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어느 날, 아파트에서만 살던 재모네 가족은 마당이 있는 집을 짓기로 하고 건축가와 상담한다. 일주일 후 건축가는 아빠와 재모가 원했던 "강아지와 함께 놀 수 있는 마당"과 오보에 연주자인 엄마가 바랐던 "오보에 연습실"을 갖춘 3층집의 설계도를 그려왔다.
두 달 후 풀만 자라던 빈 땅은 콘크리트로 덮여졌고, 그 위에 철근이 박혔다. 집의 뼈대도 세워졌다. 여름 무렵이 되자 집 내부가 속속 완성됐다. 바닥에는 쇠파이프가 깔리고, 전깃줄이 여기저기 연결됐다. 난상토론(?) 끝에 바닥과 벽지 색도 골랐다. 이삿짐을 정리한 다음 마당에 꽃과 나무를 심고, 강아지 '모모'를 위한 집까지 만들자 비로소 '땅콩집 프로젝트'가 완성됐다.
고 구본준 기자는 설계, 기초 쌓고 뼈대 만들기, 전기공사와 난방공사, 마당 꾸미기 등 집 짓는 과정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냈다. 현장소장, 공사장 인부, 인테리어 디자이너, 이삿짐센터 직원, 조경사 등 건축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아이들이 노동의 가치를 깨닫게 하는 건 이 책의 또 다른 미덕이다. 김이조 씨의 동글동글 귀여운 그림 역시 가족의 행복한 일상을 다룬 이야기와 잘 어울린다.
건축만화 스토리를 쓰고 싶어했던 고 구본준 기자와 나무처럼 소리 없이 꽃을 피우며 살고 싶어하는 김이조 작가의 꿈이 합쳐져 읽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고 구본준 기자는 2014년 11월 12일 세상을 떠났다.
창비의 사람이 보이는 사회 그림책 시리즈의 네 번째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