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靑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 측근(정윤회) 동향"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보도되자 청와대는 물론이고 정치권에도 적지 않은 후폭풍이 일었다.
집권 2년차 살아있는 권력의 내밀한 부분이 주제인데다 정국영향은 물론이고 사실여부에 따라서는 국가운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메가톤급 이슈였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1일 최고회의에서 "이 문제 때문에 온갖 풍문과 낭설이 시중에 나돌고 있다"면서 국정 걸림돌로 작용하는 걸 경계했고, 새정치연합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사안을 국기문란이자 국정운영시스템 붕괴로 규정, 상설특검이나 국정조사를 통해 다룰 일이라고 주장했다.
◇검찰 주도 의혹 규명 제대로 될까 = 청와대 3인방들이 검찰에 고발하거나 수사의뢰를 하면서 이 사안 진상규명의 주도권은 곧바로 검찰로 넘어갔다. 사건 발생 2주가 지나면서 의혹의 정점에 서 있는 정윤회씨가 검찰에 소환되는 등 수사가 빠른 속도로 전개되고 있다.
세계일보의 문건보도내용에 반발한 청와대 3인방이 보도 당사자와 유출자로 지목된 박관천 경정을 고소 수사의뢰했기 때문에 검찰수사는 문건내용의 진위여부 즉, 비서관 3인방이 정윤회씨와 정례적으로 회합을 가지면서 국정을 논의했는 지에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정윤회 이재만 비서관 문화체육부 인사개입'과 '이재만 비서관의 김진선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사퇴개입', '정윤회씨 개인비리'에 대한 야당의 고발과 수사의뢰까지 더해져 수사의 범위는 넓어졌지만 실제 진상이 속시원히 규명될 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집권 2년차의 살아있는 권력이 관련된 일을 검찰이 철저히 수사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의문이 있고 둘째로 박근혜 대통령이 이 사안과 관련해 두 차례나 검찰수사의 가이드라인이라고 할 만한 발언을 한 뒤라 검찰의 운신폭은 그만큼 좁아진 상태다.
박대통령은 1일 문건 유출자 색출을 지시하면서 청와대에 수많은 루머들이 들어온다고 말했고 여권수뇌부 회동에서는 찌라시에나 나오는 얘기로 치부해 야당에서 '수사 가이드라인'이라고 비판했었다.
한편으로 청와대는 이번 사안을 보도하는 언론사에 대해서는 고소고발로 재갈을 물리고 있다. 청와대의 법적대응이 잇따르면서 최근들어 부쩍 언론의 보도태도가 조심스러워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들 때문에 사건 초기 정치권에 대한 기대, 특히 새정치연합에 대한 기대가 적지 않았다. 새정치연합은 발빠르게 진상조사단을 꾸리고 대응에 착수해 관련자를 고발 수사의뢰했지만 이 사안을 주도하면서 정치쟁점화하는 데는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만만회 의혹을 제기했던 박지원 의원이나 안민석 의원 등이 간간이 대응에 나서지만 정곡을 찌르지 못하는 정보부족에 허덕이는 상황이다. 박범계 진상조사단장은 10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청와대가 사사건건 고소고발로 대응하니까 아는 게 있어도 쉽게 얘기할 수 없고 대단히 어렵다. 접근이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로 철옹성 같다"고 말했다.
집권초반이라 청와대의 구심력이 여전히 강하게 작용하는 탓에 야당으로 집결되는 정보가 빈약하고, 무엇보다 야당이 이 사안을 정국의 '키'로 보지 않는데 본질적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2+2에서도 쏙 빠진 국정개입 의혹 =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은 10일 지도부가 참석하는 이른바 2+2회담을 갖고 공무원연금 등 정국현안에 대한 일괄 타결을 이뤄냈지만 아무리 수사중이라지만 국정농단의혹만 쏙 빠졌다. 이런 상황 때문에 상대의 아킬레스건은 역으로 자신의 강점이 될 수 있다지만 야당이 이를 전술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누리당은 사안 발생초기 수사를 지켜보자는 입장에서 정윤회씨 등 당사자의 말이 왔다갔다하자 '거리두기'행태를 보이다 7일 청와대 회동 이후부터는 완전히 청와대 방패막이를 자임하고 나선 형세다.
이런 식이라면 정윤회 3인방 의혹이 불거지자 그동안 의문으로 떠올랐던 국정원 인사와 문체부 인사, 청와대 비서관행정관 인사, 김진선 전 지사 등 고구마 뿌리 뽑히듯 각종 의혹이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지만 진상규명은 기대하기 어렵다.
여당은 청와대 두둔하기에 나섰고 야당은 무기력한 대응으로 일관하면서 애초 야당이 제기한 국정조사나 특검은 공염불에 그치는 분위기고 이번 사안의 진상은 오로지 검찰에 맡겨진 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