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미생] 지상파와 달랐던 제작 공식

러브라인, 톱스타, 쪽대본…3無 미생

원작 만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드라마 '미생'이 20일 종영했다. '미생'은 인턴과 계약직, 신입사원 등 직장 내 '을'들이 처한 현실과 아픔을 잘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CBS 노컷뉴스는 드라마 '미생'이 우리 사회에 던진 메시지를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甲 판치는 세상, 미생이 울린 경종
② '미생들'이 꼽은 '미생' 명대사와 그 이유
③ 40대 직장인 "오차장? 현실엔 없는 인물!"
④ 지상파와 달랐던 '미생' 제작 공식
⑤ 드라마 미생, 톱스타 없어 더 뭉클했다
⑥ 웹툰 팬들의 아쉬움, 드라마에 빠진 이 장면
⑦ 제작부터 종영까지…숫자로 본 '미생'의 모든 것

드라마의 대세가 지상파에서 케이블로 기울고 있다. 올해만 돌아봐도 지상파 드라마보다 케이블 드라마가 더욱 기억에 남는다.

‘응답하라 1994’와 ‘미생’ 등 케이블 쪽은 승승장구하고 있는데 지상파는 고개를 들기 힘든 형편이다.

심지어 SBS는 주말드라마를 내년 5월에 폐지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낮은 시청률로 광고수입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왜 시청자들은 지상파 드라마에 등을 돌리고 케이블 드라마를 선택한 걸까. 그 이유를 20일 종영된 드라마 미생을 통해 살펴봤다.

◇ 러브라인이 없다

(황진환 기자)
“미국 드라마에서는 형사가 나오면 형사가 수사를 하고, 의사가 나오면 의사가 진료를 한다. / 일본 드라마에서는 형사가 나오면 형사가 교훈을 주고, 의사가 나오면 ​의사가 교훈을 준다. / 한국 드라마에서는 형사가 나오면 형사가 사랑을 하고, 의사가 나오면 의사가 사랑을 한다.”

한때 인터넷에서 떠돌던 미국, 일본, 한국의 드라마 특징을 비교한 글이다. 한국 드라마에 반드시 등장하는 ‘러브 라인’에 대해 비꼬는 글이기도 하다.

드라마 ‘미생’은 한국 드라마의 제작 공식이라 할 수 있는 러브 라인이 배제된 것으로 화제를 모았다.

'미생'의 원작 만화를 집필한 윤태호 작가는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지상파가 아닌 케이블을 선탁한 이유를 ‘러브 라인’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윤 작가는 "지상파에서 찾아오셨던 분들은 앉자마자 하는 이야기가 ‘러브 라인 안 나오면 안 됩니다’라고 말씀들을 하셨습니다. 왜냐하면 그만큼 압박이 있는 거죠"라고 말했다.


만약 미생에 러브 라인이 있었다면 흔한 사내 연애 드라마가 됐을 것이고, 지금처럼 직장인 남성들에게 ‘반드시 봐야 할 드라마’라는 평가조차 받지 못했을 것이라는 상당수 사람들의 예측이다.

◇ 스타가 없다

만약 미생이 지상파에서 방영됐다면 임시완은 장그래 역할을 맡지 못했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임시완은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이나 영화 ‘변호인’ 등을 통해 이름을 알리긴 했지만 아직은 지상파 주연급은 아니라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방송 관계자들의 평가이다.

제작한 드라마를 중국 등 해외에 팔기 위해서라도 한류 스타를 주인공으로 썼을 것이고, 이 과정에서 소속사의 끼워 팔기가 함께 진행됐을 것이다.

그렇다면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의 줄임말)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최고의 싱크로율을 보이고 있는 김동식 대리와 한석률 역에 김대명 씨와 변요한 씨는 캐스팅조차 안 됐을지도 모른다.

◇ 쪽대본이 없다

쪽대본 없는 드라마 '미생' 촬영 현장. (제공 사진)
지상파 드라마 제작 과정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쪽대본’이 없었다는 점 역시 ‘미생’의 완성도를 높이고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는 데 기여했다.

'미생'의 대본은 거의 집필이 끝난 상태에서 쪽대본 없이 촬영에 임했다.

쪽대본은 책으로 만들어진 정식 대본이 아닌 한두 쪽 자리의 대본을 말하는데, 드라마 촬영이 생방송처럼 급박하게 진행되면서 어느새 일반화됐다.

이 쪽대본 때문에 연기와 연출의 앞뒤 연결이 맞지 않고 옥에 티가 수차례 나온다. 이러니 배우와 연출은 실력이 부족하다는 평을 듣는다.

방송 관계자들은 이 쪽대본을 현 지상파 드라마를 망치는 가장 큰 요인으로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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