 가까운 돈을 쓴다면 분명히 주전 가능성을 본 것"이라면서 "백업 자원을 쓰자면 더 낮은 금액으로도 데려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복 있는 주전 유격수 자리 꿰차야
송 위원은 "머서가 주전 유격수로 활약했지만 사실 올해 전반기에는 부진해서 밀려날 것이라는 말이 있었다"면서 "다행히 후반기 살아났지만 기복을 보였기 때문에 한 시즌 주전으로 의문 부호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강정호와 주전 경쟁을 시키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머서는 2012년 빅리그에 데뷔한 3년차다. 빅리그 경험이 2012년 42경기, 지난해 103경기로 늘었고, 올해 처음 풀타임 빅리거가 됐다. 완전히 검증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 송 위원은 "강정호가 2, 3루 주전을 밀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주전 경쟁을 한다면 차라리 유격수가 더 나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상대적으로 2루의 벽이 더 높다. 주전 워커는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5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에 2할 후반대 타율을 꾸준히 올려주고 있다. 송 위원은 "더욱이 워커는 피츠버그가 고향으로 충성심이 대단히 높은 선수라 팀의 신뢰가 가장 높다"고 말했다.
그런 면에서 차선책은 3루다. 주전 해리슨도 올해 주전으로 도약한 케이스. 타격 주요 지표에서 모두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송 위원은 "유격수가 아니라면 3루수를 경쟁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물론 이 모든 시나리오는 강정호가 순조롭게 MLB에 적응했을 경우다. 중요한 것은 내년 스프링캠프에서 주전 경쟁을 이겨내야 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