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사자성어 왜 '지록위마'가 선정됐을까?

교수들 "위선이 진실을 가리는 해였다고 평가"

지록위마 추천한 곽복선 교수 "사슴도 말도 구분 못하는 청맹과니"

해마다 연말이면 <교수신문>이 올해의 사자성어를 선정해 발표한다. 박근혜 정부 2년차인 올해는 '指鹿爲馬'(지록위마)가 선정됐다. (사마천의 『사기』중 「진시황본기」)

지록위마는 처음에는 윗사람을 농락하는 것을 일컫는 뜻이었으나 지금은 흑백이 뒤바뀌고 사실이 호도되는 것을 일컫는 말로 쓰인다.

그렇다면 왜 교수들은 '지록위마'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추천하고 선택했을까?

'指鹿爲馬'를 추천한 경성대 중국통상학과 곽복선 교수는 '지록위마'를 추천한 이유에 대해 "올 한해 우리는 이 사회에서 벌어졌던 그 수많은 일들의 진정한 내용을 알 수 있을까? 일점일획도 틀림없이 그 참 모습을 알 수 있을까?"라고 반문하면서 "사실이라고 믿고 있는 것들이 사실은 각자 자기의 렌즈로 해석하는 것일 뿐, 아무도 참모습을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곽 교수는 "2014년은 연말까지도 '지록위마'가 거듭됐다. 우리는 사슴을 보기나 했던 것일까. 경마장에서 말만 봐왔기 때문에 모든 짐승들이 '말'로 보이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사슴도 말도 구분 못하는 청맹과니들로 이뤄져 있는 사회는 아닐까?" 라는 의문을 제기하면서 "2014년은 우리 가슴을 '말'로 가득 채웠던 한 해 였다. 우리 삶을 수많은 '말'들이 밟고 또 밟고 지나갔다. 우리는 '말'만 보았지 '말'의 본 모습은 보지 못했다"라고 질타했다.

가톨릭대 사회학과 조돈문 교수는 "세월호 사태의 본질은 자본 규제와 인명구제에 실패한 국가의 실패다. 정부가 사고로 규정해 진실규명을 외면하는 것은 국가의 실패를 감추기 위해 거짓말로 속이는 것"이라며 국가권력이 실체를 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제대 사회체육학과 김진홍 교수는 술수만 난무하는 현재 상황을 빗대 "굳이 말로 표현할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말했고 제주한라대 간호학과 정민 교수는 "정치계의 온갖 갈등이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대통령 스스로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일컫는 형국" 이라고 비판했다.

'指鹿爲馬'는 <교수신문>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응답한 724명의 교수 중 27.8%인 201명이 선택했다. '지록위마'의 뒤를 이은 건 '削足適履'(삭족적리)로 23.5%가 선택했다. 발을 깎아 신발에 맞춘다는 (『淮南子』 券17 「說林訓」) 뜻으로 원칙부재의 우리 사회를 가장 반영한 사자성어라는 평가다.

'至痛在心'(지통재심)과 '慘不忍睹'(참불인도)가 각각 20.3%와 20.2%로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의미한다. '지통재심'은 "지극한 아픔에 마음이 있다는 뜻"이고 '참불인도'는 "세상에 이러한 참혹한 일은 없다"는 뜻이다.

'지통재심'을 추천한 숭실대 철학과 곽신환 교수는 "세월호 사건이 우리의 마음에 지극한 아픔으로 남아 있다"면서 "정치 지도자들이 지녀야할 마음이자 자세"라고 밝혔고 '참불인도'를 추천한 고려대 한문학과 김언종 교수는 "세월호 사고처럼 충격적인 일은 없었다. 이를 늘 기억하고 나라를 재정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추천의 이유를 말했다.

박근혜 정부 1년차인 2013년에는 '순리를 거슬러 행동한다'는 뜻의 '도행역시(倒行逆施)'가 선정됐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첫 해에는 국민들의 기대와는 달리 역사의 수레바퀴를 퇴행적으로 후퇴시키는 정책과 인사를 고집하는 것을 염려하고 경계한다는 의미로 올해의 사자성어로 추천되고 선정됐는데 2년차에는 위선이 진실을 호도하고 가린다는 의미의 '지록위마'가 선정됐으니 우려와 걱정이 앞서는 건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 노무현 정부에서부터 박근혜 정부 2년차까지의 올해의 사자성어

2003년 右往左往(우왕좌왕)
2004년 黨同伐異(당동벌이)
2005년 上火下澤(상화하택)
2006년 密雲不雨(밀운불우)
2007년 自欺欺人(자기기인)

2008년 護疾忌醫(호질기의)
2009년 旁岐曲逕(방기곡경)
2010년 藏頭露尾(장두노미)
2011년 掩耳盜鐘(엄이도종)
2012년 擧世皆濁(거세개탁)

2013년 倒行逆施(도행역시)
2014년 指鹿爲馬(지록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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