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스포츠 전문지 '스포츠닛폰'은 9일자에서 "뉴욕 양키스에서 FA(자유계약선수)가 된 이치로가 이적할 팀으로 샌디에이고가 부상했다"고 전했다. 이어 "몇몇 구단이 흥미를 보이고 있지만 이치로에게 맞는 구단을 찾은 것은 시간이 걸린다"면서 "샌디에이고와도 만날 것"이라는 에이전트 존 보그스의 말을 인용했다.
MLB는 이날부터 구단 관계자들과 에이전트들이 모이는 윈터 미팅이 열린다. FA와 트레이드 논의가 이뤄지는 스토브리그의 꽃이다. 특히 113회를 맞는 올해는 샌디에이고에서 개최된다.
이 신문은 "샌디에이고는 올해 90경기 이상 출전한 외야수가 없었다"면서 "특히 우익수 자리는 윌 베나블이 나선 46경기가 최다여서 보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올해 8월 취임한 A.J. 프렐러 단장은 과거 MLB 홈페이지를 통해 '이치로의 팬'이라고 발언했다"면서 "영입에 흥미를 보이는 것은 틀림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만약 이치로가 샌디에이고와 계약한다면 김광현과 함께 뛰게 된다. 김광현은 올 시즌 뒤 구단 동의 하에 해외 진출 자격을 얻었고, 포스팅을 통해 200만 달러(약 22억 원)에 샌디에이고가 독점 협상권을 따냈다.
이미 김광현은 최근 샌디에이고를 방문해 구단 관계자들을 만나고 돌아왔다. 구체적인 입단 협상은 없었지만 김광현은 따뜻한 환영의 뜻을 감지했다고 했다. 사실상 샌디에이고 선수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2009년 WBC의 추억…변수도 적잖아
이치로와 김광현이 샌디에이고에서 뛴다면 아메리칸리그 추신수-다르빗슈 유(이상 텍사스)에 이어 내셔널리그에서도 한-일 듀오가 나오게 된다. 이치로는 2000년대 초중반 시애틀 시절 추신수와도 한솥밥을 먹은 바 있다.
당시는 유망주인 추신수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이치로에 밀려 트레이드됐다. 그러나 추신수는 클리블랜드와 신시내티를 거쳐 주전 기회를 얻었고, 정상급 선수로 도약할 계기가 됐다.
김광현과 이치로는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맞붙은 바 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일본 킬러'로 불렸던 김광현은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 예선에서 이치로에 2안타를 내줬다. 3월 7일 일본과 경기에서 김광현은 2회를 채우지 못하고 8점을 내주고 강판한 아픈 기억이 있다.
상대 선수로서는 얄미운 이치로지만 아군이라면 사정은 다르다. 정교한 타격과 빠른 발로 상대 투수를 괴롭혀 같은 팀에는 소금과 같은 존재다. 김광현의 동료 이치로라면 든든한 지원군이 될 수 있다.
다만 이치로에 대한 입질이 뜨뜻미지근하다. 아무리 꾸준하게 몸을 만들어왔다지만 전성기를 넘어선 데다 나이도 많기 때문이다. 올해 143경기 타율 2할8푼4리 102안타 42득점 22타점 15도루를 기록했다. 보그스는 "(현 시점에서) 시장은 차갑다"고 말했다.
더욱이 샌디에이고는 LA 다저스 거포 외야수 맷 켐프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 나오고 있다. 보그스는 "그러나 지금부터 눈 깜짝할 순간에 뜨겁게 될 수도 있다"면서 "그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과연 김광현이 이치로와 같은 팀에서 뛰게 될까.