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은 지난 9일 저녁 긴급 보도자료를 통해 “조양호 회장은 뉴욕발 항공편 사무장 하기 사건과 관련해 퇴진 의사를 밝힌 조현아 부사장의 사의를 전격 수용했다”고 전했다.
조 부사장이 인천공항에서 열린 임원회의에서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대한항공의 모든 보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누가 보더라도 조 부사장이 경영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나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발표였다.
하지만 확인 결과 조 부사장은 칼호텔네트워크와 왕산레저개발, 한진관광 등의 대표이사를 계속 맡는 것은 물론 대한항공의 부사장직과 등기이사 지위도 유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무늬만 사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만약 조양호 회장이 사사로운 인정을 넘어 맏딸을 제대로 문책했더라면 사태를 일거에 잠재울 수 있었겠지만 그럴 기회를 저버렸다.
조 부사장이 진정성 없는 사과로 오히려 역풍을 키웠는데 그 전철을 다시 밟고있는 셈이다.
해외언론까지 조롱거리로 삼으며 국격마저 실추시킨 가운데 이 정도의 조치로 성난 여론이 사그러들지는 의문이다.
조 부사장이 사소한 기내서비스를 문제 삼아 사무장을 내쫓고 비행기까지 멈춰세운 전대미문의 행태는 재벌가의 ‘수퍼 갑질’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불러일으켰다.
참여연대는 10일 오후 조 부사장을 항공법규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며, 국토교통부의 조사도 계속되고 있다.
조 부사장의 보직 사퇴 여부와 관계없이 사법처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