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김기춘 "박관천 자르라" 전화로 '직접 지시'

'찌라시' 수준의 문건 책임? 3인방 눈치?…박 경정 한직 배치에 '청와대 힘' 작용한 듯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장비서관이 검찰 조사에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정윤회 씨 동향' 문건을 작성한 박관천 경정을 '자르라'고 직접 지시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이에 따라 김 실장이 자신에 대한 교체설을 파악해 보라고 지시해서 생성된 보고서와 관련, 해당 문건을 생성한 하급 직원의 교체를 지시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사정 당국 관계자는 조 전 비서관이 지난 10일 검찰에 소환됐을 때 정윤회 씨 동향 문건 생산, 보고, 이후 경과 등에 대해 비교적 소상하게 진술했다고 밝혔다.

조 전 비서관의 검찰 진술을 종합하면 그는 지난 1월 6일 만들어진 '정윤회 씨 동향 문건'을 김 실장에게 보고했다. 이때 김 실장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며칠 뒤 정식 라인을 통해 '박관천을 자르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그러나 조 전 비서관은 박 경정이 박지만 EG 회장을 담당하고 있다며 후임자가 올 때까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 전 비서관은 이 일로 박 경정에 대한 교체 문제는 끝난 것으로 생각했지만 설연휴 직후 김 실장이 직접 전화를 걸어 박 경정의 교체를 직접 지시했다. 결국 박 경정은 김 실장이 조 전 비서관에게 전화로 교체 지시를 한 지 10여 일만에 청와대에서 방출됐다.


박관천 경정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박 경정은 청와대에서 밀려나면서 서울지방경찰청 정보의 핵심인 정보 1분실장(정보 4계장)으로 내려가는 것으로 내정됐지만 막상 인사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에 공무원 감찰을 담당하는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로 내려가는데 총리실 고위 관계자의 내락도 있었지만 이마저도 청와대의 힘이 작용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박 경정은 한 달여 동안의 공백 기간을 거쳐 자신의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 후임으로 임용되면서 공석이 된 서울 도봉서 정보보안과장 자리에 보직된다.

김 실장이 박 경정을 청와대에서 내보내기로 한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한 단서는 김 실장과 여당 의원의 통화에서 찾을 수 있다. 김 실장은 최근 여당 의원과의 통화에서 박 경정이 만든 '정윤회 씨 동향'에 대해 찌라시 수준의 정보라서 묵살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교체설과 관련해 자신이 직접 지시한 사항에 대해 일처리를 한 직원을 본인이 직접 내치라고 한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검찰청에서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사건'의 고소인 자격으로 조사를 마친 후 귀가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지휘계통만 놓고 봤을 때도 김 실장은 대통령 비서실의 정점에 있고 박 경정은 마지막에 위치한 하급자다. 맨 윗사람이 가장 아래인 사람을 특정해서 그만두게 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는 핵심 비서관을 제외한 일반 비서관조차 김 실장과 직접 대면하기 어려운 현재의 청와대 구조상 더욱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김 실장이 박 경정을 그만두게 한 것은 청와대 역학관계상 김 실장 조차도 '문고리 3인방'으로 통하는 청와대 핵심 세 비서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구조 때문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김 실장이 '찌라시'로 무시하고 방치한 문건은 누군가의 손을 통해 청와대 담장 밖으로 흘러 나가 박근혜 정부를 흔드는 부메랑이 되고 있다.

김 실장이 정윤회 씨 동향 문건을 방치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정식으로 감찰을 지시했더라면 문건유출로 인한 국정난맥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기춘 실장 책임론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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