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에네스 카야는 JTBC '비정상회담'에 출연하며 인기를 모았지만 최근 불거진 불륜설로 프로그램을 하차했다.
사건은 유부남인 그가 결혼 사실을 알리지 않고 여성들과 부적절관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시작됐다. 현재 에네스 카야 측은 법적 대응을 밝힌 상태다.
평소에 그가 바르고 보수적인 이미지를 보여온 만큼, 대중의 실망도 컸다. 문제는 에네스 카야 개인을 향해야 할 비난의 화살이 터키인, 특히 일반 터키 남성들에게까지 향했다는 것.
일부 네티즌들은 에네스 카야나 터키인들의 SNS에 터키의 국부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를 모욕하는 글을 올리거나, 종교적 성향을 비하하는 글을 남겼다.
이런 비하글에 터키 네티즌들은 "한 가지 사건으로 국가 전체를 매도하지 마라", "나는 당신처럼 다른 사람의 종교를 욕되게 하지 않는다" 등의 댓글을 남겨 비판했다.
터키 내 한국인들도 심상치 않은 기류를 느끼고 있다.
터키한인회 홈페이지에는 최근 에네스 카야 사건을 주제로 작성한 글이 게시돼있다.
이 글의 댓글을 보면 한 유학생은 "한국인들의 이슬람포비아적인 댓글에 터키인들이 공분하는 것은 이해가 된다. 이런 상황 때문에 반한 감정이 생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왜 터키인들은 에네스 카야를 믿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한 원글 작성자도 "한류를 좋아하는 터키 네티즌들이 터키와 이슬람에 대해 욕하는 소수의 한국인들 때문에 한국을 욕한다"면서 "한국을 그렇게 좋아해 주던 터키인들이 갑자기 이렇게 악감정 가진 것을 보며 슬프고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터키는 오래 전부터 한국과 공고한 우방 관계를 유지해 온 '형제의 나라'로, 우리나라와 국민정서가 유사하다는 특징이 있다. 지난해에도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13'를 개최할 정도로 돈독한 문화교류를 계속해왔다.
한 개인에게서 생겨난 부정적 인식이 터키인 전체를 대상으로 일반화되면서 이에 따른 터키 내 반한 움직임을 우려하는 이들도 많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9일 CBS노컷뉴스에 "직관주의적, 국가주의적 성격이 강하다 보니 개인의 문제를 국가나 민족의 문제로 확대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그런 사고 방식이 터키에 적용되다 보니, 터키 국가 자체에 대한 폄하로 사건이 전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게 되면 국가 이미지 손상이 될 수 있고, 당연히 터키 내에서 반한 감정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사건을) 철저하게 개인의 문제로 좁혀서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