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확보한 문건 100건, 방대한 의혹 어떻게 수사하나

검찰이 청와대에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해 받아온 문건의 양이 100여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대한 양이지만 검찰은 문건에 제기된 의혹 중에 사실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극히 일부만을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때문에 검찰이 문건 내용은 거짓일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을 내린다고 해도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지난 8일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등에서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문건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영장을 보여주면 청와대 관계자들이 해당 문건을 원본 형태로 출력해주는 임의제출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처럼 검찰이 청와대에서 확보한 문건은 100여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당히 방대한 양으로 정윤회씨와 십상시 모임 이외에도 비선라인의 국정개입에 관한 각종 의혹이 담겨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문건 중 작성자가 공직기강비서관실 또는 민정수석실(공직기강)로 돼 있는 'VIP 방중 관련 현지 인사 특이 동향', '○○○ 비서관 비위 연루 의혹보고' 등은 외부로 유출된 정황이 확인된 문건들이다.

이밖에 문건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문건이 청와대 내부에서 작성된 것인 만큼 민감한 동향보고나 의혹들이 다수 담겨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한모 경위와 최모 경위가 박관천 경정이 청와대에서 가지고 나온 이 문건 100여건을 대기업과 언론사에 뿌린 만큼 나머지 문건들도 어딘가에 유통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대관업무를 맡은 한화 직원이 경찰관에게 문건을 넘겨은 만큼 그룹 본사에도 보고됐을 가능성이 크다. 대기업 임원진들이 문건을 접했다면 이들을 통해 제2, 제3의 유출이 일어났을 수도 있다.

그런데 검찰이 방대한 양의 문건 내용 중 현재 수사해서 확인하고 있는 부분은 정윤회씨와 십상시로 지목된 청와대 비서관들의 만남 여부 뿐이다.

검찰은 정씨와 비서관들이 회동한 적이 없다면 문건 자체의 신빙성도 크게 떨어지는 것이라고 가정하며 이 부분의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정씨와 비서관들의 접촉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해서 나머지 의혹들도 자동으로 거짓이라고 가장하는 것은 섣부른 논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보업무의 특성상 제보를 받는 경로가 여러개일 수 있고, 신빙성이 있는 정보와 거의 없는 정보들이 한데 뒤섞여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검찰이 정윤회씨와 십상시 모임 수사 결과를 토대로 문건 내용을 일부 허위로 단정짓는다고 해도 비선개입의 국정 농단에 대한 각종 의혹은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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