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충격적인 예술흥행비자 이주민 실태… 공연하러 왔는데 성매매 강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발표한 '예술흥행비자(E6) 소지 이주민 인권 실태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공연이나 예술분야에 종사하기 위해 '예술흥행 비자(E6)'로 입국한 151명을 조사한 결과 성추행과 성매매를 강요당하거나 임금 체불, 폭언, 협박 등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예술흥행비자로 입국한 여성 이주민 가운데 68%가 업주나 손님 등에게 성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고 언어폭력과 물리적 폭력을 경험한 이주민들도 상당수였다.

응답자 가운데 63%는 계약서와 다른 업무를 강요받거나 계약서의 업무 내용 자체를 모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절반 이상은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심지어 계약서상 임금의 최대 80%까지 공제한 금액을 받은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업체가 수수료와 입국비용 등 명목으로 임금의 상당 부분을 부당하게 공제한 탓이다.

현재 E-6 비자로 한국에 체류 중인 이주민은 약 5,000명에 달하지만 불법체류율(미등록률)이 43.7%에 이른다. 그만큼 억류되거나 도망치는 상황이 많다는 방증이다.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의 이런 실태가 몇 해 전부터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사실인데도 전혀 개선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유엔 여성차별철폐 위원회는 지난 2011년 예술흥행(E-6) 비자를 갖고 입국한 이주(외국인) 여성들이 인신매매와 성 착취에 희생되고 있어 특별히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고 2012년에는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가 E-6 비자를 받은 이주 여성들이 다양한 경로로 성매매를 강요당한다는 보고를 냈다.

2012년 미국 국무부의 인신매매보고서에도 "한국은 강제적 성매매의 근원지이자 경유지, 목적지이며 E-6 비자를 발급받아 입국한 일부 외국인 여성들이 강제적인 성매매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 같은 피해 실태가 계속 보고됐는데도 정부는 손을 놓고 있었고 국회는 관련 입법을 외면해왔다.

피해 여성이 신고해도 사법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오히려 불법체류자라는 이유로 강제출국을 시키니 인권침해 사각지대에 남아있을 수밖에 없다.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고, 돈을 벌기 위해 한국을 찾았던 이들의 코리안 드림은 악몽으로 끝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경기도 포천의 아프리카예술박물관에서 2년 동안 착취를 당한 12명의 무용수와 연주자들은 아프리카 본국으로 돌아가며 친구들에게 절대로 한국에 가지 말라고 하겠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예술 흥행비자 이주민을 상대로 이뤄지는 이 같은 처우는 용납할 수 없는 인권침해 행위로 한국에 대한 국제적인 반감을 초래하고 국가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범죄행위라는 점에서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이주민 여성을 상대로 한 인신매매와 성폭력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단속과 예방 조치를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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