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시작된 제일모직의 공모주 청약경쟁률은 오전 중 16.04대 1을 기록하는 등 청약 인기가 치솟으며 출발해 오후 4시 기준 38.8대 1, 청약증거금 6조로 마무리됐다. 공모주 청약은 다음 날까지 이틀 간이다.
제일모직이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 투자자들에겐 매력적이다. 삼성그룹은 제일모직과 삼성생명,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인데, 제일모직은 금융 분야를 보유한 삼성생명과 제조 분야를 거느린 삼성전자의 위에 위치해 있다.
이에 따라 제일모직은 삼성그룹의 최상위 지배기업으로 3세 경영체제 확립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 일가의 지분(45.6%)도 많다. 지주회사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제일모직의 기업가치를 올려야 하는 일종의 당위성이 있다. 증권가의 제일모직 목표주가는 낮게는 7만원에서 높게는 10만원까지 제기된 상태다. 최대치가 공모가 대비 최대 90% 가까이 높다.
이처럼 지배구조 이슈는 기업의 가치를 올리고 있는 결정적 재료다. 동시에 삼성 일가의 막대한 시세차익, 복잡한 순환출자고리를 활용한 총수일가의 그룹지배 등 오랜 문제를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 있다.
지난 10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전국 경제경영학자 108명을 대상으로 이메일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서 삼성그룹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순환출자고리를 이용한 총수일가의 그룹지배'를 1순위로 꼽았다.
앞서 삼성SDS 상장 당시에도 '유전무죄 무전유죄' 지적이 많았다. 이 부회장이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헐값에 사들여 논란이 일었고 추후 대법원에서 불법이라는 판결까지 났었다. 그럼에도 이 부회장은 불법취득 주식을 가지고 막대한 차익을 남겼다. 제일모직의 전환사채(CB)를 96억 원에 인수했던 이 부회장은 이번에도 2조원 정도의 지분차익을 예상하고 있다.
삼성SDS나 제일모직이나 이 부회장 등 삼남매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우량 비상장사를 시장에 내놓고 있다는 점이 공통된 특징이다. 이 모든 과정이 1996년부터 시작된 삼성 일가의 경영권 승계에 맞춰져 있다. 그리고 2014년 주식시장에서는 이런 편법 승계가 매력적 투자요인으로 인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