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문제점은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주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당시 지적됐던 이른바 '깜깜이 인사'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 여권 내의 평가다.
새누리당 수도권의 A 3선 의원은 19일 CBS노컷뉴스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집권간 중고위공직자 인사 실패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등 인사를 너무 못하는 것 같다"면서 "워낙 베일에 가려져 이유를 명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인사는 여전히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고 사고원인이 사회 속에 누적돼 온 적폐라는 지적이 거세게 일자 박근혜 대통령은 한 달 뒤인 5월 22일 안대희 전 대법관을 총리후보자로 지명했지만 변호사 시절 고액수임료에 발목이 잡혀 자진사퇴했고 뒤이어 6월 들어서는 대안으로 기용한 문창극 총리후보자 역시 친일발언으로 사퇴하기에 이르러 헌정사상 유례가 없는 총리후보자 줄낙마 사태가 빚어졌다.
7.30재보선을 앞둔 상황에서 인사문제로 여권 지지율이 급락한다는 아우성이 새누리당에서 터져나오자 급기야 사표를 낸 정홍원 총리를 데려다 다시 앉히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인수위 시절 워낙 철저하게 보안에 부쳐진 채 인사가 이뤄지다 보니 박근혜 당선인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L, J, P씨 등 특급참모들조차 인사내용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 이 때문에 당선인이 공조직을 배제시킨 채 15년 동안 자신을 보좌해온 측근그룹과 비선실세를 데리고 은밀히 인사를 진행한다는 설이 파다했다.
영남권의 친박계 B 중진은 19일 박근혜정부의 인사시스템과 관련해 "인사가 체계적인 시스템에 의해 이뤄지는 지 소수에 의한 것인 지 드러난 정보가 없는 상황이라서 아무도 자신을 못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그 사람들은(대통령 측근) 인사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대통령 주위에서 모든 정보의 통로역할을 하다보면 권한을 남용할 소지가 있고 인간이기 때문에 때로는 눈에 안보이게 적정선을 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특히,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문체부 국·과장을 인사조치하게 됐다'는 폭로를 두고는 현 정부의 인사관리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B 중진은 "인사도 문제고, 퇴직한 사람들에 대한 배려차원에서 인사후속조치도 따뜻하게 해줘야 하는데, 유진룡 전 장관도 그렇고 무자비하게 내쳐진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도 그렇고 전직 국무위원이 대통령에게 누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등 과거에 없던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고 말했다.
두 경우 모두 퇴직인사들이 발단이 돼 결국 정권 핵심부가 위기상황에 처하긴 마찬가지 상황으로 정권에 몸담았던 사람들조차 적으로 돌리는 현상에 대한 우려가 크다.
정권 출범 후에도 인사잡음이 끊이지 않고 실패가 줄을 잇자 두고만 보던 국민들도 점차 박근혜정부에 대한 지지를 유보하는 현상이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이재만 총무비서관은 청와대 행정관리를 총괄하는 직책을 맡고 있지만 대통령의 최측근 보좌진이라는 점에서 대통령 비서실장과 정무무석, 인사수석, 민정수석 등이 멤버로 참여하는 청와대 인사위원회의 정식멤버로 임명돼 활동 중이다. 문건파동에서 드러난 의혹만 놓고 보면 이 비서관이 큰 영향력을 갖고 있음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집권 초부터 인사피로감이 누적된 데다 집권 2년차인 올해 들어 세월호참사가 터지고 측근비선실세 국정농단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민심은 광범위하게 이반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한국갤럽 조사결과(12월 16일~18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은 긍정평가37%, 부정평가 52%로 긍정평가가 40%아래로 곤두박질쳤다. 특히 여권의 아성이라고 할 수 있는 대구경북(부정평가 46%)과 부산울산경남(부정평가 53%)조차 부정평가가 급증해 지지층 단속에 비상이 걸린 형국이다. 문건 유출파문의 영향이 있겠지만 이 정도면 위험수위다.
이런 상황을 감안한 듯 집권세력 내부는 말할 것도 없고 새누리당과 보수언론까지 대통령이 소통과 인사방식의 일대전환을 시도해야 한다는 요구를 봇물처럼 쏟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