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공분을 일으킨 오원춘 사건에 이어 다시 중국동포가 잔혹한 살인 사건의 혐의를 받게 되면서 중국동포 전반을 백안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12일 대림역 앞 '연변거리'에서 만난 중국동포들은 수원 살인 사건 얘기만 꺼내도 잔뜩 움츠렸다.
길에서 광고 전단을 돌리던 한 중년 여성은 기자가 신분을 밝히고 이번 사건에 대한 생각을 묻자 "그런 거 몰라요."라며 이내 고개를 돌려버렸다.
이발소 앞에서 담배를 피우던 중년 남자도 "조선족이 그랬다는 걸 오늘 아침에 듣긴 했지…"라고 말하고 나서 입을 굳게 다물었다.
'연변거리' 근처의 한국이주동포개발연구원에 교육을 받으러 온 한 중년 남성은 "나만 옳게 살면 되지.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오."라며 애써 태연한 모습을 보였다.
피의자를 향한 분노의 목소리도 쏟아졌다.
'연변거리'에서 노점을 하는 김 모(62.여)씨는 허공에 삿대질하면서 "오원춘 사건 때도 우리 동포들이 얼마나 어려움을 많이 겼었느냐. 동포 얼굴에 X칠을 한 그런 놈은 아예 없애 버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중국동포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이번 사건으로 인한 파장을 우려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사건 초기만 해도 범인이 중국동포일 수 있다는 일부 여론에 반발해 "무슨 일만 생기면 조선족을 (물어)뜯는다"며 불만을 표출하던 중국동포들은 박씨 체포 소식에 충격을 받은 듯했다.
한 누리꾼은 "유력한 용의자로 조선족을 잡았다는데 진짜라면 저런 XX들 때문에 정말 어이가 없다"고 말했고, 다른 누리꾼도 "지난번 오원춘 사건도 그렇고 또 당분간은 애꿎은 착한 사람만 눈총받으며 살아가야겠네"라고 한탄했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인터넷을 중심으로 중국동포 전반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급속히 확산하는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해성 지구촌사랑나눔 대표는 "가슴 아픈 일이 벌어졌지만 특정 범죄자 하나 때문에 대다수 중국동포, 나아가 180만 이주민들을 혐오하고 나아가 추방하자는 말까지 나오니 안타까울 뿐"며 "한국은 이미 여기 와 있는 외국인들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