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부당해고…불황 출판계 덮친 악재

[2014 문화 10대뉴스⑩] 출판계, 고질병 도지다

올해 문화계에서는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2014년을 마무리하는 의미에서 CBS노컷뉴스가 문화(공연, 출판, 미디어, 문화일반)계의 다양한 이슈들을 묶어 '올해의 10대 뉴스'를 선정했다. [편집자 주]

<연재 순서>
①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② 새 도서정가제 시행
③ 표현·언론의 자유 - 홍성담 화백 ‘세월 오월’, 손문상 화백 '공주님, 개 풀었습니다'
④ 공연 중단사태 빚은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
⑤ 세월호 참사, 애도하는 문화계
⑥ 본질은 잊고, 재미만? 아이스버킷 열풍
⑦ 이미지 망가진 국립현대미술관·서울시향
⑧ 그림책 <구름빵> 저작권 논란
⑨ 도 넘은 정부의 언론 길들이기
⑩ 출판계, 고질병 도지다

자료사진
침체한 출판계는 직장 내 성추행, 사재기, 부당해고 문제가 불거지면서 분위기가 더 가라앉았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등 자기계발서로 유명한 출판사 '쌤앤파커스'는 사내에서 일어난 여직원 성추행 사건이 지난 9월 공론화 되면서 대중의 비난을 샀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2012년 9월, 이 회사 고위간부는 당시 수습사원으로 있던 피해자와 정규직 전환을 위한 최종 면담 형식의 술자리를 가진 후 자신의 오피스텔로 유인해 성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사내 성추행 사건과 2차 가해로 인해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된 피해자는 작년 7월, 자신과 제2 피해자의 성추행 피해 사실을 폭로한 뒤 사직했다.

하지만 이 회사 박시형 대표는 검찰이 이 사건에 대해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하자 가해자를 은근슬쩍 복귀시켰다.

여론이 악화하자 박 대표는 지난 9월 '피해자께 사죄한다'는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이후 서울고등법원에 제출한 재정신청 과정에서 다시 가해자 편에서 진술서를 써주며 가해자가 무혐의 처분을 받는데 힘을 실어줬다.

박 대표는 11월 24일 회사를 매각하고, 대표직을 사임했다. 그러나 퇴임사에서 "그동안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면서도 "진실은 오래지 않아 밝혀질 것"이라며 사내 성추행 피해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피해자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를 기대했던 이들을 실망시켰다.

고질병인 '사재기' 병폐도 여전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산하의 출판유통심의위원회는 지난 9월 자기계발서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과 '말공부', '월급쟁이 부자들' 등 세 권에 대해 사재기라고 의결했다.

해당 출판사는 외부 인사가 온라인 서점을 통해 수 개월간 동일한 배송지나 아이디로 책을 구매한 후 인터넷 중고장터에 곧바로 되팔도록 해 베스트셀러로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지난 3월에는 '99℃'와 '느리게 더 느리게' 두 권이 사재기로 의결된 바 있다.

사재기를 통한 베스트셀러 조작이 근절되지 않자 교보문고는 지난 9월 베스트셀러 집계 방식을 해당 주간 판매량에서 누적 판매 부수로 바꿨다. 사재기를 예방하고, 책의 수명을 늘리기 위한 조치라고 교보문고는 밝혔다.

일각에서는 한 회사의 목록이 아닌 전국적인 통계를 바탕으로 신뢰할 만한 목록을 만드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한다.

또 지난 3월에는 대형 출판사 민음사가 직원 6명을 해고했다가 이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되자 사흘 만에 해고를 철회하기도 했다. 출판계에 만연한 부당해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4월 전국언론노조 출판노조협의회가 출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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