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5도의 추위에도 통진당 당원과 지지자 500여 명은 이날 오전 9시쯤부터 안국동 사거리 래미안 갤러리 앞 인도에 앉아 해산 반대를 호소했다.
통진당 오병윤 의원은 "헌법재판소가 민주주의를 지켜낼 판결을 내리리라고 확신한다"면서 "통합진보당은 오늘 결정을 넘어 국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위해 더 많은 땀을 흘릴 것"이라고 당원들을 다잡기도 했다.
같은 시각 어버이연합과 자유청년연합 등 우익단체 회원 500여 명도 통진당 당원들이 모인 안국동 사거리 맞은편 주유소 앞에 모여 통진당 해산을 촉구했다.
이들은 "대한민국에 맞지 않는 좌익정당을 해산하라"며 "종북세력을 완전히 몰아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는 산발적으로 일부 우익단체 회원들이 헌법재판소 진입을 시도하면서 여러 차례 경찰과 충돌을 빚기도 했다.
오전 10시 40분쯤 해산 결정이 나오자 통진당 측에서는 탄식과 한숨이, 우익단체 측에서는 환호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대형 스크린을 통해 헌재 결정을 지켜보던 통진당 지지자들은 옆 사람을 끌어안고 어깨를 다독이며 위로하는가 하면, 붉어진 눈시울에 흐르는 눈물을 훔치는 당원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헌재를 나서 지지자들을 찾은 이정희 대표는 "박근혜 정권은 박정희 정권 18년 군사독재의 뒤를 이어 당선 2년째인 오늘 독재로 나아갔다"며 "헌법재판소가 허구와 상상에 기초해 만들어낸 판결문으로 대한민국을 전체주의로 가게 하는 빗장을 열고야 말았다"고 규탄했다.
이어 "오늘 통합진보당은 독재정권과 헌재 결정에 의해 해산당했고, 정권은 우리의 손발을 묶으려 들 것"이라면서 "오늘 패배의 책임은 민주주의의 승리로 이끌지 못한 제가 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진보당을 해산시킨다고 진보정치를 만들며 품었던 꿈을 해산시킬 수 없다"며 "꿈도 사랑도 포기할 수 없기에 우리 자신과 국민을 믿고 평등과 통일의 진보정치의 길로 가자"고 호소했다.
이를 지켜보던 당원들은 이정희 대표의 이름을 연호하는가 하면 "정치 보복 사법 살인 박근혜는 퇴진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삶의 일부가 무너져버린 느낌"이라는 통진당 당원 임헌용(46) 씨는 "도저히 말이 나오지 않는 결과"라며 "민주주의 국가에서 다양한 의견이 존재해야 하는데, 헌재가 다른 의견을 배제하고 없애버리는 방식은 민주주의라고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통진당 당원 김숙경(43) 씨도 "민주주의 기본원칙이 나와 다른 사람을 인정하는 다원주의인데 자신과 다른 정치적 입장과 견해를 인정하지 않은 판결"이라며 "'한국이 이 정도밖에 안 되나' 실망스럽고 참담하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쏟아냈다.
그러나 우익단체 회원과 지지자들은 "'종북 정당' 해산은 당연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한 우익단체 회원은 "온당치 못한 정당은 해산해야 한다"며 "친북·종북세력은 대한민국에서 살 자격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우익단체 회원 역시 "통진당은 공산당으로, 자유민주주의에서 있을 수 없는 정당"이라며 "당연히 해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상 초유의 정당 해산 판결을 지켜본 시민들의 반응도 엇갈렸다.
대학생 강지연(20) 씨는 "너무 심한 판결로 통진당 입장에서는 과한 판결이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정치적 분위기를 몰아 속전속결로 정당을 없애버렸다"고 지적했다.
반면 시민 정 모(72) 씨는 "우리 사회를 위해 잘 된 일이다. 여러 사회 갈등이 많은데 부정적인 단체가 해산된 건 당연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