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장소 섭외 매니저 "십고초려에 농사일 돕기도"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이손영 (드라마 로케이션 매니저)

TV 드라마를 보다 보면 주인공보다 주인공이 살고 있는 집 혹은 그 주변 장소에 시선이 쏠릴 때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드라마 <상속자들>에 나오는 으리으리한 집이나 <미생>의 사무실과 옥상들이 드라마만큼 화제를 모으고 있죠. 그런데 이 화면 속에 나오는 가지각색의 풍광들 뒤에는 전문 섭외 담당자들의 손길이 숨겨져 있습니다. 화제의 인터뷰. 오늘은 드라마 장소섭외의 세계로 떠나보겠습니다. 베테랑 로케이션 매니저 이손영 씨를 연결하죠.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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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손영> 네, 안녕하십니까?

◇ 박재홍> 제가 로케이션 매니저라고 소개를 해 드렸는데 그러니까 주인공들이 걷는 거리, 집, 가게, 데이트하는 카페 이런 곳을 전문적으로 섭외하시는 분인 거죠?

◆ 이손영> 네, 맞습니다. 로케이션 매니저라는 게요, 배우들의 연기를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서 상상의 공간을 이해하면서 찾아내는 직업입니다.

◇ 박재홍> 무엇보다 배우들과 드라마 내용들을 돋보이게 할 수 있다 이런 말씀이 아주 잘 다가오는데요. 이 일을 하신 지는 어느 정도 되신 거예요?

◆ 이손영> 1997년도에 드라마 FD로 시작했고요. 섭외는 2004년부터 시작하게 됐습니다.

◇ 박재홍> 그동안 드라마 관련일을 굉장히 많이 하셨을 것 같은데요. 청취자들이 기억할 만한 장소나 드라마를 말씀해 주신다면요?

◆ 이손영> 지금 최근에 한 것은 M본부에 <내 생에 봄날>, <마마>, S본부에 <너희들은 포위됐다>, <상속자들>, <추적자>, <연애시대> 등 많은 작품이 있습니다.

◇ 박재홍> (웃음) 굉장히 많은 드라마를 하셨네요. <상속자들>, <추적자> 이런 드라마는 저도 열심히 봤는데요. 그러면 드라마를 보다가 실제로 ‘저 집은, 저 방은 과연 사람들이 사는 곳일까?’ 이런 궁금증이 생길 때가 많았거든요. 장소섭외는 어떻게 하시는 거예요?

◆ 이손영> 대본을 보고 적합한 장소를 찾아서 연출자하고 상의를 해요. 상의를 한 다음에 예전에는 무조건 돌아다니면서 동네 유지분들, 어르신들, 부동산, 동사무소, 구청, 시청 등을 찾아다니면서 설명을 드린 다음에 장소를 찾아다녔는데 요즘은 그래도 현대 문명의 발전으로 (웃음) 인터넷을 검색하고 최대한 가까우면서 예쁘고 대본에 맞는 장소를 물색하고 허가받고 진행합니다.

◇ 박재홍> 그러면 찾는 것은 둘째치고요. 일단 찾았단 말이죠. ‘드라마 촬영할 건데 찍게 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이런 식으로 섭외하시는 건가요? 저는 만약에 ‘우리집을 찍는다, 드라마 촬영용으로 쓴다’하면 허락 안 할 것 같습니다(웃음).

◆ 이손영> 불편함도 없지 않아 있다 보니까. 많이 힘들어요. 요즘은 정말 말씀하신 것처럼 잘 해 주시지 않으시고. 요즘은 그분들 설득하는 일이 더 힘들죠.

◇ 박재홍> 설득하는 과정은 어땠습니까? 진짜로 주인 어르신이 너무 완고하셔서 안 되지만 어떻게 설득하세요?

◆ 이손영> 일단 몇 번이고 찾아봬요. 찾아뵙고 계속 가서 ‘저 또 왔습니다.’라고 인사드리고, 친분을 좀 쌓죠.

◇ 박재홍> (웃음) ‘저 또 왔습니다.’라고요?

◆ 이손영> 네. 한 6번 정도 하게 되면 그때 좀 마음을 여시는 분들이 한 70% 정도 되시는 것 같더라고요.

◇ 박재홍> 그래요?

◆ 이손영> 많게는 10번도 찾아간 것 같은데요.

로케이션 매니저 이손영 씨 (본인제공)
◇ 박재홍> 대단하시네요. 그런 데 가실 때는 음료수라도 사 가지고 가시나요?

◆ 이손영> 일단 처음에는 그냥 가고요. 좀 친해지게 되면 길거리에 파는 음식이라도 같이 가서 드실 수 있는 그런 여건이 되면 같이 먹기도 하고요. 그러다가 일하시거나 그러면 농사일하시는 분들은 같이 도와드리면 마음을 여시는 분들도 많아요.

