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방송된 KBS 2TV 새 월화드라마 '힐러'에서는 코드명 '힐러'로 불리는 업계 최고의 심부름꾼 서정후(지창욱), 세상 모두가 알아주는 진정한 기자를 꿈꾸는 B급 기자 (채영신)박민영, 방송국 스타기자 김문호(유지태) 등 주요 등장인물 소개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됐다.
◈ 화려한 볼거리와 신선한 소재…시선 '확'
'힐러'의 가장 큰 매력은 액션을 기반으로 한 흥미로운 볼거리였다. 이날 '힐러' 정후는 동업자 조민자(김미경)를 통해 의뢰인 고성철(이문식)을 만나 물건을 받아오라는 지시를 받는다. 하지만 그와 똑같은 의뢰인을 노리는 심부름업체 더블에스가드 인원들이 진을 치고 있었고, 이를 본 정후는 성철과 함께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하지만 상황은 긴박하게 돌아갔다. 정후는 민자의 도움으로 지하철에서 뛰어내렸고, 다음 열차가 오기 전인 단 2분여의 시간 동안 열댓 명의 인원을 제압해 눈길을 끌었다. 캐릭터의 특성과 화려한 볼거리를 가지고 있다는 드라마의 장점이 잘 드러난 순간이다.
기자라는 소재도 극을 풀어나가는 신선한 요소로 작용했다. 인터넷 신문사에서 연예부 기자로 일하는 영신은 톱스타 O양의 집에 몰래 잠입해 특종을 따내려다 우연히 더블에스가드 대표(박상욱)의 통화내용을 엿듣고 '힐러'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후 영신은 '힐러'가 국내 정치 경제 사회 분야의 비리와 직결된 인물임을 알게 되고 그를 취재하려는 계획을 세우는 등 추후 전개를 기대케 했다.
6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반가운 얼굴 유지태의 존재감도 빼놓을 수 없다. 그가 연기하는 문호는 스타기자이자 과거에 대한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는 인물. 유지태는 안정된 연기력으로 긴박하게 흘러가는 이야기의 중심을 잡아주며 극의 균형감을 줬다.
첫방송에서 시선을 끌기 위한 욕심이 과해서일까. 이날 방송에서는 각 캐릭터들의 특성과 얽히고 설킨 이야기의 실타래를 풀어 놓느라 다소 산만한 느낌을 줬다.
미션을 수행하는 정후의 활약상에 집중하려니 유명한 기자가 되겠다는 자신의 꿈과 포부를 전하는 영신의 이야기가 펼쳐졌고, 곧바로 문호와 그의 형 문식(박상원)의 대립각이 이어지더니 전두환 정권 당시 언론 통폐합에 맞서 해적방송을 하는 과거 회상 장면까지 등장했다.
그만큼 풀어낼 이야기가 많다는 의미일 수 있겠지만, 아직 각 등장인물의 특성을 다 표현하기도 전에 펼쳐진 급하고 장황한 전개는 극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해 아쉬움을 남겼다.
한편 '모래시계' 송지나 작가와 '제빵왕 김탁구' 이정섭 PD가 연출을 맡아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은 '힐러'는 정치·사회 문제에 관심 없이 살아오던 젊은이들이 '모래시계 세대' 부모들이 물려준 세상과 맞서면서 자신과 세상을 치유해 가는 이야기를 그리는 열혈 로맨스 드라마다.
이날 방송된 첫 회는 부진을 겪었던 전작 '내일도 칸타빌레'의 종영 시청률보다 2.9% 높은 7.8%(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