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긴급현안질의는 정책 질문을 하겠다던 포부는 온데간데 없이, 여야는 '정윤회 문건'을 두고 서로에게 조롱과 야유를 퍼부으며 강하게 대립했다.
이날 긴급현안질의가 시작된 국회 본회의에는 이례적으로 여야 의원 150여명이 출석했다. 최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의원들의 참석율이 저조해 '텅텅 빈 국회'를 연상케 한 것 과는 대조적이었다.
여야의 공세는 서서히 가열되더니 세 번째 질문자로 나선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발언을 할 때 최고조를 이뤘다. 김 의원이 현안질의에서 "이번 정윤회씨 사건을 접하면서 '야당 또 시작이구나'"라고 말문을 떼자, 야당 측 의석에서 고성과 비웃음이 터져나왔다.
새정치연합 서영교 의원은 "창피한 줄 알라. 정윤회씨가 고맙다고 전화하겠네. 청와대에서 김진태 의원을 발탁하겠네"라며 비난했다.
반면 여당 측 의석에선 응원전이 펼쳐졌다. 새누리당 이장우 의원은 "잘한다, 정말. 김진태 파이팅"이라고 외쳤다. 또 다른 의원은 "역시 김진태 의원"이라며 아낌 없는 칭찬을 보냈다.
김 의원이 새정치연합 박지원 의원이 김정일 3주기 조화 전달을 위해 방북을 추진하는 것을 언급하며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김정은, 김정일 조화 배달하는 심부름꾼이냐"라고 색깔론 공세를 퍼붓자, 조용했던 야당 측에서 또 다시 야유가 쏟아졌다.
야당 의원들은 "외교의 '외' 자도 모르는 김 의원, 말 조심하세요!", "박근혜 대통령은 왜 김정일을 만나러 갔느냐", "그러니까 수구꼴통 소리를 듣는 것"이라는 조롱도 나왔다. 여당은 이같은 비난을 잠재우기 위해 연신 "조용히 하라"며 야당 측에 소리를 질렀다.
정의화 국회의장 대신 사회를 본 정갑윤 국회부의장이 장내를 정리하고 "상호 존중하는 분위기 속에서 긴급현안질의를 해달라"고 당부했지만, 여야의 장내 고성다툼은 이어졌다.
새정치연합 노영민 의원이 발언대에 올라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에게 해외자원외교에 대해 집중 공격을 하자, 최 부총리도 '한 번 싸워보자'는 식으로 물러서지 않고 응수했다. 노 의원이 최 부총리에게 "들어가라"고 해도 최 부총리는 들어가지 않고 "제가 고발하겠다. 자꾸 정치공세를 하면 안 된다"며 맞서기도 했다.
이에 야당 의석에선 "속기록에 있는 내용이다, 예의 바르게 하라"며 소리를 쳤다. 야당의 한 의원이 "MB는 망했다"라고 하자, 여당 측에서 "노무현 대통령은!!!"이라며 과거 대통령의 이름까지 나오며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노 의원까지 질의를 마치고 오전 11시 45분쯤 오전 본회의가 정회됐다. 하지만 여야 의원들은 고성을 지르거나 서류 종이를 던지면서 분한 마음을 감추지 않은 채 본회의장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