◇ 박재홍> 농사일까지 도와주시면서 촬영 협조를 얻으시는 거네요.

◆ 이손영> 네, 그렇게라도 해야죠.

◇ 박재홍> 연기자 그 이상의 노력을 하시는 그런 모습입니다.

◆ 이손영> 그런데 뒤에서 저보다도 고생하는 스태프들이 정말 많아요.

◇ 박재홍> 연말에 드라마 주인공들 상 많이 받으실 텐데 이렇게 뒤에서 일하시는 분들에게 꼭 고맙다는 말씀 해야겠네요.

◆ 이손영> 그래주시면 감사하죠.

◇ 박재홍> 원하는 그림을 찾기 위해서 우리 대한민국 안에 안 가보신 곳이 없겠습니다.

◆ 이손영> 그렇죠. 사람 손이 타지 않은 섬들을 비롯해서 부산, 해남, 완도, 목포에 구석구석을 정말 이 잡듯이 많이 찾아다니니까요.

◇ 박재홍> 많이 다니실 때는 얼마나 많이 가시는 거예요?

◆ 이손영> 제일 많이 다녔을 때가 1,000km 조금 안 되게 되고.


◇ 박재홍> 1000km요, 하루에?

◆ 이손영> 제가 집이 파주인데 파주에서 거제까지가 440km 정도 나오지 않을까 싶은데요. 거제 도착해서 장소 찾다가 다시 또 파주 올라갔다가 그리고 잠깐 눈 좀 붙이고 다시 또 거제 가고 그런 식으로 해서 한 1,000km도 탄 적도 있었던 것 같아요.

◇ 박재홍> 그래요. 참 고생 많으시네요. 이렇게 힘들지만 ‘정말 이 일이 보람되다, 이 일 하기 잘했다’ 이렇게 느끼는 순간도 있을 것 같은데요.

◆ 이손영> 그렇죠. 아무래도 드라마가 잘 되면 저희도 좋고 일반 분들이 많이 알아봐주시면 참 큰 보람을 느끼게 되죠.

◇ 박재홍> 관광지가 되기도 하지 않습니까?

◆ 이손영> 네, 그렇죠. 관광지가 돼서 명소가 됐을 때 제가 다시 가서 그 사장님 만나 뵈면 “그때 안 했으면 큰일날 뻔했어” 이런 말씀하시고 하죠. (웃음)

◇ 박재홍> 그래요. 그리고 드라마를 보다 보면 재벌가의 저택도 많이 볼 수 있는데 이런 것도 다 섭외하신 거잖아요. 실제로 부자들이 사는 곳인가요?

◆ 이손영> 네, 실제 부자 분들이 사시는 곳도 있고 다른 쪽에서 세트를 만들어서 하는 경우도 있어요. 웬만하면 집 내부까지 들어가지는 않고요. 마당같이 집 앞에 이런 식으로만 촬영을 진행하죠.

◇ 박재홍> 아까 10번 이상 찾아간 곳도 있었다고 말씀하셨는데 지금까지 섭외하시면서 제일 힘들었던 곳은 어디예요?

◆ 이손영> 예전 같은 경우는 그래도 회사 건물들 협조를 많이 해 주셨는데 요즘은 드라마에 늘 나오는 그룹 회장의 회사 건물들은 정말 힘든 상황이에요. 말씀하셨던 미생 같은 경우에 회사 옥상도 정말 힘들게 했을 거예요.

◇ 박재홍> 저희 CBS도 가끔 영화 촬영이라든지 드라마 찍을 때도 있거든요. 혹시 라디오 방송국 찍으실 일 있으면 저희 CBS에서도 한번 해 주세요.

◆ 이손영> 꼭 해 주시는 걸로 믿겠습니다, 제가 찾아뵙겠습니다.

◇ 박재홍> 이제 마지막으로 일반 시민들 입장에서는 드라마 촬영을 할 때 무작정 지나가지 말라니까 불편하신 분들도 있거든요. 로케이션 매니저 입장에서 우리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실 것 같은데요.

◆ 이손영> 시민분들에게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고요. 24시간 잠도 못자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불쌍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시고 그래도 한 번 너그러이 양해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 박재홍> 저희는 드라마에서 주인공도 보지만 그 장소 섭외하실 때 얼마나 힘드셨을까 그런 상상도 하면서 앞으로 TV 보도록 하겠습니다.

◆ 이손영> 감사합니다.

◇ 박재홍> 말씀 잘 들었습니다.

◆ 이손영> 고맙습니다.

◇ 박재홍> 화제의 인터뷰 오늘은 드라마 장소 섭외 전문가죠. 로케이션 매니저 이손영 씨를 만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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