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팡질팡 서울시 허송세월 끝에 강남구에 '백기(白旗)'

구룡마을 개발 합의…'고소·고발도 취하안한 강남구 역시 이기적' 비난

강남의 무허가 판자촌인 구룡마을의 개발방식을 둘러싸고 2년이 넘는 갈등을 빚은 끝에 서울시와 강남구가 개발방식에 합의했다.

그러나 합의는 했지만, 여전히 뭔가 미진한, 깔끔하지 않은 합의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당초 개발방식을 둘러싼 갈등의 원인은 서울시가 제공했다.

2011년부터 공영개발이 시작되자, 서울시는 전면 수용방식에서 일부 환지방식으로 개발방식을 변경하기로 한 것이다.

일부 환지방식으로 추진하게 되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임대주택의 임대료도 낮출 수 있어 살고 있는 주민의 재정착이 훨씬 쉬워질 것이라는 게 서울시의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강남구는 일부 토지주에 특혜를 줄 수 있다며 강력히 반발했고, 이때부터 서울시와 강남구의 갈등이 시작됐다.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여론전만 전개하던 서울시와 강남구는 결국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하기에 이르렀고, 감사원은 올 6월 지방선거 직후 '서울시의 개발방식변경이 위법은 아니라'는 취지의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이 사실상 서울시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하지만 강남구는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며, 서울시와 SH공사 간부들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결국 서울시와 강남구는 이견을 좁히지 못해 지난 8월 도시개발구역 지정이 해제되면서 사업추진은 무산되고 말았다.

이후 토지주협의회 등이 민간에서라도 개발을 하겠다며 강남구에 요청했지만, 강남구는 공영개발, 전면수용방식을 고집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지난달 발생한 화재로 구룡마을 주민 1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면서 구룡마을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그대로 둘 수 없다는 여론이 팽배해지자, 결국 서울시가 강남구의 요구를 수용하는 모습으로 재개발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서울시의 입장은 주민들의 안전과 생활환경개선이 최우선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양보했다는 것이지만, 주민의 안전을 먼저 생각했다면 강남구와의 감정대립으로 2년이라는 허송세월을 보내지 말고 어떤 방식으로든 개발을 했어야 한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더구나 강남구의 요구를 전면 수용하면서도, 관계 공무원에 대한 고소․고발 문제는 해결하지 못해, 너무 강남구에 끌려 다닌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서울시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강남구 역시 감사원의 감사결과까지 불복하면서 사태를 검찰고발로 이어간 것은 주민들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이기적인 행태라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더구나 서울시가 강남구의 의견을 전면 수용했는데도 불구하고 공무원의 인사조치를 요구하고, 고소·고발을 취하하지 않은 것은 사태 해결을 원만히 하겠다는 의지가 과연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결국 서울시와 강남구는 서로 상처만 남긴 채 주민들의 안전을 볼모로 2년이 넘도록 갈등만 조장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구룡마을 개발에는 합의했지만, 아직 갈등의 소지가 남아있는 만큼 서울시와 강남구가 서로 양보하면서 순조롭게 개발이 진행되기를 주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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