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정부는 루블화 가치 폭락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금융 안정화 대책을 잇따라 발표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17일 (현지시간) 금융 시장 안정화를 위한 '금융 부문(은행) 안정성 강화 지원 대책'을 내놨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금융기관들의 안정성 강화 지원을 위해 내년에 은행들의 자본금 확충 조치를 취하도록 할 방침이다.
또 은행과 기업들의 대외채무지불 차질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외화 자산 공여를 확대하는 조치도 취하기로 했다.
러시아 재무부도 국고에 보관중인 외화를 매각해 환율 방어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알렉세이 모이세예프 재무차관은 "현재 금융 시장에서 루블화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다"면서 "재무부 국고 계좌의 70억달러를 시장에 매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무부와 중앙은행의 잇따른 발표 이후 지난 폭등하던 루블화 환율은 다소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9일 기자회견을 열어 금융시장 불안에 대한 대책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12월 정례회의 결과가 외환시장에서 통화 긴축 선호쪽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18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인 1094.9원보다 5.1원 오른 1100.0원에 개장했다. 오후 1시 현재 전날보다 9.8원 오른 1104.7원에 거래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8일(한국시각) 새벽 현행 연 0∼0.25%의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했다는 FOMC 회의 결과를 발표했다.
사흘 연속 하락했던 미국 뉴욕증시는 반등했고,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18엔대 후반까지 상승하면서 원·달러 환율도 동반 상승했다.
그러나 FOMC 회의결과가 매파적이라고 단정하기에는 이른 만큼 달러화의 장중 추가 상승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러시아, 신흥국 위기 속 한국 금융시장 '평정심'
러시아발 금융시장 혼란 속에서 한국 금융시장은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
주가와 환율의 흐름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국가부도위험 지표는 아시아 국가중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신흥국 시장 불안이 일부 아시아 국가로도 전이되면서 태국 증시는 8.6%(8위), 말레이시아 증시는 8.5%(9위) 각각 떨어지는 등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외환시장에서도 아시아 주요 신흥국의 통화 가치는 급락했다. 인도네시아의 달러화 대비 화폐 가치는 12월 들어 4.8% 떨어졌고 말레이시아는 3.3% 하락했다. 싱가포르와 태국, 대만 등은 0%대로 평가절하됐다.
이 기간 원화는 1,107.9원에서 1,086.7원으로 1.9% 절상되는 등 한국 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에도 한국의 국가 부도위험 지표는 일본보다도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의 5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에 붙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의 17일(미국 현지시간) 종가는 51bp(1bp=0.01%p)로 전날보다 4bp 하락했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기업이나 국가가 부도났을 때 손실을 보상해주는 파생상품으로여기에 붙는 가산금리인 CDS 프리미엄이 떨어진다는 것은 발행 주체의 부도 위험이 그만큼 낮아진다는 뜻이다.
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CDS 프리미엄은 일본 69bp, 중국 83bp, 태국 100bp, 인도네시아 158bp 등으로 한국이 가장 양호하다.
금융당국은 우리나라가 러시아와 직접적인 교류 규모가 크지 않은 점 등으로 볼때 러시아발 금융불안이 한국 시장으로 전염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