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① 甲 판치는 세상, 미생이 울린 경종
② '미생들'이 꼽은 '미생' 명대사와 그 이유
③ 40대 직장인 "오차장? 현실엔 없는 인물!"
④ 지상파와 달랐던 '미생' 제작 공식
⑤ 드라마 미생, 톱스타 없어 더 뭉클했다
⑥ 웹툰 팬들의 아쉬움, 드라마에 빠진 이 장면
⑦ 제작부터 종영까지…숫자로 본 '미생'의 모든 것
잡지사에 근무하는 A(28, 여)씨는 미생을 본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그는 "드라마를 처음 볼 때에는 스타급 배우들이 안 나와 다소 낯설었지만 주요 배우들이 모두 열정적으로 연기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고 더욱 친숙하고 정이 갔다"고 말했다.
◈ '미생' 주요 출연배우들도 '완생'으로 성큼
미생의 주요 출연배우들도 냉정한 연예계에서 상당기간 '을'의 입장에 있던 처지여서 더욱 관심이 쏠린다.
'미생'의 김원석 PD는 "'장그래 역을 톱클래스가 하면 좋겠다'고 생각해 많은 톱배우들과 접촉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그래 역할을 캐스팅 한 것은 임시완 자신이다. 임시완이 스스로 자기 복을 가져 갔다."고 평가했다.
임시완이 드라마 '해를 품은 달'과 영화 '변호인' 등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장그래 역을 맡기 전까지 '톱스타'와는 거리가 먼 배우였다.
주인공 장그래 역을 놓친 톱배우들은 지금쯤 땅을 치면서 통곡할 지도 모를 일이다.
오차장 역을 맡은 이성민은 지난 2004년 37세의 늦은 나이에 충무로에 데뷔했다. 그는 한 지상파 방송에 출연해 "배가 고파서 몇 번이나 운 적이 있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또 "500만 원을 생활비로 쓰려고 보증금 2000만 원짜리 전세에서 1500만 원짜리로 옮겨 부인이 눈이 퉁퉁 부을 정도로 운 적이 있다"고도 했다.
장그래를 살뜰히 챙기는 김대리 역으로 나오는 김대명도 대학시절부터 연극무대에서 활동한 연기파 배우다.
특히 영화 '더 테러 라이브'에서 하정우를 괴롭히던 범인의 목소리 역을 맡아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장그래의 동기로 나오는 변요한 역시 여러 편의 단편과 독립영화를 통해 탄탄한 기본기와 연기 내공을 쌓은 배우다. 최근 2014 독립영화제에서는 '독립스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은 "선과 악, 반항과 순응이 묘하게 교차하는 얼굴을 가진 변요한의 연기는 아주 뛰어났다"고 극찬한 바 있다.
이밖에도 안영이 역을 맡은 강소라와 장백기 역을 맡은 강하늘 역시 다수의 영화에 출연하며 바닥에서부터 서서히 실력을 인정받아 오다가 드라마 '미생'으로 꽃을 활짝 피운 경우다.
한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미생을 보면서 예전에는 흥행보증수표였던 '스타캐스팅'이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청자의 눈높이가 크게 올라간 만큼 작품의 완성도가 높지 않으면 아무리 스타들을 동원한다 해도 실패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화평론가 김성수 씨는 오히려 스타들을 캐스팅하지 않은 것이 드라마 '미생'의 한 성공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원작 만화를 드라마나 영화로 재탄생시킬 때에는 만화에 등장하는 인물과 싱크로율이 높은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데 '미생'은 그 부분에서 매우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그는 "미생은 톱스타보다는 연기력이 있고 싱크로율이 높은 배우들을 캐스팅하면서 시청자들이 마치 만화를 보듯 여백을 채워가며 자신과 등장인물을 동일시하게 만드는 효과를 극대화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