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조 전 부사장이 대한항공 1등석 항공권을 무상으로 이용했을 수 있다며 18일 업무상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경실련은 "출장이 아닌 사적 목적으로 1등석 항공권을 몇차례 무상으로 이용했다면 임원으로서 회사에 손해를 끼친 업무상 배임이며 사적으로 이득을 취한 업무상 횡령으로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19일 "조 전 부사장이 사적으로 항공편을 이용한 것은 연간 1∼2차례 정도로 항공료에서 본인이 부담해야 할 부분은 다 냈다"고 진화에 나섰다.
회사 임직원은 빈 좌석이 있으면 개인 용도로 연간 35차례까지 좌석 클래스와 상관없이 일반석 항공권 요금의 약 10%를 내고 항공편을 이용한다는 것이 대한항공의 설명이다.
다만 임원의 경우 직급에 따라 1등석이나 비즈니스석을 이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대한항공의 일등석 왕복 항공권 정상운임은 뉴욕∼인천 노선의 경우 약 1천300만원이다. 이번 '땅콩 회항' 사건 때는 조 전 부사장이 출장 중이었지만 개인적 여행이었다면 일반석 요금(약 300만원)의 10%가량인 30만원 정도를 냈을 것이라는 것이다.
전무 이상은 1등석을, 상무와 상무보는 비즈니스석을 이용할 수 있는데 1등석은 대부분 자리가 남아도는 편이라고 대한항공은 설명했다.
대한항공 측은 국내외의 많은 항공사가 임직원 할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터진 이후 대한항공이 조직적으로 진실을 은폐한 정황이 드러난 것을 보면 조 전 부사장의 1등석 이용에 대한 해명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김한기 경실련 경제정책팀 국장은 "대한항공의 초기 증거인멸 시도를 보면 신뢰성 있는 주장이 아니다"면서 "개인 여행을 가면서 서류상으로는 출장을 간 것으로 조작했을 가능성도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한항공은 조 전 부사장이 작년 원정출산을 하러 하와이에 갈 때도 전근 인사발령 형태를 취한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1등석 무상 이용 의혹도 결국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한편 대한항공 임원의 항공권 혜택이 대다수 직원과 비교해 너무 큰 것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전무 이상 임원이 타는 1등석은 대부분 좌석 여유가 있어 이용하는데 제약이 없지만 특히 성수기에 좌석 여유가 별로 없는 일반석을 이용해야 하는 직원에게는 빈자리가 없어 '그림의 떡'인 경우가 왕왕 발생한다.
대한항공 직원들 사이에서는 부모님을 모시고 공항에 갔다가 만석이라 집으로 돌아왔다든가 외국 여행을 갔다가 귀국할 때 빈자리가 없어 낭패를 겪은 일 등이 두루 회자된다.
좌석을 사전에 예약하려면 요금의 10%가 아닌 50%를 내야 하므로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이 직원들의 설명이다.
한편 대한항공은 퇴직 임직원에게도 재직기간의 절반에 해당하는 기간만큼 연간 8차례 항공권 혜택을 준다. 항공권 클래스는 퇴직 때의 클래스와 동일하다.
회사를 떠난 조 전 부사장은 재직기간(16년)의 절반인 8년간 매년 8차례 1등석을 이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