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미안하지만 내가 지갑을 잃어버려 집에 돌아갈 차비가 없는데 빌려줄 수 있겠나?"
중저음에 교양 있는 말씨를 구사하는 중년 남성 김모(53) 씨는 이 씨에게 자신을 강원도 삼척의 한 중학교 교감 선생님이라고 소개했다.
이 씨는 부산에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 집에 돌아갈 방법이 없다는 김 씨를 그냥 지나칠 수 없어 ATM 기계까지 찾아 10만 원을 인출해 건넸다.
무엇보다 자신의 연락처까지 적어주는 김 씨의 태도가 믿음직스러웠다.
웬 낯선 사람이 전화를 받는 것. 김 씨가 적어준 전화번호도 직업도 처음부터 거짓이었다.
알고 봤더니 김 씨는 동종전과가 13범이나 될 정도로 전국 기차역에서 상습적으로 사기를 친 전과자였다.
교감을 사칭해 주로 어린 대학생이나 군인에게 접근한 뒤 차비 명목으로 5~10만 원을 빌리고는 허위 전화번호를 건넸다.
김 씨의 행각은 이 씨가 국민신문고에 피해 사실을 제보하면서 드러났다.
교사라고 속인 이유에 대해 "어린 학생이나 청년일수록 교감이라고 하면 의심하지 않고 돈을 빌려줘서 그랬다"고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진술했다.
부산 동부경찰서는 전국 기차역 광장에서 20대 이용객을 상대로 사기 행각을 일삼은 혐의로 김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모 대학교 인터넷 게시판과 블로그 등에 피해 사례가 계속 올라오고 있는 점을 미뤄 김 씨의 추가 범죄 사항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여죄를 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