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열, 십상시 내부자 지목했다 '풍문'으로 진술 바꾼 이유?

'그림자 실세' 정윤회 씨, '십상시' 모임 장소 신사동 중식당 (박종민기자)
현재까지 명확하게 드러난 정윤회씨 국정개입 문건의 연결고리는 박관천 경정과 전직 대전국세청장을 지냈던 박동열씨 두 사람이다.

검찰 조사 결과 박 경정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근무하던 시절 박동열씨로부터 정윤회씨와 관련된 각종 의혹을 듣고, 문건을 작성했다. "김기춘 비서실장의 교체설을 퍼트린 사람이 정윤회씨이고, 정씨와 십상시로 불리는 청와대 비서관들이 주기적으로 모여 국정을 논의한다"는 등의 충격적인 얘기들이 오갔다.

두 사람은 동국대 출신으로 서로 고급 정보를 공유하는 차원에서 친분관계를 유지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제보자인 박동열씨는 정국을 순식간에 뒤집어놓은 민감한 비선라인의 실체를 과연 어디에서 들었는지에 검찰 수사의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검찰은 박씨를 지난 7일부터 사흘 연속 불러 조사를 벌이고 있다. 첫날 검찰에 출석한 박씨는 정보의 제공자로 김춘식 전 청와대행정관을 간접적으로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박관천씨가 검찰 진술에서 "박동열씨에게 제보를 받을 당시 김춘식 전 행정관에게 들은 얘기"라며 자신에게 관련 내용을 제보해줬다"고 주장하자 박씨도 조사 첫날에는 이같은 사실을 얼버무리며 인정했다.


실제 박씨와 김춘식 행정관은 같은 동국대 출신으로 지난해 말부터 친분이 있는 사이로 알려졌다.

하지만 다음날 검찰 조사에서 박씨의 진술 태도는 180도 뒤집혔다. 박씨는 김춘식 행정관에게 들은 것이 아니라 세간에 떠도는 풍문을 전달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박씨가 말을 바꾸자 검찰은 세 사람에 대한 대질 신문을 하기에 이르렀다. 3자 대질신문에서 김 행정관은 의혹 자체를 전면 부인했으며, 박씨도 김 행정관이 아닌 바깥에서 떠도는 소문을 박 경정에게 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질신문만 놓고 보면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박씨가 처음에는 김춘식 행정관을 지목했다가 하루만에 진술을 번복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박씨가 처음에는 자신이 제보한 정보의 신빙성을 강조하기 위해 순간적으로 김 행정관을 지목했다가 뒤늦게 발을 뺐다는 설이 가능하다.

하지만 앞뒤 정황을 종합해보면 박씨가 청와대 내부자를 지목한데 대한 심적 부담을 느껴 진술을 허위로 번복했을 가능성에도 무게감이 실린다. 하루 사이 외압을 받았을 수도 있다.

모든 상황을 차치하고라도 박동열씨가 지방국세청장을 맡는 등 국세청의 고위 간부를 지낸데다 정재계에 발이 넓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히 풍문을 들어 전달했다는 박씨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특히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도 표현했듯이 내부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민감한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박씨가 김춘식 행정관 뿐 아니라 실세 비서관 3인방 중 한 명으로 거론된 안봉근 청와대 비서관과도 친분이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검찰은 박씨의 통화기록을 분석하면서 박씨에게 정윤회씨 관련 의혹을 말해준 최초의 제보가 누구인지를 추적할 방침이다. 최초 제보자가 십상시 모임의 당사자이거나, 청와대 내부 인물이라면 문건의 신빙성은 상당히 높아진다. 반면 제보의 질이 떨어지면 문건의 신빙성도 낮아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박씨 본인이 "바깥에서 떠도는 풍문일 뿐"이라며 스스로 자신의 정보에 대해 신뢰도를 깎아내릴 경우에 검찰 수사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씨가 청와대 관계자들과 아무리 친분이 있고, 평소 고급 정보를 접하는 인물이라고 해도 본인이 풍문일 뿐이라고 주장하면 검찰도 더는 출처를 밝히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검찰은 관련 문건을 진실성이 없다고 결론 내리겠지만, 박씨가 정보의 출처를 서둘러 덮은 것은 아닌지 국민적인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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