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무늬만 사퇴’라는 비판으로 인해 국내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AP, AFP, 로이터 등 세계 유수의 통신사들과 서방과 일본의 언론들도 대한항공(KAL) 회장 일가의 부적절한 처신을 문제 삼고 있다.
일본의 한 방송사는 “일등석의 땅콩 격분”이라며 풍자 만화를 내보냈다.
조현아 부사장이 이미지를 먹고 사는 KAL의 이미지를 상당히 실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조양호 회장은 9일 오후 파리 출장에서 돌아오자마자 임원회의를 열어 맏딸인 조현아 부사장을 사퇴시켰다.
그런데 알고 보니 보직만 사퇴, 기내 서비스 업무에서만 손을 뗄 뿐 부사장 직함이나 호텔 경영, 등기이사 지위는 그래도 유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조치에 대해 “뭐가 사퇴냐”, “당분간 여론의 뭇매를 피해보자는 속셈이냐”, “안하무인의 결정판”이라는 등 댓글이 여전하다.
8일 조현아 부사장의 ‘땅콩 회항’ 파문이 난 이후 대한항공의 대응도 감싸기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땅콩 회항’ 파문은 좀 길게 이어지게 생겼다.
대한항공은 이날 “조 부사장의 언행은 정당했으며 책임은 비행기에서 쫓겨난 승무원의 탓”이라고 강변했다.
참여연대가 항공법 위반 혐의로 10일 검찰에 고발하고, 국토부도 엄정 처리할 계획이어서 당국의 제재까지도 내려질 상황이다.
여론이 계속 나빠지면서 아버지인 조양호 회장의 결단력이 부족한 게 아닌가 하는 지적이 나온다.
그 어떤 사장급 간부나 임원도 조 회장 주재의 9일 회의에서 고양이(조 부사장) 목에 방울을 달자고 주장할 수 없다.
조 회장이 개인 기업에서 목을 내놓지 않고서는 단호한 조치를 요구할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임원들의 의견보다 더 강력한 조치를 취했어야, 딸인 조현아 부사장을 단호하게 조치했어야 들끓는 여론이 수그러들었을 텐데 아쉬운 부분이다.
이른바 무늬만 사퇴라는 미온적인 처리를 하면서 대한항공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재벌 총수 일가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키고 있다.
맏딸인 조현아 부사장을 후계자로 생각한다면 그의 더 신중하고 조신한 처신을 위해서라도 당장은 강한 채찍을 들었어야 했으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조 회장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조양호 회장은 원래 대외적인 활동을 하지 않고 수줍음을 타는 성격으로 강한 결정을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퇴직을 해야 하는 임원들에 대해서도 어떻게든 더 챙겨보내려는 모습을 자주 보이곤 해 주변 참모들로부터 자를 때는 단호하게 자르라는 충언을 듣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조양호 회장의 이런 성품이 딸의 부적절한 처신에 대한 대응치고는 하책이라는 무늬만 사퇴라는 카드를 내놨다.
이와 함께 조 회장은 맏딸인 조현아 부사장에 대한 신뢰가 아주 각별하다고 한다.
조 부사장 감싸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결국 ‘무늬만 사퇴’ 카드는 조양호 회장의 결단 같지 않는 결단의 산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