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씨 측의 미행과 관련해선 정황만 제시하고 증거를 대지 못했다. 박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정윤회씨가 오토바이로 나를 미행한다는 말을 여러 사람으로부터 들었으나 미행자를 잡은 적은 없고, 미행 자술서를 받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자신이 누군가로부터 미행을 당했으며 그 배후 인물이 정윤회 씨라는 진술을 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정윤회씨는 검찰 조사에서 박지만 씨를 미행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는데, 검찰은 두 사람간 대질 신문을 벌이지 않았다. 불편한 관계를 만들지 않겠다는 정치적 고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여진다.
◇ 최태민 일가와의 뿌리깊은 갈등= 한 사람은 박 대통령의 친동생이고, 한 사람은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둘의 사이는 아주 안 좋다. “누가 불장난을 했고, 춤을 췄는지를 알게 될 것”이라는 정윤회씨의 검찰 출두 발언도 박지만 회장을 겨냥한 것이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박지만, 정윤회씨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을 뿐만 아니라 정적의 관계를 넘어 원수 같은 사이가 된 것 같다”고 했다.
지만 씨는 누나인 박 대통령 주위에 정윤회씨 같은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소신을 갖고 있으며, 대통령이 되기 전이나 되고 난 직후에도 정윤회씨를 곁에 둬선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만 씨를 잘 아는 한 관계자는 “박 회장은 대통령이 된 누나를 만나 그들(정윤회씨와 3인방)을 곁에 두면 성공하지 못한다는 말을 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의 동생인 근령 씨와 지만 씨는 지난 1990년 “저의 언니는 최태민씨에게 속은 죄밖에 없다. 최씨는 아버님이 돌아가신 후 자신의 축재 행위가 폭로될까봐 계속해 저희 언니를 방패막이로 삼아왔다”는 탄원서를 당시 노태우 대통령에게 보내기까지 할 정도로 최태민 일가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다.
박 회장은 그해 말 한 여성지와의 인터뷰에서 “큰 누나(박근혜 대통령)를 욕먹게 하고 부모님께도 누를 끼치게 되는 것 같아 그런 탄원서를 보냈다”고 말했다.
정윤회 씨는 지난 5월까지 최태민씨의 딸인 최순실씨의 남편이었으며 최태민씨의 사위였다. 최태민씨는 지난 1994년에 세상을 떴다.
◇ 박지만-정윤회의 권력암투= 정윤회 씨는 지난 98년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이 되자 비서실장으로 박근혜 의원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정씨가 1998년 재보궐 선거 때부터 적극 도왔으니 그 이전부터 박 대통령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씨는 2007년 비서실장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박 대통령 주변에서 맴돌고 있다는 것이 박지만씨의 판단이라고 한다. 박지만, 정윤회 씨의 권력암투라는 것도 박 대통령을 둘러싸고 둘 사이에 빚어지고 있는 싸움을 지칭한 것이다.
그런데 박 대통령의 최근 발언과 정황으로 볼 때 정윤회씨가 박 대통령의 간접적인 지원을 업고 있는 것 같고, 박 대통령이 정의 손을 들어준 것 같다는 것이 언론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정윤회씨의 거침없는 발언들이 그런 추정을 더욱 짙게 한다. 박 대통령이 박지만 회장의 부인인 서향희 변호사를 둘러싼 소문 때문에 박지만 회장을 일부러 멀리한다는 얘기부터 시작해 이런저런 추측만 무성할 뿐이다.
박지만 회장은 입이 무겁고 잔정이 많은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작은 누나인 근령씨의 생활비를 대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불쌍한 사람들을 보면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는 말을 가까운 사람들에게 한다고 한다.
한 지인은 “박지만 회장은 비록 독재를 했을지언정 정(情)이 많았던 박정희 전 대통령과 어머니인 육영수 여사를 많이 닮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박지만 회장은 아버지 대통령과 누나 대통령으로 인해 아주 피곤하게 살아온 사람"이라며 “박 회장의 삶이 우여곡절을 겪은 것을 볼 때 참으로 안 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지만 회장은 이미 마약 관련 혐의로 검찰 수사를 두세 차례 받은 적이 있지만 이날만은 감회가 남달랐을 것이라고 한다.
“누나인 대통령이 잘 되기만을 바라면서 외국여행을 할 때도 귀빈실(VIP)이 아닌 일반인들과 똑같이 행동하며 조심했는데, 검찰청에 불려나올 줄은 생각도 못했을 것”이라는 한 지인의 말이 박지만 회장의 심경을 일각이나마 대변한다.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박 회장은 박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으며,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 못지않게 잘하기를 소망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박지만씨는 지난해 말 한 지인에게 “누나가 아버지만큼 못한다”는 말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생인 지만씨의 걱정이 누구보다 크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