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회장은 이날 오후 1시 30분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 여식의 어리석은 행동과 큰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대항항공 회장이자 조현아의 아비"임을 거론하며 "나를 나무래달라, 모든 게 내 잘못"이라고 국민들에게 용서를 구했다.
특히 "국토교통부나 검찰의 조사 결과와 상관없이 조현아를 대한항공 부사장직은 물론, 계열사 등기이사와 대표 등 모든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조 전 부사장의 일선 복귀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조 회장은 공식 사과 등 대응을 미루다 파문이 커졌다는 지적에 대해선 "내가 잘못했다, 죄송하다"면서 "내가 교육을 잘못 시킨 것 같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조 전 부사장이 과거에도 직원들을 비상식적으로 하대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구체적으로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하여튼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살짝 피해갔다.
조 회장은 또 고객 대응 매뉴얼 등의 개선 여부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해온 것이 잘못됐다고 보지 않는다"면서도, "문제점이 발견되면 계속해서 고쳐가는 것이 우리 회사의 전통"이라며 보완 가능성을 내비쳤다.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 회장은 사퇴 여부에 대해 "공적인 자리이므로 저 혼자 경솔하게 결정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평창동계올림픽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결정을 내리겠다"고만 대답했다.
한편 조현아 전 부사장은 이날 오후 3시 김포공항 인근의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 출석해 이번 사건과 관련한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조 전 부사장이 앞으로 진행될 조사에 성실히 임해 국토부에서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는데 적극 협조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조 전 부사장은 '땅콩 회항'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지난 9일 모든 보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지만, 부사장직은 유지하기로 해 '무늬만 사퇴'라는 2차 후폭풍에 휩싸인 바 있다.
결국 여론에 떠밀려 하루만인 지난 10일 퇴사했으나, 칼호텔네트워크 등 계열사 3곳의 대표이사직은 계속 유지하기로 해 '3차 후폭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국민적 비판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거세지자, 결국 조양호 회장이 이날 진화를 위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