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적인 내수 침체 상황에서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이 커져 성장률 상승에 따른 소득 증대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가운데 최근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로 대출은 크게 늘어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LTV·DTI 규제 완화와 두 차례에 걸친 금리 인하로 2금융권에서 은행권으로 대출 이동이 늘면서 이자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하지만 이는 금융사 입장에서는 건전성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적자 국채 발행 증가로 내년에만 50조원을 넘는 국채 만기 물량 역시 시장에서 매끄럽게 소화될지 의문이다.
◇ 취약한 구조에서 대출 급증
17일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금융연구원 등에 따르면 한국 가계대출의 가장 큰 부분인 주택담보대출은 만기와 상환 방식 등 측면에서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의 주택담보대출 중 계약기간이 3년 이하인 비율은 18%로 단기대출의 비중이 높다. 만기 일시 상환방식도 30%를 차지할 만큼 큰 비중이다.
대출 만기를 단기로 설정하고 만기에 일시에 대출을 갚는 방식은 부동산 시장 활황기에 유용하던 방식으로 최근과 같은 정체 국면에선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대출은 급속히 늘어나는 추세다.
11월말 현재 국내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모기지론 양도분 포함)은 554조3천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6조8천670억원 늘었다. 이는 10월에 기록한 역대 최대치인 6조9천373억원에 근접한 수준이다.
지난 8월초 LTV·DTI 규제가 완화된 이후 4개월간 은행 가계대출은 총 22조원 늘었다. 특히 10∼11월 두 달간 14조원이나 불었다.
장 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1년간 은행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188만여명의 차주를 분석한 자료를 토대로 주택을 담보로 한 추가 대출이 37%에서 42%로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또 대출규제 완화 이후 기존 부채의 구조 개선이나 주택 구입보다 기존 주택을 담보로 더 많은 생활자금이나 사업자금 등을 빌린 것으로 해석했다.
이는 최근 불어난 대출의 성격 역시 우량하다고 볼 수 없어 향후 대출 증가세가 둔화될 때 연체율 증가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국채, 2018년까지 '대규모 만기 집중주의보'
국채는 앞으로 2018년까지 대규모 만기가 집중돼 있다는 부분이 우려스럽다.
기재부에 따르면 연도별 국고채 만기 규모는 올해 51조6천억원, 2015년 51조6천억원, 2016년 59조1천억원 등이다.
기재부는 2017년 이후 규모는 확정할 수 없다고 밝혔지만 2017년과 2018년에도 50조원 안팎 규모의 만기가 돌아올 것으로 추산된다.
기재부도 2018년까지는 만기 도래 규모가 많겠지만 2019년 이후에는 줄어든다고 밝혔다.
국고채는 조기 상환이나 차환 등을 통해 만기 구조를 조정할 수 있다.
하지만 대규모 국고채의 만기 도래 시점이 앞으로 4년 사이에 집중돼 있다는 점은 부담스럽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14∼2018년 국가재정운용계획분석'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 과정에서 발행된 국고채의 만기가 2015년과 2016년 등에 상당 규모로 돌아온다"고 지적했다.
예산정책처는 "앞으로 국고채 발행과정에서 특정시기에 만기물량이 집중적으로 도래하지 않도록 적정한 만기구조를 지닌 국고채를 발행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전문가 "당국 대비책 필요"
경제 전문가들은 주택담보대출과 국채의 만기가 내년에 집중되는 것에 대해 상환 부담 증가로 위기 상황이 올 수 있다며 당국의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융연구원 장민 선임연구위원은 "향후 금리나 경제 여건 변화에 따라 가계 대출이 부실해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특히 비제도권에서 2금융으로, 2금융권에서 은행권으로 대출자들이 이동하면서 금융사의 건전성이 연쇄적으로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국채의 경우 금융기관 보유분이 많기 때문에 차환하는 데 큰 문제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만기가 몰리면서 상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내년 집값이 떨어지면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차환 등을 통해 국채 만기를 분산하고, 대손충당금 정책 강화 등으로 주택담보대출도 서서히 물량을 줄여나가는 등 당국의 대비책이 필요하다"며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도산 가능성이 있는 차주에 대해 은행이 금리 조정이나 만기 연장 등 유연화 정책을 적용하는 방안도 조심스럽게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와 관련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일시상환대출 비중이 줄어들고 있어 내년 은행권 주택담보대책 만기 규모는 올해와 유사한 수준인 42조원선이 될 것"이라면서 "일시상환대출 중 90% 이상이 만기가 연장되므로 당장 문제가 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원식 기재부 국고국장은 "최근의 시장 상황을 봤을 때 (만기물량의 집중에 대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만기가 몰려 있는 부분이 있어 조기 상환이나 차환 등을 통해 (만기를) 연기나 분산을 시켜 위험을 줄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