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에 온 산타…국내 증시는 외면하나

산타클로스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국내 증시엔 아직 배달되지 않고 있다.


미국 뉴욕 등 전 세계 증시는 요즘 '산타 랠리'(소비시즌인 크리스마스 전후 연말과 연초 주가 강세 현상) 기대감에 부풀어있다.

전날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가 미국 경제의 낙관적인 전망에 힘입어 동반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54.64포인트(0.87%) 상승한 17,959.44,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는 7.89포인트(0.38%) 오른 2,078.54로 각각 마쳤다. 여기에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 증시도 동반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선진국 증시의 이런 분위기는 국내 증시까지 전해지지 않고 있다.

23일 오전 코스피와 코스닥은 약보합권에 머물고 있다.

특히 코스피는 지난 18일 1,900선이 붕괴된 뒤 바로 회복했으나 1,940선에서 맴돌고 있다. 외국인투자자들이 좀처럼 국내 증시로 복귀하지 않으면서 수급 체력이 약해진 탓이다.

외국인은 이달 중 유가증권시장에서 올해 들어 월간 최대치인 2조원대의 순매도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의 주식 매도는 러시아의 금융 불안과 그리스 정쟁 우려, 제일모직[028260] 상장에 따른 차익시현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데 따른 것이다. 최근에는 유럽계 조세회피지역 소재 자금이 국내에서 빠져나간 것으로 분석된다.

일부 전문가는 유럽의 투자심리 개선과 연말 배당 투자 기대감 등으로 외국인 등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유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 완화(QE) 실행이 기정사실이 돼 유로존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있어 국내 증시의 외국인 매도세도 점점 누그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유가 하락이 둔화하는 데다 유로존의 위험관련 지표도 하락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오는 29일 배당락이 다가오면서 배당을 노린 프로그램 매매의 매수세 유입도 기대되며 연말 대차 거래잔고 감소세가 가속하면 매수세가 유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말이라고 해서 국내 증시가 해외 증시의 랠리에 동조화를 보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대외 변수는 상대적으로 약화했으나, 올해 4분기 상장사 실적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면서 투자심리를 제한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매크로팀장은 "연말이라는 계절적인 요인에 대한 기대감이 있지만, 기업 실적 부진과 신흥국 위기, 환율 불안 등의 증시 주변을 둘러싼 여건은 달라지지 않았다"며 "다른 나라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부진하다고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배당 기대감만 살아 있고 다른 호재는 없다"며 "미국 기업과 달리 국내 상장사들의 올해 4분기 실적이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코스피는 연말과 연초에도 박스권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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