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기팬은 말한다 '인생은 김대환처럼'

격투기에 대한 열정과 겸손한 성품 갖춘 상남자

사진=로드FC 제공
지난 14일 격투기 해설가 김대환(35, 김대환복싱·MMA)은 세 번 변신했다.


김대환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주니어 도스 산토스와 스티페 미오치치가 격돌한 'UFC on Fox 13' 대회를 중계했다. 이후 선수복으로 갈아입고 오후 8시 서울 올림픽홀에서 열린 '로드FC 20' 대회 1경기(80kg 계약체중)에서 더글라스 코바야시(26, 브라질)와 맞붙었다. 결과는 1라운드 1분 58초만의 펀치 KO승. 그런 다음 다시 정장을 차려입고 로드FC 중계석에 앉아 3경기(문제훈 대 김민우)부터 해설을 했다.

대회 전날인 13일 스케줄도 빡빡했다. 그는 오전 8시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계체량을 마친 후 곧바로 상암동으로 이동, 오전 9시30분부터 함서희(27, 부산 팀매드·수박E&M)의 UFC 데뷔전을 중계했다.

격투기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동시통역이 가능한 영어실력을 갖춘 김대환은 10년 넘게 중계 마이크를 잡고 있다. 그러나 말 잘하는 해설가로만 알고 있다면 그가 서운해할 법하다. 김대환은 격투기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남자다. 지난 이틀, 살인적인 스케줄을 견딘 힘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어느덧 종합격투기 공식전적 4승1패. 선수로서 출발점은 2011년 3월 영국 종합격투기대회 ECFF였다. "더 늦으면 못 할까봐" 자비를 들여 영국으로 간 그는 잭 트립(영국)을 판정으로 꺾었다.

이후 의사로부터 "평생 운동을 하지마라"는 충고를 들을 만큼 목 디스크가 악화했지만 어느 정도 회복되자 2013년 5월 중국 정주에서 마테우스 피스코츠(폴란드)와 두 번째 경기를 치렀다. 결과는 손목 부상으로 인한 기권패. 그러나 절치부심한 그는 코바야시 전을 포함, 세 경기 연속 KO승 행진 중이다.

"로드FC 무대서 뛰는 것이 꿈"이라던 그는 이번 대회 전 기자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2011년의 저와 지금의 저는 완전히 달라요. 나름 뼈를 깎는 노력을 해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해요."

김대환은 2012년 여름부터 경기도 분당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체육관을 운영하고 있다. 선수 양성이 아닌 일반인이 격투기를 즐기는데 초점을 둔 지도방식이 다른 체육관과 차별화된다. 그가 경기할 때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자신보다 우위에 있는 상대를 고르는 것도 "지금보다 발전해서 관원들에게 더 많이 가르쳐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틈틈이 격투기 관련 서적도 집필했다. 멘탈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격투기 기술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은 알토란 같다. 격주마다 방송하는 격투기 전문 라디오 팟캐스트 '김대환의 파이트캐스트'로 격투기팬과 만나고 있기도 하다.

사진=로드FC 제공
열정과 더불어 김대환의 또 다른 미덕은 겸손한 성품이다. 그는 항상 자신을 낮추고 타인을 높인다. 대회 전 서두원짐에서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김대환은 "로드FC 본무대에서 뛸 실력은 안 되지만 저로 인해 한 사람이라도 로드FC에 관심을 갖게 된다면 의미가 있다고 본다. 제 경기는 메인요리 전에 나오는 에피타이저 정도로 생각해달라"고 겸손해 했다.

대회 당일 코바야시를 꺾고 케이지 안에서 가진 인터뷰에서도 그는 "운이 좋았다. 예상보다 강해서 당황했지만 세컨드를 믿고 자신있게 해서 이겼다"고 주변 사람에게 공을 돌렸다. 이어 "파이트머니는 최근 뺑소니 사고로 고인이 된 윤성준 선수 유족에게 드리고 싶다"고 말해 감동을 줬다.

그리고 김대환의 옆에는 언제나 남편을 믿어주는 동갑내기 아내와 "아빠 최고"라고 엄지를 치켜드는 두 아들(호진, 세진)이 있다.

야구팬들은 '인생은 이호준처럼'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격투기팬들은 이렇게 말한다. 인생은 김대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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