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진은 지구에 처음 생명체가 탄생할 당시와 같은 조건을 만들기 위해 당시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원소와 레이저를 이용했다.
초기 지구에 존재하던 물질에 당시의 운석충돌을 대신해 레이저로 화학반응을 일으켜 생명의 청사진인 DNA 구성요소를 만들어 내는 실험이다.
이 실험은 지구 생명체의 기원 뿐 아니라 우주의 다른 곳에서도 생명체의 존재가 가능한지 알 수 있게 해 준다.
실험 결과 생명의 기원은 '후기운석대충돌기(Late Heavy Bombardment)'로 알려진 40억년~38억5천만년전 발생한 사건 때문이란 가설과 일치했다. 이 당시 다량의 운석들이 지구를 비롯한 태양계 내부 행성에 쏟아져 충돌을 일으켰고, 이 충격으로 발생한 에너지가 지구에 존재하던 물질의 화학반응을 촉발해 생명의 기원 물질이 탄생했다는 것.
실제 실험 결과는 초기 지구에서 운석에 의한 충격으로 포름아미드(초기 지구 대기에 존재한 것으로 믿어지는 분자)가 파괴돼 DNA와 뉴클레오티드로 불리는 RNA의 유전자 구성성분이 만들어 졌음을 시사하는 내용이다.
체코 과학아카데미(Academy of Sciences of the Czech Republic) 화학자인 스바토플루크 치비스가 이끄는 연구진은 초기 지구에서 발생한 행성충돌을 대신해 강력한 레이저로 이온화된 포름아미드 가스, 또는 플라즈마를 파괴했다.
사용된 레이저는 길이 150m의 ‘아스테릭스 요오드 레이저(Asterix iodine laser)’였다. 최대 1천 줄의 출력을 낼 수 있으며 이는 원자력 발전소가 생산할 수 있는 것에 필적한다. 레이저의 스위치는 행성이 충돌할 때 발생하는 불꽃과 같은 조건을 만들기 위해 2분의1 나노초 동안만 켜졌다.
레이저가 만들어 낸 반응은 섭씨 4,230도까지 높아지면서 충격파와 함께 강력한 자외선과 X선이 분출됐다. 그리고 놀랍게도 DNA와 RNA를 구성하는 다섯 개의 핵염기를 모두 만들었다. 다섯 개의 핵염기는 아데닌, 구아닌, 시토신, 티민, 우라실이다.
연구진은 고감도 분광기를 이용해 화학반응에 의해 중간단계에서 만들어지는 물질을 분석했다. 이 기기는 일련의 반응 과정에서 형성되는 분자들의 화학적 지문을 측정할 수 있다.
이어 화학물질의 질량을 측정할 수 있는 질량 분광기를 이용해 반응에 의한 최종 결과물을 찾아냈다.
과학자들은 지구에서 생명의 가장 오래된 조상은 원세포(Protocell)이고, 오늘날의 다양한 생명체는 이 원세포에서 진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원세포를 생명의 시작으로 보는 것은 후손 세포로 전달될 정보를 담고 있으면서 세포의 대사를 통제하고, 세포가 어떻게 분열할지 지시하는 정보열(information strings)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즉 DNA와 RNA의 원시 형태로 생물의 특성인 생장과 번식, 복제 능력을 갖게 해주는 것이다.
이번 실험에서 DNA와 RNA의 구성 물질이 모두 만들어졌다는 것은 이 물질들이 상호 반응하면서 원세포가 만들어지고, 더 진화해 DNA와 RNA를 갖는 세포가 탄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8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실렸다.
치비스는 "이번 연구 결과는 다른 행성에서 생명체의 기원이 될 분자를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단서를 제공한다"고 말한다.
그는 "후기운석대충돌기에 태양계의 화성 등 다른 바위 행성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일어났겠지만 이들 행성은 생명체에 필요한 물 등의 다른 조건들을 갖추지 못했다"며 "일례로, 지구는 점토가 있어서 운석의 충돌로 생겨난 생명기원 물질들이 운석 충돌의 충격으로부터 보호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생명체로 발전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지구 생명체의 등장은 어떤 사건의 결과물이 아니라 원시 지구의 조건과 환경의 직접적인 결과물"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1952년 스탠리 밀러와 헤랄드 우레이가 미국 시카고 대학에서 유명한 실험을 했었다. 초기 지구에서 존재했을 것으로 믿어지는 원시 대기의 무기물에서 생명체를 구성하는 기본 물질인 유기물을 합성하는데 성공했으며, 이번 실험은 이와 유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