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김 실장이 자신에 대한 교체설을 파악해 보라고 지시해서 생성된 보고서와 관련, 해당 문건을 생성한 하급 직원의 교체를 지시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사정 당국 관계자는 조 전 비서관이 지난 10일 검찰에 소환됐을 때 정윤회 씨 동향 문건 생산, 보고, 이후 경과 등에 대해 비교적 소상하게 진술했다고 밝혔다.
조 전 비서관의 검찰 진술을 종합하면 그는 지난 1월 6일 만들어진 '정윤회 씨 동향 문건'을 김 실장에게 보고했다. 이때 김 실장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며칠 뒤 정식 라인을 통해 '박관천을 자르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그러나 조 전 비서관은 박 경정이 박지만 EG 회장을 담당하고 있다며 후임자가 올 때까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 전 비서관은 이 일로 박 경정에 대한 교체 문제는 끝난 것으로 생각했지만 설연휴 직후 김 실장이 직접 전화를 걸어 박 경정의 교체를 직접 지시했다. 결국 박 경정은 김 실장이 조 전 비서관에게 전화로 교체 지시를 한 지 10여 일만에 청와대에서 방출됐다.
김 실장이 박 경정을 청와대에서 내보내기로 한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한 단서는 김 실장과 여당 의원의 통화에서 찾을 수 있다. 김 실장은 최근 여당 의원과의 통화에서 박 경정이 만든 '정윤회 씨 동향'에 대해 찌라시 수준의 정보라서 묵살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교체설과 관련해 자신이 직접 지시한 사항에 대해 일처리를 한 직원을 본인이 직접 내치라고 한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
그럼에도 김 실장이 박 경정을 그만두게 한 것은 청와대 역학관계상 김 실장 조차도 '문고리 3인방'으로 통하는 청와대 핵심 세 비서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구조 때문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김 실장이 '찌라시'로 무시하고 방치한 문건은 누군가의 손을 통해 청와대 담장 밖으로 흘러 나가 박근혜 정부를 흔드는 부메랑이 되고 있다.
김 실장이 정윤회 씨 동향 문건을 방치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정식으로 감찰을 지시했더라면 문건유출로 인한 국정난맥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기춘 실장 책임론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